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인 통신사에서 항의를 하니 을인 우리로서는...."

/ 취재수첩

3일 통화했던 삼성전자측 관계자가 4일 전화를 했다. 급한 목소리였다.

“아니, 장기자님 어제 쓰셨던 그 기사, kt하고 sk텔레콤 그 기사 때문에 영업팀에서 난리가 났어요. 계속 클레임이 들어오는데, 타이틀에 kt와 sk텔레콤 솔루션이 같다고 하니까 문제가 생겼어요. 통신사한테 우리는 을의 입장이잖아요. 갑에서 민갑하니까 사정을 봐주세요”

내가 따졌다. “어제 들었고, 확인했고, 그 사실 그대로 썼는데 그게 문제가 되나요”

“그래서 어제 아주 민감한 사항이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기사가 이렇게 나갈 줄은 전혀 몰랐죠 기사 수정을 부탁드립니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응대하지 않을 겁니다.”고 삼성전자 관계자가엄살을 부렸다.

이석채 KT 회장이 세계 최초로 가상화 기술을 적용한
▲이석채 KT 회장이 세계 최초로 가상화 기술을 적용한 "LTE WARP" 발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어제 했던 말하고 전혀 다르게 기사를 써주길 원했다. "kt와 sk텔레콤에 납품하는 제품이 전혀 다르다는 식"이었다. 정반대였다. 내가 항의했다.

“그것은 저보고 기자생활을 하지 말라는 요청과 같습니다. 내가 들은 사실그대로 확인하고 기사를 쓴 것인데, 전혀 다르게 쓰라는 말인가요”

“갑이 저렇게 난리니까, 을입장에서 어떻겠습니까 완전히 고치라는 게 아니라 적당히 부탁드립니다.”

“한번 삼성전자 입장을 적어서 보내는 줘 보세요”

나는 메일을 가르쳐주고, 전화를 끊었다. 그도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가 얼마후 전화를 하더니 입장을 돌변했다.

“내가 어제 언제 똑같다고 말했나요 제가 정말 그렇게 말했나요 어제 저는 그렇게 말한 적이 없는데 그렇게 적었습니다. 고쳐주셔야겠어요”

삼성전자는 아주 요청하고 강압하듯 말했다. 처음 전화했을 땐, 정중히 부탁했었는데, 두 번째 전화하더니명령하는 것이다. 내가 틀렸다는 것이다. 딱 한마디 했다.

“저는 받아쓰기 잘하거든요. 지금 제가 틀렸으니까 고치라는 것인데, 그러지 마세요. 아까는 정중히 부탁하더니, 지금은 내가 틀렸다면서 항의하시는데 그러시면 안돼요. 저는 kt와 sk텔레콤 장비가 똑같은지 아닌지 그것을 확인할 목적으로 삼성전자에 물었던 것인데, 제가 그것을 듣지 않았는데 그렇게 썼다는 것인데, 그러지 마세요. 저는 녹음은 안해도 취재수첩에 그대로 적는 기자예요. 정확히 적혀 있어요”

삼성전자 그 관계자는 그래도 하는 말이 “받아쓰기는 저도 잘해요. 제가 언제 두 장비가 똑같다고 했나요 kt와 sk텔레콤 하드웨어는 전혀 별개의 것이다고 기사를 고쳐주셨으면 합니다”고 말했다.

사실을 사실로 기록하지 말고, 정반대로 기록하라는 요청이었다. 나는 속으로 “이게 미쳤나 나보고 독자를 속이라고 귀가 뻥 뚫렸는데, 들은 것을 들은대로 쓰지 않고, 반대로 쓰라고 돌겠네”라고 생각했다.

나는 정확히 입장을 표명했다. “그렇게는 절대 안됩니다. 제가 확인한 것을 그대로 쓰는 것이죠. 추가 기사를 쓸 수는 있어요. 오늘 삼성전자의 입장이 변했다는 추가 기사는 낼 수 있지만, 어제 제가 들은 것을 전혀 다르게 쓸 수는 없어요. 저는펜 하나를 의지하고 사는 기자입니다. 기자가 뭡니까 들은대로 확인하는 직업인데, 제가 그것에 책임지면서 살려고 하는 사람입니다”라고 했다.

결국 삼성전자는 전화를 끊고, 다른 방법을 찾아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세계적인 기술을 개발해놓고도 "쉬쉬"하는 그 속내는 뭘까 고양이같은 "갑" 눈치본다고 언론사 기자한테까지 사실을 왜곡할 것을 요청하는 것은 삼성전자식 소프트웨어적 자동제어 기술인가 kt 기자간담회에서 나왔던 그 'WARP'의 정의처럼 "왜곡과 뒤틀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