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이념논쟁 국론 분열…노동개혁 등 시급 현안 "나 몰라라"

   
▲ 송덕진 극동미래연구소장·휴먼디자이너
정말 불황이다. 피부로 느낄 정도로... 8000원짜리 백반 점심을 팔다가 장사가 하도 안 되어서 '국밥의 신'으로 간판을 바꿔 6900원짜리 국밥을 팔기 시작했더니 파리만 날리던 음식점에 사람들이 제법 모여 “이제 좀 장사가 되는 것 같다”는 주인의 한숨과 3000원대의 편의점 도시락이 불티나게 팔리는 모습을 볼 때마다 더 체감한다. 이처럼 내수경기 침체가 좀처럼 활성화로 돌아서지 않고 있고, 수출기업 부진 특히 조선업계 사상 최대 적자는 갈 길 먼 한국 경제성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 든다. 금이 가기 전에 얼른 강을 건너야 하는데, 좀처럼 강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 얼음이 깨져 차가운 강물에 풍덩 빠져 목숨도 구제하지 못할 것만 같다는 불길한 마음만 든다.

법인세 등 감세로 이어지는 기업 투자 확대를 통한 경기 활성화, 환율 대응과 금리 인하, 노동개혁을 통한 기업이 창출하는 양질의 일자리 증대, 기업 구조조정과 체질 강화를 통한 기업 경쟁력 강화를 적극적으로 해결책으로 제시해 추진해야 하는데,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안 하는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는다. 거기에 역사교과서 국정화문제로 이념전쟁까지 번질 모양세이다. 경제문제는 뒷전이다.

동력을 잃어버린 한국호

야당과 좌파 진영의 끊임없이 증세 구호 때문에 감세 기조는 사라져 버려 기업의 적극적 투자 확대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다. 회계기준도 제대로 모르는 이들이 기업이 현금 쌓아놓고 투자 하지 않는다면서 막대한 이익잉여금을 왜곡시키는 목소리 때문에 국민들의 반기업 정서는 고조되고 있다. 또한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은 금리를 제로에 가까이 낮추면서 양적완화라면서 정책을 내놓고 자국 통화가치를 내리고 있다. 그런 상황을 한국은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임금피크제 등 노동시장 개혁을 위해 대통령까지 나서고 있지만 노사정 타협부터 난항을 거듭 하고 있다. 거기에 기업 체질 강화를 하기 전에 벌써 대형 조선 3개 기업은 사상 최대의 적자를 내면서 자신들의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소속 강성 노동조합은 여전히 자신들의 밥그릇을 채우기 위해 공동 불법 파업을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영업 적자 기업의 불법 파업은 그냥 가십수준으로 들리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소용돌이에 파묻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배처럼 내부 파업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체질 강화를 통한 경쟁력 증대보다는 기업이 생존할 수 있을지 그것이 의문스럽기만 하다.

   
▲ 중국발 환율전쟁에 내수 부진과 수출 악화로 경제에 빨간불이 들어왔지만 역사 논쟁 등 내부 분열상만 보이고 있다. 노동개혁은 강성조에 발목 잡힌채 한치 진전도 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발 환율전쟁에 허덕대는 한국호

자국의 수출 경쟁력을 유지할 목적으로 외환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하여 자국의 통화를 적극적으로 약세 기조로 유지하고자 경쟁하는 것을 환율전쟁이라 한다. 경쟁국과 주변국을 궁핍하게 만들어야 자국의 경기가 활성화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수출 증대를 위해 자국의 통화를 약세로 유지해 자국 수출 제품의 해외가격을 낮춰 매출 증가를 도모하는 것을 말한다.

전격적인 위안화 평가절하에 시동을 건 중국발 한율전쟁에 한국호는 휘청했다. 중국 인민은행의 위안화 평가 절하 기조는 계속될 여지가 없다고 발표해 다소 진정되는 듯 하지만 여전히 중국발 환율전쟁을 지속가능하다는 것이 우세적인 전망이다. 결국 주요국의 환율전쟁을 시작으로 치열하게 경제전쟁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환율전쟁 대응보다는 내수경기 부진과 수출 악화, 내부 분열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으니 큰일인 것이다. 미국, 일본, 중국이 치열하게 환율전쟁을 하는 그 사이에 총을 맞았는지, 칼에 찔렸는지 정신도 못 차리고 있으니 더욱 더 큰일이다.

실적 좋은 수출주에 대한 투기성 공매도까지 심해져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원달러 환율 1,000원이 깨진다면서 우려를 보이며 난리가 났다. 지금은 원달러 환율이 1200원 근처에 오니까 자본유출을 우려하는 또 다른 걱정이 팽배해 지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환율 수혜로 실적개선의 기대감이 커진 수출주에 외국인은 물론 기관투자자까지 집중적으로 공매도를 했다. 지난 9월만 하더라도 공매도 상위 기업을 살펴보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포스코 등등 대한민국 대표적인 기업이며 글로벌 기업들에 대해 공매도를 퍼부었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해 주식을 빌려 미리 팔고, 주가가 하락하면 해당 주식을 사 공매도분을 상환하면서 시세차익을 얻는 일종의 투기다. 공매도 대부분은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인데, 한국 기업에 대해 보수적이며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는 외국인은 그렇다 치더라도 기관투자자들의 공매도 행위는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다. 3분기 7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낸 삼성전자의 주가가 저렇게 헤매는 것을 보면 공매도가 주가 상승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공매도를 그래서 없애버려야 한다고, 없애지 못하면 투기성이 짙은 공매도는 금융당국이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대박이냐 쪽박이냐 상반된 평가를 보이고 있는 한국호

한국을 일본에 빗대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보다 더 큰 불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노령화, 청년실업,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으로 경제성장의 활력을 잃어버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에 반해 2050년에는 한국이 미국. 일본. 독일 등 모든 선진국을 제치고 최고 부유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전망도 있었다. 암울한 미래보다는 장미빛 장래를 기원한다. 그러다보니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 국가냐 최악의 국가가 될 운명의 기로가 지금인 것 같다.

그런데 현재 대한민국을 보면, 그 기로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노사개혁을 하기도 전에 강성노조의 발목잡기식 불법파업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 이념전쟁으로 국론 분열의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가난하고 망한 국가의 국민은 더 비참한 삶을 영위하게 된다. 이념전쟁과 같은 것에 국력과 국민 역량을 낭비하지 말고 이 경제위기를 합심해 돌파해 나가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정말 지배당하고 싶지 않으면 지배당하지 않을 만큼의 국가 경제력을 키워야 한다. /송덕진 극동미래연구소장·휴먼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