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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빼곤 다 달라"…영화 '마션'과 '인터스텔라'의 차이점 6가지
'마션'은 인류가 확인한 과학 내용, '인터스텔라'는 상상의 산물
승인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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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5-10-14 16:3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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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태영 언론인
미국의 공상과학영화 ‘마션’이 개봉 6일만에 2백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대박조짐이다. 지난해 상영됐던 공상과학영화 ‘인터스텔라’의 흥행을 앞설 기세. 두 영화 모두 우주를 소재로 한 공상과학영화이지만 스토리의 구조와 논리는 매우 다르다. 두 영화의 다른 점을 비교해 보았다.

1, 각본 : 마션은 원작소설이 있고, 인터스텔라는 원작 소설이 없다.

마션은 미국의 공상과학 소설가인 앤디 위어(Andy Weir)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위어는 컴퓨터프로그래머이다. 대학에서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한 프로그래머이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지 않고 취업하여, 게임 제작에 참여하였다. 특히 블리자드의 대박게임인 ‘스타크래프트’나 ‘워크래프트’ 등의 제작에 참여하였다. 하지만 위어는 어릴 적부터 아서 클락이나 아이작 아시모프 등의 공상과학을 읽으며 자랐으며 공상과학소설가로서의 꿈을 놓치지 않았다.

소설 ‘마션’(Martian)은 위어가 2009년부터 자신의 블로그에 연재했던 작품이다. 원래 위어는 소설 마션의 아이디어를 갖고 출판사를 찾았지만 출간을 거절당하자 본인의 블로그에 연재했다. 당연히 누구나 무료로 불 수 있다. 지금도 구글에 마션을 검색하면 원작 소설 마션의 pdf판을 누구나 받아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작품에 매료된 독자들이 아마존 킨들로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였다.

위어는 이 의사를 받아들여 거의 무료나 다름없는 최저가격인 99센트에 아마존 킨들로 판매하였다. 그런데 3개월 동안 3만5천부가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게 되자 전문출판사가 붙었다. 위어는 소설 마션의 판권을 지난 해 3월에 10만달러에 팔았다. 그리고 이 판권을 산 출판사는 하드커버를 제작하는 등 본격 판매에 돌입하여, 국제적인 베스트셀러로 만들어냈다. 현재 아마존에서는 하드커버는 15$, 페이포백은 9$, 킨들판은 9$에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PDF는 무료로 다운받아서 볼 수 있다.

반면 인터스텔라는 마션 같은 원작 소설이 있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영화제작자들이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들 목적으로 각본을 썼다.

인터스텔라의 각본은 감독인 크리스토퍼 놀란의 동생인 조나단 놀란의 작품이다. 원래 이 각본의 아이디어는 유명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가 구상했다. 스필버그가 조나단 놀란에게 영화 각본을 완성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조나단은 4년에 걸쳐 인터스텔라의 각본을 썼다. 조나단은 인터스텔라의 과학적인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상대성이론을 공부하기도 하였다. 조나단의 형인 뛰어난 영화감독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영화의 흥행요소를 더하였다.

   
▲ 화성에 홀로 남은 주인공 와트니 박사. 영화 '마션'의 한 장면.
2, 작가: 컴퓨터게임프로그래머와 블록버스터 영화 제작자

인터스텔라는 블록버스터를 목표로 제작된 영화이다. 영화 배경은 지구 규모의 재앙이고, 주인공의 활동도 지구를 구원하려는 영웅적인 행동이다. 나사의 우주여행 기획도 지구를 구원하는 지구단위의 스케일. 즉 한 두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닌 인류를 보존하기 위한 것이다. 우주여행도 웜홀를 지나 블랙홀을 통과하는 등 대형 스케일이다.

반면 마션에는 게임프로그래머로서의 앤디 위어의 체취가 아주 잘 나타난다. 특히 이 부분은 영화보다는 소설을 읽으면 잘 알 수 있다. 이 작품의 재미는 생존에 필요한 각종 자원을 계산해서 만들어 내고 비축하는 것이다. 이 부분이 영낙없이 게임이다. 가령 주인공이 화성에서 다음 우주선이 도착할 때까지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감자의 양을 계산하는 방법, 감자를 키우기 위해 필요한 물의 양, 물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산소의 양, 수소의 양 등을 치밀하게 계산한다. 이 부분은 마치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하면서 전투에 필요한 유닛을 만들어내기 위해 필요한 미네랄과 베스핀 가스의 양을 계산하고 축적하는 대목을 연상시킨다.

3, 영화주인공의 목표 : 개인의 생존과 인류의 구원

인터스텔라에서 주인공인 전직 우주비행사 쿠퍼는 지구 단위의 재앙으로부터 인류를 구원하기 위하여 우주여행을 한다. 주인공 쿠퍼는 가족들에게 자상하고 우주에서는 동료비행사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던지는 영웅이다. 비장하다고 언행이 사려깊다. 입에서 욕이 나올 수 없다.

그런데 마션의 주인공 와트니 박사의 입에서 욕이 떨어지지 않는다. 영화나 소설이나 첫 대목이 욕으로 시작된다.

“I’m pretty much fucked That’s my considered opinion. Fucked.”

당연히 와트니 박사에게는 인류의 구원이나 화성탐사 따위는 관심사안이 아니다. 그에게는 본인이 살아남는 것만이 유일한 목표이다. 이를 위해서 그는 막판에 30억달러짜리 발사선을 해체해 버리면서도 조금도 아까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누군가는 자신을 구해주러 올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어떤 어려운 상황에 처해서도 실리콘밸리의 컴퓨터 프로그래머답게 웃음과 유머와 낙관을 잃지 않는다.

