소비경제학의 대가 빈곤·불평등은 소득보다 소비 관점서 바라보아야
자유경제원은 14일 리버티홀에서 앵거스 디턴 노벨상 수상 기념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 주제는 <디턴의 위대한 탈출과 한국에 주는 메시지>로, 지난 12일 ‘소비, 빈곤, 복지에 대한 분석’의 공로로 2015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교수의 저서 『위대한 탈출』이 한국에 주는 메시지를 되새겨보는 자리였다. 한국에선 잘 사는 국가에 대한 철학적 논쟁이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에서 시작됐으며, 빈부격차와 불평등에 대한 논쟁이 본격화된 바 있다. 앵거스 디턴은 “세계가 과거보다 훨씬 더 평등하게 되었으며, 분배가 아니라 성장이 빈곤과 불평등을 완화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을 실증적 연구를 통해 보였다. 앵거스 디턴은 빈곤과 불평등을 사회악으로 생각하면서도 피케티와는 다른 해결책을 제시했다. 아래 글은 토론회에서 발표한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의 발제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소비 경제학(Consumption Economics)의 대가 앵거스 디턴

앵거스 디턴이 1980년에 John Muellbauer와 공저한 “Economics and Consumer Behavior”는 가구 단위의 설문 자료를 이용하여 실증분석을 수행하는 수많은 경제학자들에게 일종의 교과서와 같은 역할을 하였다. 필자가 박사과정에 있던 시절 이 책을 보면서 가구 단위의 미시 자료를 이용하여 얼마나 자세한 수준에서 실증분석을 수행할 수 있으며, 또한 이러한 분석결과로부터 어떻게 세밀한 정책제안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또한 실증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자들에게 가구 설문을 어떻게 작성하면 좋을 지에 대한 안내서 역할도 하였다.

가구의 경제행위는 주로 소비에 대한 결정이 대부분이지만 정책의 논의는 주로 소득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소득은 하나의 단일 개념으로 이해하기가 쉽고 지니계수와 같이 특정한 계량지표(measure)를 생성하기에 용이한 장점도 있으며 무엇보다도 세금이 소득을 기준으로 부과되기 때문이다.

이와 반면 가구의 소비는 매우 다양한 품목으로 구성되어 있고 가구에 따라 선호하는 소비 패턴이 다르며 가구 내에서도 가구원간에 선호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소비를 하나의 정책목표 또는 정책수단으로 삼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렇지만 경제학에서 강조하는 효용은 소비에서 창출되기 때문에 가구의 소비행위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궁극적으로는 이에 기반한 경제정책을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빈곤 혹은 불평등의 문제는 소득보다는 소비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해할 때 보다 효과적인 정책을 설계할 수 있다. 디턴은 가구의 빈곤을 측정할 때 단순히 가구의 소득수준만을 볼 것이 아니라 가구가 누릴 수 있는 의료서비스, 교육기회, 식생활 수준 등을 모두 포괄하여 바라볼 것을 제안하였는데 가구의 소비행위를 잘 이해한다면 이로부터 빈곤문제에 대한 맞춤형 정책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21세기 들어 세계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분배문제와 불평등이 강조되는 시점에서 디턴 교수의 연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는데 아마도 노벨위원회에서 디턴 교수의 이러한 업적을 높이 평가하여 노벨경제학상을 수여한 것이 아닌가 싶다.

   
▲ 자유경제원이 14일 리버티홀에서 개최한 앵거스 디턴 노벨상 수상 기념 <디턴의 위대한 탈출과 한국에 주는 메시지> 토론회에서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21세기 들어 세계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분배문제와 불평등이 강조되는 시점에서 디턴 교수의 연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자유경제원 토론회 게시판

세간에는 이와 관련하여 디턴을 피케티와 대척점에 있는 것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디턴은 부의 불균등한 분배보다는 빈곤문제를 더욱 강조하고 있으며 불평등이 빈곤탈출의 기제로 작동할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에 피케티 교수는 불평등한 분배를 완화하기 위해 자본에 대한 과세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공통점은 두 사람 모두 광대한 양의 엄밀한 실증분석 결과들을 토대로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듯 과학적 엄밀성이 갖추어진 디턴의 연구와 피케티의 연구를 서로의 주장을 반박하는 도구로 이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현실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 이들의 연구를 서로에 대한 보완재(complement)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하나의 주장이 간과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을 놓치지 않기 위해 경제학 거장들의 연구를 균형 있게 바라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훌륭한 경제학자들의 지혜를 귀 기울여 듣고서 이로부터 궁극적으로 인류가 추구해야할 행복한 사회를 건설하는데 유용하게 활용해야 할 것이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