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보천보 전투 긍정 기술…교육부 삭제·수정 권고조차 무시
정부의 중고교 국사교과서 국정화가 확정된 후 민중사관에 점령당한 국사학계에 대한 바른 역사 투쟁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에 대하여 반대 움직임 또한 거세지고 있다. 시민단체 교육단체 등 좌우 갈등이 야기되는 가운데 여당은 정부의 국정화 추진을 적극적으로 지지할 것으로 나섰다. 야당은 장외투쟁을 벌이는 등 국사교과서 국정화는 이슈의 한복판에 서있다.

미디어펜은 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하여 기존 검인정 체제의 한국사 교과서 서술이 어떻게 편향적으로 이루어졌는지 ‘2013검정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서술 분석 - 교육부의 수정 과정을 중심으로’ 논문 연재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논문은 5회에 걸쳐 연재되며 아래 글은 첫 번째 연재다. 원문은 ‘Social Studies Education 2015, 54(1), pp.109~128’에 실렸다. 정경희 영산대 교수가 주저자로, 강규형 명지대 교수가 교신저자로 기술했다. [편집자주]

[한국사교과서 분석①] 김일성의 ‘보천보 전투’만 서술

2013검정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서술 분석
- 교육부의 수정 과정을 중심으로 -

요약 :

2009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2014학년도부터 고등학교에서 쓰이게 될 한국사교과서 8종이 2013년 8월에 교육부의 검정을 통과했다. 그러자 이를 둘러싼 ‘교과서파동’이 다시 시작되었다.

이 8종의 『한국사』 교과서 가운데 상당수는 여전히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들 교과서는 기존의 교과서가 지녔던 주요 문제점을 거의 그대로 지니고 있다. 교육부의 수정 과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해보면, 제(諸) 문제들은 주로 현대사 서술에 집중되어 있으며, 크게는 북한에 관한 호의적인 서술과 대한민국의 건국을 부정하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폄훼하는 서술로 나눠진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은 1948년 유엔총회에서 한반도 내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현행 한국사 가운데 3종은 역사적 사실과 다르게 서술했다가 교육부로부터 수정 권고를 받았다. 특히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폄훼하는 서술을 하고 있는 5종의 교과서는, 북한에 불리한 사실은 누락시키거나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되풀이하는 서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바로 5종의 교과서이다.

이들 5종의 교과서는 북한 정권을 옹호하는 서술과 대한민국을 폄하하는 서술들에 관해 교육부로부터 수정 권고를 받았다. 하지만 수정 권고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거나 또는 ‘원문유지’ 입장을 고수하면서 아예 수정을 거부했고, 그 결과 편향적인 교과서라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주요어 : 한국현대사, 한국사 교과서, 2013 검정 교과서, 북한, 1948년 대한민국 건국, 유엔

   
▲ 사회주의 공산주의 투쟁을 긍정적으로 기술하는 기존 검정교과서의 좌편향 서술은 “다양한 민족 운동에 대하여 균형 있게 서술한다.”는 교과서 집필기준과 어긋난다./사진=연합뉴스

 I. 머리말

2009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2014학년도부터 고등학교에서 쓰이게 될 한국사교과서 8종이 2013년 8월에 교육부의 검정을 통과했다. 그러자 곧바로 이를 둘러싼 ‘교과서 파동’이 다시금 시작되었다. 지난 2002년에 7차 『한국 근·현대사』교과서의 검정과정에서 편향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시작된, 이른바 ‘근현대사 교과서파동’이라는 교과서를 둘러싼 이념논쟁이 또 다시 불붙은 것이다.1)

이처럼 교과서를 둘러싼 논쟁이 되풀이되는 까닭은 교과서의 이념적 편향성이 적절히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부터 본격화된 ‘근현대사 교과서 파동’은 교과부가 좌편향 논란이 제기된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6종에 대해 대한민국의 정통성 등과 관련한 서술 등 206곳을 수정·보완함으로써 2008년 12월에 마무리되었다. 2009년에는 편향된 교과서를 바로잡겠다는 목적으로 새 교육과정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 교육과정에 따라서 2010년에 검정을 거쳐 『한국사』 교과서 6종이 최종 선정되었다. 하지만 이 6종의 『한국사』 가운데 일부는 『한국 근·현대사』교과서와 내용면에서 큰 차이를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3년 8월에 또 다시 검정을 거쳐 『한국사』 교과서 8종이 새롭게 선정됐다.