4. 현존하는 과학과 상상 속의 과학

마션과 인터스텔라 두 영화 모두 공상과학영화이다. 공상과학영화를 보는 재미 중의 하나는 어떠한 과학이 동원되는가 하는 점이다. 이 점에서 두 영화는 매우 큰 차이점을 갖고 있다.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과학의 내용이 현재의 인류가 발견하지 못한 상상의 산물인 데 반해 마션에 나오는 과학의 내용은 대부분 현재 인류가 확인한 것들이다.

인터스텔라에는 다른 우주로 들어가는 입구인 웜홀, 다른 차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인 빛나는 블랙홀, 그리고 큐브와 같은 시간의 틀에 갖힌 시간여행 등의 내용이 나온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모두 물리학자들의 상상과 추정의 산물이다. 많은 천체물리학자들이 이론적으로 믿는 블랙홀의 존재 조차도 실제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시간여행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설이고, 웜홀도 광속을 초과하는 우주비행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상상의 산물이다. 모두 다 공상과학영화에 양념처럼 나오는 이야기.

반면에 미션에 나오는 과학 이야기는 대부분 현실적으로 인류가 확인한 것들이다. 화성에서 감자를 키우는 데 필요한 물을 만들어내고 박테리아를 살려내는 데에는 양자역학이나 상대성 원리가 필요한 건 아니다. 지구이라면 누구나 생각해낼 수 있는 내용이다. 그리고 지구와의 통신, 이메일, 화성 표면을 달리는 로버, 지구~화성 왕복 우주선 등은 대개는 현재의 과학 기술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내용들이다. 그리고 붉은 화성은 육안으로 관측된다.

다만 화성에서의 폭풍 장면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실제 여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즉 영화의 후반부에 나오는대로 와트니 박사는 우주선의 쇠뚜껑을 제거하고도 초고속 우주선을 탄다. 화성에 대기가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대기가 없는 화성에 영화의 초반에 나오는 초강력 태풍이 불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원저자 앤디 위어는 재미를 위하여 과학적 사실성 일부를 포기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블랙홀 주변의 상상도.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
5. 우주선의 명칭 : 라자로와 아레스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우주선의 이름은 라자로, 마션의 우주선은 아레스이다.

라자로는 성경에 나오는 인물로, 사망했지만 예수가 살려낸 인물이다. 해서 서양문학에서 라자로는 부활의 상징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대표작 ‘죄와 벌’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은 소냐가 살인범 라스콜리니코프에게 라자로의 부활에 관한 성경 구절을 읽어주는 대목이다. 라스콜리니코프는 이 구절을 듣고 눈물을 흘린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주인공 쿠퍼가 타고 가는 우주선의 이름을 ‘라자로’라고 한 것은 종말을 앞둔 인류가 어떤 초월적인 존재에 의지하려는 간절한 마음을 담은 것은 아닐까 한다. 실제로 이 영화에서 우주선 라나로 호는 ‘그들’이 태양계에 열어놓은 웜홀을 통해 다른 우주로 나아간다. 또 주인공이 중력 방정식을 알아낸 것도 ‘그들’ 덕분이다. 여기서 ‘그들’은 과학 문명이 매우 발달한 먼 미래의 인류가 될 수도 있고, 어떤 절대자일 수도 있다.

미션에 나오는 우주선의 명칭은 아레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전쟁신의 이름이다. 아레스는 강인하고 지적이다. 고대 그리스의 스파르타 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섬기던 신이다. 고대 신화 속의 아레스는 창과 방패를 든 전사의 형상이다. 초월적이고 절대적인 존재는 아니다. 현재 인류가 공통으로 갖고 있는 과학과 인성만을 토대로 외계 행성에서 살아남는 인간들이 타고 다니는 우주선의 이름으로 적절하다는 생각이다.

6. 버려지는 지구와 아름다운 지구

인터스텔라에서는 인간은 결국 지구를 버린다. 하지만 마션에서는 인간이 화성을 버린다. 물론 다음에 다시 찾아오리라는 예상은 할 수 있지만 주인공 와트니 박사는 화성을 떠나면서 아무런 미련이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를 구하러 가는 우주비행사들도 다시 우주에 나오지 못하게 된다 해도 상관없다. 지구는 삶의 보금자리이고, 자손을 이어가야 하는 인류의 영원한 안식처이다.

와트니 박사의 무사귀환을 전 지구인이 간절히 소망하고 중국도 우주선을 선뜻 내준다. 인종과 종교는 다르지만 위기에 처한 한 인간을 구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론이 없으며 함께 돕는다. 작가 앤디 위어가 일했던 실리콘 밸리의 쾌적한 낙관주의가 반영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작품의 사실성과 설득력, 작품성 등을 기준으로 보면 인터스텔라보다는 마션이 한발 더 나아간 것 같다. 내년 아카데미상 수상식에서 인터스텔라보다는 미션이 많은 트로피를 거머쥘 듯 하다.

하지만 공상과학영화나 우주영화에는 스타워즈나 우주전쟁 같은 외계생명체가 등장해야 재밌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런 분들도 실망하지 말기 바란다. 이번에 마션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획득한 작가 앤디 위어가 앞으로는 외계생명체가 등장하는 본격 공상과학 소설을 쓸 계획이라고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짐했기 때문이다. /우태영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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