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에 대해 야당은 "교과서 국정화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상식의 문제"라며 "미래세대에 부끄럽지 않으려면 과거에 매달리지 말고 현재에 집중해야 한다"고 연일 날선 공격을 하고 있다. 일부 교수 등도 한국사 집필 거부를 선언하며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사가 그동안 어떻게 왜곡되어 왔고 그 문제점은 무엇인지를 12가지 질문과 답변을 통해 알아봤다. 특히 2017학년도 한국사 수능 필수화를 앞두고 한국사 국정화가 왜 절실해졌는지에 대해서도 짚어봤다. [편집자 주]

   
▲ 한국사 국정화는 올바른 역사관으로 편향성을 바로잡고 국가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일과 직결되어 있다.
한국사 교과서는 왜 국정화되어야 하는가? -12문12답

1. 국정은 무엇이고, 검정은 무엇인가?

국정교과서는 “교육부가 저작권을 가진 교과용 도서(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 2조)”를 말하며, 검정은 출판사가 저자를 섭외하여 교육과정에 따라 교과서를 집필한 뒤 검정기관에 출원하여 통과한 교과서 중에서 학교에서 채택하여 사용하게 되는 시스템이다. 참고로 1974년부터 2010년까지는 고등학교에서 국사편찬위원회가 발행한 국사 교과서를 사용(2013학년도까지 단일한 국정 교과서로 수능 시험을 치름)하였으며, 2011년부터 검정화되어 다종 교과서 중에 선택·사용하게 됐다.

2. 고등학교 국사가 검정으로 바뀐 것이 비교적 최근의 일인데, 다시 국정화 하려는 이유는?

지금까지 정부는 검정제를 확대하고 교육과정을 대강화(大綱化)하여 집필자의 재량권을 상당히 확대하였고, 사실상 인정제에 가까울 정도(9종 출원, 수준미달인 1종만 탈락)로 교과서 집필의 자유를 보장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집필자들의 주관적 역사관이 과도하게 반영되고 현존하는 특정 정치세력에 대한 선입견을 갖게 할 수 있는 교과서들이 학교에서 사용되게 됐다.

또한, 자신들과 다른 역사관을 가진 교과서에 대해서는 실력행사를 통해 채택을 철회하게 하는 등 정치적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 일어나게 됐다.  국정화 논의는 현재의 검정제로 인해 훼손된 정치적 중립성을 회복하기 위해 불가피한 방법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검정제의 취지가 다양한 시각의 교과서를 발행하여 학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데 있는데, 교학사 교과서의 경우 협박까지 해서 채택 철회를 하게 만든 것은 검정제의 의미를 퇴행시키고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무너뜨린 처사라고 볼 수 있다. 이렇듯 검정제 본래 취지인 ‘역사해석의 다양성’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이념적ㆍ정치적 편향성을 가진 교과서들의 채택률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따라서 수능 필수화와 정합성을 기하면서 이념과 정치세력에 편향적이지 않은 역사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중립적인 시각의 교과서를 발행함으로써 역사교과서가 정쟁의 도구로 이용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

3. 학생들의 역사 인식의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 검정제가 더 좋지 않을까?

교과서가 8종이 있다고 해서 모두 다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학교별 역사 교사들이 협의하여 선택한 1종의 교과서로 배우게 된다. 서로 다른 시각의 역사를 배운 학생들은 성인이 된 후에도 우리 역사에 대한 인식을 서로 달리 하게 될 것이고, 좌우 이념대립에서 초래된 분단을 겪고 있는 우리의 처지에서는 간과할 수 없을 정도의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지금까지 한국사를 수능에서 선택하는 학생들이 적어 이러한 사실을 유의해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매우 적었지만, 앞으로 수능 필수화를 앞두고 중요한 사건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게 만들 수 있는 교과서의 서술에 대해서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여러 가지 상반되는 역사적 해석이 상존하고 있는 현대사의 여러 사건들에 대해서는 좌와 우,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진 역사학자들이 만나 합의하여 교과서를 집필하고, 만약 이들이 결코 합의를 하지 못한다면 중도적인 분들로 구성된 집필진이 객관적인 사실로 교과서를 쓰는 것이 지금과 같은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이다.

   
▲ 미래엔 한국사 교과서 현대사 첫 페이지
4. 국정화는 유신으로 회귀하여 정권을 미화하는 어용 교과서를 만들려는 의도가 있지 않나요?