그런데 이 8종의 『한국사』교과서 가운데 상당수는 여전히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들 교과서가 기존의 교과서가 지녔던 주요 문제점 - 대한민국의 건국을 폄훼하는 등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훼손하고, 북한체제에 무비판적으로 접근하며,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을 비롯한 발전과 번영은 과소평가한다 - 을 거의 그대로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새로 검정을 통과한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싸고 사회적 논란이 일자, 교육부는 제기된 논란을 해소하고 오류를 시정하기 위해서 2013년 10월에 8종 교과서에 대해 829건의 수정·보완 권고 사항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발행사 및 집필진이 교육부의 권고사항을 반영한 수정·보완 대조표를 교육부에 제출했고, 교육부는 11월 29일에 학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수정심의회’ 심의 결과를 바탕으로 829건 중 788건의 수정·보완을 승인했다. 그리고 수정권고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거나 수정을 거부한 총 41건에 대해서는 수정명령을 통보했다(교육부, 보도자료 「고교 한국사 교과서 수정명령」). 이러한 교육부의 수정 과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해보면, 주로 현대사 서술에 집중되어 있으며, 크게는 북한에 관한 서술과 대한민국의 정통성에 관한 서술의 둘로 나뉨을 알 수 있다.

본 논문에서는 교육부의 수정·보완 권고와 수정명령 등 수정 과정에서 드러난 교과서 서술의 문제점들을 중심으로, 현행 한국사 교과서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서술상의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가를 규명하려 한다. 현행 교과서의 문제점이 북한에 관한 서술과 대한민국의 정통성에 관한 서술의 둘로 대별(大別)되므로 본 논문에서는 이를 차례로 분석할 것이다.

   
▲ 8종의 『한국사』 교과서 가운데 상당수는 여전히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들 교과서는 기존 교과서가 지녔던 주요 문제점을 거의 그대로 지니고 있다. 북한에 관한 호의적인 서술과 대한민국 건국을 부정하고 대한민국 정통성을 폄훼하는 서술이 이어진다./사진=연합뉴스TV 영상캡처

 

II. 북한에 관한 서술

앞서 설명했듯이, 교육부는 8종의 한국사 교과서에 대해 829건의 수정·보완 권고 사항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교학사 교과서는 수정 권고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나머지 교과서는 교육부의 수정 권고 가운데 일부는 수용하고 일부는 거부했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그 내용들이 주로 북한과 관련된 서술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이다.

두산동아 한국사 교과서를 예로 들면, 이 교과서가 수정권고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거나 수정을 거부하여 교육부로부터 최종적으로 수정명령을 통보받은 것이 모두 5건이다. 그것은 ①보천보 전투 등 항일 유격대 및 동북 항일 연군 활동과 한국광복군 활동 ②북한의 토지개혁 ③북한 천리마 운동 ④주체사상 ⑤천안함 피격 사건·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으로, 5건 모두 직간접적으로 북한과 관련된 사항이다. 금성, 미래엔, 비상교육, 천재교육 교과서도 약간씩 차이가 있으나, 북한과 관련된 서술에서 교육부의 수정 권고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거나 또는 ‘원문유지’ 입장을 고수하면서 아예 수정을 거부했다. 그러므로 여기에서는 북한관련 문제점을, 보천보 전투, 북한의 토지 개혁, 천리마 운동, 북한의 3대 세습/독재 체제, 주체사상, 북한 인권 문제/핵 문제, 북한의 군사도발 순으로 분석하기로 한다.

1. 보천보 전투에 관한 서술

먼저 북한이 ‘김일성의 역사적인 항일 무장 전투’라고 과대 선전하는 1937년의 보천보 전투에 관한 서술을 보자. 금성, 두산, 미래엔, 비상교육, 천재교육의 5종은 김일성 우상화 등에 사용된 보천보 전투를 서술했기에 교육부로부터 삭제 권고를 받았으나, 금성, 미래엔, 천재교육의 3종은 아예 이를 거부했다.2)

여기서는 삭제 권고를 받은 5종 가운데 두산동아의 사례를 보자. 두산동아는 보천보 전투를 동일한 페이지에서 두 차례에 걸쳐 서술하였다.

“조국 광복회는 국내의 민족주의자 및 공산주의자들과 손을 잡고 함경도 일대에도 조직을 확대하고, 보천보 전투 등 국내 진공 작전을 여러 차례 단행하였다.”(p.247)

[보천보 전투를 별도 박스로 돋보이게 배치한 뒤]
“보천보 전투는 당시 국내 신문에도 크게 보도되었고, 이 작전을 성공시킨 김일성의 이름도 국내에 알려지게 되었다.” (p.247) (강조는 필자)3)

두산동아는 교육부로부터 삭제 권고를 받은 후에도 삭제하지 않고 “한편, 북한은 이 사건을 김일성 우상화에 이용하였다”는 한 문장만 추가했을 뿐이다.

