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교육 혼동이 부른 혼란…교육선진화 발목 잡는 교육당국

   
▲ 조형곤 21C미래교육연합 대표
하나고는 하나금융그룹이 설립한 하나학원이 운영하는 자사고다. 지난 2010년 3월 은평구 진관동 은평뉴타운에 개교했다. 최근 하나고는 귀족학교라는 멍에에 사학비리의 온상이라는 오해까지 뒤집어쓴 상황이다. 과거 정권에서 고위관직의 자녀 학교폭력 사건을 무마했을 뿐 아니라 또 다른 고위층 자녀의 학내 성추문 문제를 묵과했다는 비판에 이어 교사채용에도 비리가 있다는 폭로가 이어졌다. 여기에 이사장이 학교를 사유화하려 한다는 의혹까지 더해져 하나고는 2010년 개교 이후 최대 위기에 몰렸다.

애초 시발점이 된 한 교사의 폭로는 그 진위 여부 공방까지 이어진 상황이다. 하나고 학부모 일동은 지난 9월 23일 <서울시 교육감님께>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그가 폭로한 입시비리, 학교폭력 등 의혹들이 사실과 달리 왜곡되어 상당부분 거짓임이 지난 21일 국정감사에서도 속속 드러났고, 그 의혹 폭로 경위가 교사업무의 태만 등으로 학교로부터 징계를 받을 상황에 처하자 이를 모면하기 위해 행한 것임이 드러난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사태 초기에 하나고에 비리가 있다고 날뛰던 언론들은 오히려 이런 상황에 대해선 눈을 감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니 보통 사람들 입장에서는 하나고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

위와 같은 사건들 말고도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몇 가지 오해들 때문에 분통이 터진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고위층 자녀들만 온갖 특혜 교육을 받고 우리 자식은 그러지 못하다”는 박탈감, 교육문제에 특히 민감한 우리나라 사람들로서는 이런 상대적 박탈감을 견디기가 힘드니 말이다.

그러나 하나고 사태의 본질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공교육과 사교육의 차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용어 혼란에서 빚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공교육과 사교육을 구분하지 못하는데 있다. 이는 교육의 공공성(공공재/민간재) 논란과는 다른 관점으로 연간 40조원이 넘는 막대한 공적 재원에 관한 것이다. 공교육은 공적인 재원(財源)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교육이며 국가 기관이나 지방 자치 단체가 관리하고 운영하는 국립 학교 교육과 공립학교 교육을 말한다. 여기서 공적인 재원이 세금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영어권 국가에서도 공교육(public education system)은 정부에서 제공한다는 단서가 붙어 있다.

   
▲ 하나고 사태의 본질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공교육과 사교육의 차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용어 혼란에서 빚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시교육청과 국회 및 교육부가 벌이고 있는 행태는 지금 강북의 지역 명문고로 자리 잡아가던 사립학교(자사고)를 죽이는 행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사진=YTN 캡처
반면 사교육은 법인이나 개인의 재원에 의하여 유지되고 운영되는 교육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사립학교가 있으며 여기에는 학원 및 과외교습 등 우리가 보편적으로 말하는 사교육이 포함된다. 공교육과 사교육에 대해 이렇게 명쾌하게 구분해 놓은 사전적 설명이 있음에도 우리는 학교라고 이름 붙은 모든 것은 공교육이라 착각하고 사회적 혼란을 야기해 왔다.

하나고는 설립자 및 운영형태 면에서 완전한 사교육 기관이다. 재정적으로도 교육청의 재정 지원을 전혀 받지 않고 있다. 다만 학교라는 이름이 붙어 있을 뿐이다. 그에 반해 일반적인 사립 고등학교나 공립 고등학교는 연간 학생 1인당 공교육비 700만원, 학교당 약 50억 원 가량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렇듯 하나고는 재정적으로 완전히 자율적이기 때문에 학생 선발 및 교사 채용에 있어서도 자율성을 보장받아야 한다. 따라서 형법 혹은 민법상 범죄라면 몰라도 학생 선발방법의 절차 및 방법상 문제를 교육청 및 국가가 범죄 취급하는 것은 전혀 옳지 않은 일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서울시 교육청과 국회 및 교육부는 하나고에 대해 감사할 권한이 없다. 만약 서울시 교육청이 하나고를 감사하려면 하나고 설립 이후 지금까지 5년여 간 약 250억 원의 재정 지원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전액 지원하는 게 먼저다. 그래야 감사할 권한도 생기는 것이다. 이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예전의 국제중과 사립초등학교 비리 보도 등에 이은 이번 하나고 사태에서도 언론의 보도 행태는 일차원적이기 그지없었다. 사교육과 공교육의 차이에 대한 개념 정립이 제대로 안 된 측면에서 보도가 급하게 이뤄진 측면이 많았다는 얘기다.

앞서 말했듯 학생 1인당 연간 표준 공교육비는 대략 700만 원 선이다. 1년에 학생 1명을 가르치는 데 700만원의 비용이 든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학교 시설 유지비, 교사 및 교직원 월급 등이 다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이 교육예산은 거의 다 국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모든 국민들이 다 함께 내고 있는 금액이다. 즉, 하나고의 학부모들도 이미 세금을 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표준 공교육비 지원을 전혀 받지 않고 스스로 하나고를 선택한 학생과 학부모들은 오히려 다른 사람들보다 두 배의 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현재 시교육청과 국회 및 교육부가 벌이고 있는 행태는 지금 강북의 지역 명문고로 자리 잡아가던 사립학교(자사고)를 죽이는 행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전국적으로 100여개의 자사고와 국제중이 있는데 여기에 지원해야 할 5천억 원의 세금은 개천의 용을 키우는 공교육비에 투자되고 있다. 마이스터고의 지원이나 시골지역의 기숙형 공립학교를 유지하려면 일반 고등학교에 비해 월등히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하나고를 비롯한 자사고 학부모들이 고등학교에 내는 고액의 수업료는 결국 공교육비 지출을 줄였고 절감된 비용은 고스란히 개천의 용을 키우는데 투자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즉 자사고 때문에 시골지역이나 공고 등 일부 학부모들은 학생 1인당 1400만원의 국가 지원을 받고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자사고를 진짜 혁신학교라고 부르는 것이다.

아직도 요원한 우리나라 교육의 선진화는 사교육과 공교육의 구별을 명확히 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섣부른 선동에 휩쓸리는 것은 자칫 가뜩이나 양극화되어 갈등을 유발하는 현재의 교육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뿐이다. /조형곤 21C미래교육연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