과거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앞으로 만드는 국정 교과서도 똑같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현대는 과거와는 비할 수 없는 정보화 시대이므로 역사를 왜곡하거나, 정권을 의도적으로 미화하는 내용을 실었다간 실시간으로 인터넷을 통해 사실여부를 검증할 수 있다.

이런 시대에 국가가 역사를 왜곡하거나 편집하여 자신의 입맛에 맞는 교과서를 내놓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일일 뿐만 아니라 가능하지도 않다.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견제 장치가 보장되어 있는 상태에서 국정 교과서는 오히려 최고의 중립성을 가지기 위해 스스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5. 국정화되면 더욱 내용이 많고 재미없고 질이 떨어지는 교과서가 나오지 않을까요?

현재는 출판사가 선정한 집필진(교수, 교사)이 출판사가 임의로 주는 계약금을 받고 편의대로 단원을 나누고 본업에 종사하면서 주말이나 휴일을 이용해서 틈틈이 교과서를 쓰고 있다. 이렇듯 오직 출판사의 투자비용(계약금, 참고자료 구입비, 디자인 비용, 검토비 등)에 따라 교과서의 질이 좌우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출판사별 교과서 질의 격차를 해소하기가 어렵고, 수준이하의 교과서가 나올 가능성이 오히려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교학사 교과서가 오류가 많고 질이 낮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이는 짧은 집필기간과 저비용투자에 근본적인 원인이기도 하다. 교과서 편집의 질은 투자비용에 비례할 수밖에 없고, 오류 수정 역시 우수한 검토 인력을 별도의 비용으로 확보하면 충분히 개선될 수 있는 부분이다. 따라서 일정한 투자와 관리 인력을 상시적으로 갖추고 세밀한 검증을 통해 책임있게 교과서를 개발한다면, 일정한 수준 이상의 질이 확보된 교과서가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보장될 수 있다.

6. 다른 선진국들은 모두 검정제나 인정제를 채택하고 있다는데 왜 우리나라만 과거의 국정으로 돌아가려고 하나?

나라마다 역사가 다르고, 역사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문제와 논쟁의 양상도 다르다. OECD국가 중 국정을 하고 있는 나라는 없지만 반대로 OECD 국가 중 어느 나라도 우리와 같이 분단 상태에 있으면서 이런 종류의 이념적 갈등을 겪고 있는 나라도 없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희생되는 것은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이기에 더 이상 학생과 학부모를 역사교육을 빌미로 정쟁에 끌어들여 역사 교과서에 대한 불신마저 초래될 수 있는 상황을 방치하는 것은 믄제다.
우리가 우리 역사를 바라보는,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시각과 역사서술 방법이 사회적으로 합의되었다고 할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중립적인 시각의 교과서를 책임지고 발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7. 근현대사의 비중에 대한 논란이 많은데, 왜 줄이려고 하는 건가? 혹시 현대사에서 있었던 지도자들의 잘못들을 은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닌가?

현재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서 근현대사는 150년 정도의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약 50%의 비중으로 서술되어 있다. 시간의 길이를 고려한다면 대단히 확대되어 있어 상대적으로 매우 자세하여 학습부담(해당 년도의 월별로 사건을 암기)도 매우 심각하다.

근현대사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 중 다른 선진국의 역사 서술 체계를 근거로 드는 경우가 많이 있지만 역사 서술의 체제는 서술하고자 하는 역사 그 자체를 기준으로 결정해야지, 우리 역사가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는 고려하지 않고 다른 국가의 역사 서술 방법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은 올바른 역사 서술의 방법이라고 보기 어렵다.

우리의 근현대사는 외세에 의한 침략과 식민지화로 이어지는데 이 시기를 지나치게 확대·서술하다보니 식민지 근대화론, 이념투쟁과 갈등의 부각, 분단 책임론 등 해석이 갈리는 사건들에 대해 한쪽의 시각이 부각될 위험성이 생겨났고, 한국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 반일 또는 반미감정 고조, 남북 간 갈등을 고조시킬 우려가 더욱 커졌다. 역사 교육에서 우리 역사를 반성하고 비판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우리 역사의 자긍심을 길러주는 것도 그 만큼 필요하다.

   
▲ 비상 한국사 교과서 현대사 첫 페이지.
8. 국정화되면 더욱 암기사항과 분량이 늘어나고 학습부담이 높아지지 않나?

