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새누리당은 15일 개최한 긴급 의원총회를 계기로 정부와 함께 추진 중인 한국사 교과서 국정 전환에 당력을 집중했다. ‘역사 바로세우기’를 표방한 국정화 추진이 곧 “제2의 건국 운동”이라는 자평도 나왔다.

의총에 참석한 의원들은 2시간여 걸친 의총 직후 한껏 고조된 분위기 속에서 국회 로텐더홀로 자리를 옮겨 ‘국민 통합을 위한 올바른 역사 교과서 만들기 결의문‘을 낭독, 제창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15일 오전 개최한 긴급 의워총회에서 국회 대정부질문 중 '대선불복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강동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대한 규탄 결의문을 채택했다./사진=미디어펜

‘역사 바로세우기’를 주제로 이날 오전 8시께 시작, 2시간여 진행된 긴급 의총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은 전문가를 초청해 특강을 듣는 시간을 가진 뒤 ‘대선불복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강동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대한 규탄 결의문을 채택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최근 서울 모 고교 담임교사가 수업 중 이승만 초대 대통령을 세월호 참사 당시의 이준석 선장에 비유하거나 ‘박근혜 대통령이 태어나기 전에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했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좌편향 영상을 학생들에게 보여줬다는 언론보도를 언급한 뒤 “우리 당과 정부가 왜 제대로 된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통해 역사교육을 해야하는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도 이 사건과 관련, 영상 속 발언자인 한홍구 성공회대학교 교수에 대해 “김일성을 민족영웅으로 추켜세운 적 있는 전형적인 종북좌파”라고 언급한 뒤 “어째서 이런 살인역사교육 수업이 버젓이 자행됐는지 즉시 진상조사하고 엄중조치 할 것을 관계당국에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사교과서개선특위 위원장인 김을동 최고위원은 “향후 100년을 내다보고 장차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건강한 미래 주역을 양성해야 할 교육현장에서 국가를 부정하는 잘못된 역사들이 주입돼 왔다”며 “더 이상 손 놓고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의총에는 당 역사교과서개선특위 원외 위원인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과 조진형 자유교육학부모연대 상임대표가 초청돼 새누리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역사문제에 관한 특강을 진행했다.

전 사무총장은 그동안 대한민국 부정 세력이 ‘역사’와 ‘교육’에 있어 두 전선을 형성해왔다며 “이들이 가장 물러설 수 없는 하나의 보루가 대한민국 역사교과서”라면서 이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에 있어 새누리당이 그동안 보여온 ‘기계적인 중립’ 노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이념중립에 서 있는 국가가 아니고 자유민주주의라는 이념을 선택해 성립된 나라”라며 이와 대척점에 있는 사회주의, 공산주의, 북한의 주체사상을 가치중립에 입각해 학생들을 가르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 사무총장은 향후 국정교과서 편찬에 있어서도 역사학자만의 전문성을 내세운 지금의 ‘인(人)의 장막’을 걷어내고, 역사를 통시적·거시적으로 국제사회 조류 속에서 바라볼 수 있는 경제·정치·철학·사상·문화사 등 다양한 전문가들을 참여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밖에 현행 검인정제 교과서를 ▲건국일이 없는 이상한 교과서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교과서 ▲산업화의 그늘에는 열을 올리고 민주화의 그늘은 외면하는 교과서로 규정해 비판, 이같은 교과서가 교육현장을 독점하게끔 한 담합집단이 다양성과 소비자 자유를 침해하고 있으며 기득권적 집단이익 보호를 위해 국정교과서에 반대하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아울러 역사교과서에 대한 문제제기가 '특정 정권의 정치적 목적'이라는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그는 2002년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검정제 전환 뒤 시민사회와 학부모들 사이에서 10여년간 제기돼 온 것으로서, 의원들은 이번 정책이 과거 정치권과 정부의 직무유기를 바로잡는 노력의 일환임을 당당히 나서 설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음 순서인 조 상임대표는 역사교육과정심의위원회에 참여한 경험을 들어 위원 대부분의 이념편향성을 예로 든 뒤 “우리나라 역사교육학계는 자기부정, 자기비하의 역사관이 마치 정통사관인양 치부하고 있다”며 “여기서 애국이라는 말을 함부로 꺼내면 순식간에 ‘수구꼴통’이 된다. 이런 문화가 그대로 학계에 남아있다는 점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된 김일성의 ‘보천보 습격’에 관해선, 그 전과가 민간인 오인사살, 경찰관 상해에 지나지 않으며 이것이 ‘전투’로 언급되는 것은 “용어혼란전술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을 국내 일부 출판사가 1930년대 중반까지 일본군에 심대한 타격을 준 무장 항일투쟁운동의 일환으로 소개하고 있는 것은 북한 정권의 정통성을 내세우기 위해 북한 소학교 교과서에 실린 내용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이밖에 조 상임대표는 교육부의 검정 대상이 아닌 교사용 지도서의 좌편향 사례를 제시했다. 6·25전쟁 정전협정에 한국이 불참한 이유를 이승만 대통령의 거부가 아니라 ‘군 작전지휘권을 유엔사령관에 넘겼기 때문’이라는 서술을 들며 “자기들의 속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국가보안법 내용에 대한 의도적인 희화 ▲베트남 파병의 ‘평화 수호’ 취지 누락 ▲박정희 정부 시절 마련된 의료보험제도의 확립 시기 누락 ▲수출주도 성장정책으로 인한 대외의존도 심화 등 서술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강연 중 박수갈채를 보내거나 일부 사안(보천보 습격, 정전협정 불참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질의하는 둥 열렬한 반응을 보였고, 강연 후 공개발언에선 이에 대한 적극적인 동조와 함께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들은 “당에서 근현대사 연구를 위해 예산확보를 해야 한다”(김희국 의원), “헌법가치에 부합하는 역사를 만드는 것은 4대개혁, 공천룰 문제보다 중요한 제2의 건국운동”(박명재 의원), “이 사회에서 정말 필요한 영웅을 발견했다”(김무성 대표) 등 한껏 사기를 고조시켰다. 참석 의원들에게 “소속 지역구에서 1인 피켓시위를 하자”(박대출 의원)고 권유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새누리당은 15일 오전 긴급 의원총회 직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국민통합을 위한 올바른 역사교과서 만들기 결의문'을 낭독, 제창했다./사진=미디어펜

의총은 주요 당직자 발언 후 비공개로 전환되는게 일반적이지만, 이날 만큼은 “끝까지 공개진행하자”는 목소리가 나올만큼 새누리당은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다만 비공개 발언시간을 달라는 하태경 강은희 의원의 요구에 따라 새누리당은 잠시 의총을 비공개로 전환했고, 종료 직후 여세를 몰아 국회 로텐더홀로 향했다.

이 자리에서 새누리당은 올해를 ‘대한민국 역사 바로세우기 원년으로 삼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임하겠다며 ▲국정교과서 적극 추진 ▲대한민국 정통성과 헌정질서 수호 ▲야권의 반대투쟁 종식 및 협조 촉구 등 3가지 사항을 결의했다. 

한편 1인 피켓시위를 제안한 박 의원은 실제로 이날 오후 자신의 지역구인 진주시 인사동 이마트 진주점 앞에서 '올바른 역사 교과서 우리 아이들의 미래'라고 적은 피켓을 들고 1시간 동안 역사 교과서 검정제의 폐해를 알리고 국정화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