본디 교육부가 수정을 권고했던 이유는 이 교과서들이 보천보 전투와 같은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만을 강조하는 서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교육부가 두산동아 교과서에 대해, 한국 광복군 활동에 대한 서술이 본문에 거의 없어 항일 유격대 및 동북 항일 연군활동과 한국 광복군 활동에 대한 서술이 불균형하다고 지적하고,4) 이를 수정하라고 명령하고 있는 데서 잘 드러난다.5) 실제로 ‘보천보 전투를 보도한 신문 호외 기사’를 수록하고 있는 미래엔 교과서의 해당 소제목은 <사회주의 계열이 항일 유격 전쟁을 전개하다>(미래엔.p.293)이다.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만을 강조하는 천재교육과 미래엔 교과서의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이 두 교과서는 일제하 국내에서 전개된 민족 실력양성운동과 미주에서 전개된 외교활동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미를 부여하거나 축소하여 서술하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 전개된 사회주의 및 민중 운동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여 설명한다. 또한 중국을 중심으로 전개된 사회주의 계열의 무장 투쟁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자세하게 서술한다. 천재교육 교과서의 경우, 보천보 전투를 건국준비활동으로 취급하여 강조·서술하고 있을 정도이다. 말하자면 독립 운동 노선 가운데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 노선이 더 우월했다고 서술하는 셈이다(이명희, 2013).

   
▲ 8종 중 5종 국사교과서는 북한 정권을 옹호하는 서술과 대한민국을 폄하하는 서술들에 관해 교육부로부터 수정 권고를 받았지만 수정 권고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거나 또는 ‘원문유지’ 입장을 고수하면서 아예 수정을 거부했다. 이 국사교과서들은 편향적인 교과서라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사진=미래엔 교과서 현대사 첫페이지

그러나 교과서의 이러한 서술은 “다양한 민족 운동에 대하여 균형 있게 서술한다.”는 교과서 집필기준과도 어긋난다. 뿐만 아니라 광복 이후 민족 실력양성운동계열이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사회주의 및 공산주의 계열이 북한 정권을 수립하거나 남한에서 저항운동을 펼친 역사적 사실에 비추어볼 때, 이는 대한민국을 폄하할 우려가 있는 서술이다(이명희, 2013: 10, 14).

우리의 민족운동이 세계사적으로는 레닌이 제시한 반제국주의의 길과 윌슨이 제시한 민족자결주의의 길을 각기 선택하여 전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강규형,2013a: 23-25), 이 두 교과서는 그 연관성에 대해서 전혀 서술하지 않는다. 또한 약소민족 해방운동에 대한 레닌의 지원에 대해서는 강조하는 반면, 윌슨의 민족자결주의는 승전국의 식민지에만 적용되었다고 그 의의를 축소한다. 그럼으로써 일제하 민족운동에 대한 세계사적 인식을 방해하여, 광복 이후 남북에서 각기 단독정부가 수립된 데 대한 역사적 이해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요컨대 천재교육과 미래엔 교과서로 배우는 학생들은 대한민국의 수립에 대하여 부정적인 인식을 형성할 수 있으며, 이후 대한민국의 발전과 성취에 대해서도 부정적 접근을 할 가능성이 높다(이명희, 2013: 15). /정경희 영산대 교수(주저자), 강규형 명지대 교수(교신저자)

1) 2013년에 새로이 시작된 한국사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이 얼마나 극렬한 대립양상을 보였는지, 주요언론은 ‘교과서 전쟁’, ‘역사전쟁’, 또는 ‘내전(內戰)’등, 하나같이 이를 ‘전쟁’으로 묘사할 정도였다(배수강·한상진, 2013; 정영순·강규형, 2013: 100-128). 류근일(2013)은 칼럼에서 한국사교과서를 둘러싼 분열을 중심에 두고 우리나라의 전반적 상황을 ‘내전(內戰)적’ 상황으로 규정했다.

2) 이 가운데 미래엔과 비상교육은 보천보 전투를 보도한 신문 호외 기사를 수록하여 교육부로부터 ‘김일성 우상화 등에 사용된 보천보 전투 자료 삭제 필요’라는 수정권고를 받았다(교육부. 「고교 한국사 교과서 수정·보완 사항」. pp.39, 47). 이하 본문에서 교육부의 수정 권고와 관련된 내용은 모두 「고교 한국사 교과서 수정·보완 사항」에서 나온 것으로, 대부분의 경우에는 별도의 출전을 명기하지 않았다.

3) 이하 교과서 인용문에서 굵은 글씨로 강조한 것은 필자에 의한 것이다.

4) 두산동아 교과서는 항일 유격대 및 동북항일 연군(16줄)과 한국광복군(4줄) 서술 분량의 현격한 불균형을 보인다.

5) 교육부. 「한국사 교과서 수정 명령 사항」. p.7. 교육부는 금성 교과서에 대해서도 두산동아와 유사한 수정 명령을 내렸다. p.2. 이하 본문에서 교육부의 수정 명령과 관련된 내용은 모두 「한국사 교과서 수정 명령 사항」에서 나온 것으로, 별도로 출전을 명기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