검정 전환 직전 국정시기(2005∼2013학년도 수능)에는 국사시험이 전체 필수가 아니고, 서울대만이 필수과목이었기에 수능 문제의 난이도가 높았던 것이 사실이나, 앞으로의 수능은 2017 수능 안내자료의 예시문항 수준에서 출제할 것이며 절대평가를 도입하기로 했다.

2017학년도부터 한국사가 수능 필수화가 되면서 전국의 모든 학생이 한국사 수능 시험에서 서로 다른 교과서로 공부한 학생들이 하나의 동일한 시험문제를 풀게 되는 것이다. 하나의 교과서로 공부하는 것이 8종 공통요소를 뽑아낸 참고서로 공부하는 것보다는 학습 부담이 적다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사실이다.

9.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역사를 가르치는 것이 바람직할까?

우리 역사의 전개과정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보여주는 그런 역사이여야 하고, 집필자 개인의 주관적인 해석과 의도보다는 ‘사실’에 입각한 역사서술이 바람직하다. 교과서 서술에서 집필자의 재량권 보장은 꼭 필요하고 바람직한 일이나 이것이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되는 것은 제어할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의 경우 서양이나 다른 선진국들의 경우처럼 자국사, 특히 해방이후 역사에 대한 시각이 충분히 정립되어 있지 않고, 아직까지 식민사관과 서구 또는 중국중심주의 사관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연구가 어느 정도의 수준에 이르게 되어 대부분이 공감할 수 있는 우리 역사를 보는 시각이 마련된다면, 시장의 자율에 맡긴다고 하더라도 편향된 역사 교과서가 나올 위험성은 사라지게 된다.

10. 국정화할 경우 어떤 시스템을 마련하여 교과서를 개발되나?

총괄적으로 담당할 부서를 신설하여 교과 전문가로 구성된 상임 인력을 충분히 배치하고 집필자 공모부터 서술 체제 개발, 모형단원 제작 등 교과서 편찬의 모든 단계를 공개하여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한다.
웹전시 등을 통해 학교 현장 선생님들의 의견을 듣고, 찾아가는 공청회 등을 통해 교육 수요자인 학부모와 학생들의 의견까지도 수렴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지금까지 특정 교원 단체 소속 일부 선생님들이나 몇몇 학회 중심의 전문가 분들의 의견만을 반영하여 교육과정, 교과서 집필과 검정이 폐쇄적으로 결정되던 관행을 깨고, 종래에 발언권을 부여받지 못했던 분들로부터도 폭넓은 의견을 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한다.

11. 2007 교육과정과 2009 교육과정이 이명박 정부에서 발표되고 검정이 이루어진 점을 들어, 지금 쓰이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가 좌편향이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2007과 2009 교육과정이나 집필기준은 중립적이었고, 그 서술 방식에서 서술 내용을 일일이 제한하지 않도록 하는 ‘대강화의 원칙’을 확대하고자 노력했다. 기본적으로 검정제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집필자의 재량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 나가고자 했다.

그런데 그 결과, 집필자들이 자신의 연구성과 또는 역사관, 심지어 정치적 성향까지 교과서에 반영하여 교과서가 정쟁의 수단으로 변질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국정제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12. 국영수는 여러 종의 교과서가 출간되어도 수능에서 학습부담이 높다는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는데, 왜 유독 한국사만 수능 필수화가 되었다고 해서 1종의 교과서를 만들어야 학습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여러 종이 나와도 그 중에 공통요소만 뽑아서 출제한다면 오히려 학습요소가 줄어들지 않을까?

국영수는 도구교과다. 도구교과란 그 언어를 배우면 그 언어로 된 어떤 글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이고, 원리를 배우면 그 원리를 응용한 어떤 문제라도 풀 수 있게 되는 그런 특성을 가지고 있는 교과를 말한다. 즉 우리가 영어를 배우면 해당 어휘와 문법 수준의 독해는 비록 교과서와 다른 내용이라도 할 수가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역사는 내용지식 위주의 교과이며, 내용지식을 제대로 알고 있느냐를 묻는 것이 역사 시험문제다. 즉, 교과서 내용을 제대로 잘 기억하고 있어야 문제를 풀 수 있다. 아무리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에 맞추어 교과서를 서술한다고 해도 출판사별로 10%정도의 내용편차는 감수해야 할 것이고, 교사와 학생들은 이러한 부분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어차피 8종 공통 요소만 뽑아서 공부할 것이라면 굳이 ‘다양한’ 교과서가 왜 필요한 것인지 의문과 함께 일부 자신들의 ‘역사관’ 또는 ‘정치관’에 휘둘리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