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한국사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여야 공방의 여파로 내년도 예산안 심사마저 파행 위기를 겪고 있다. 국회는 19일 상임위원회 별로 전체회의를 열고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예비심사에 착수할 예정이었으나 오전 중 개최 예정이었던 상임위가 대부분 첫발조차 내딛지 못하고 오후로 연기됐다.

당초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개최하려고 했던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가운데 전체회의를 개최한 상임위는 산업위 하나에 그쳤다.

국정교과서 논란과 직접 연관된 교문위는 당초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전체회의 개의 시간이 오후로 미뤄졌다가 이마저도 파행됐다.

이는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이날 오전 의원총회를 열고 각 상임위별 예산 심의 일정과 관련, 교문위의 경우 교과서 문제와 예산안 심사를 연계시키되 여타 상임위는 오후부터 정상적인 예산 심사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밝힌데 따른 것이다.

앞서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가 이날 잇따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에게 각각 역사교과서 문제 논의를 위한 양당 지도부, 원내지도부 ‘2+2’회담을 제안했지만, 새누리당이 ‘정치공방을 할 사안이 아니’라며 모두 거절하면서 여야는 양보없는 ‘강대 강’ 대치를 보일 전망이다.

그 여파로 산업위도 새정치연합이 국정교과서 논란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소집한 의원총회 여파로 1시간 가량 늦게 열린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는 상임위 파행을 놓고 그 책임을 서로에게 물으며 강한 경고성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여당의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 측의 역사교과서-입법·예산 연계 움직임과 관련, “정치적 이슈를 볼모로 삼아서 마땅히 국회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겠다는 정치 태업”으로 규정하고, 김영우 수석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나라의 살림살이와 역사교과서를 바로잡자는 문제를 왜 연계시켜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고 국민들께서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야당은 이날 의총에서 국정교과서 문제를 ‘역사쿠데타’ 뿐 아니라 ‘민생쿠데타’로 규정한 뒤, 김영록 수석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오늘 오전 상임위 예산심사 중단은 국정교과서에 대한 강한 경고성 메시지로 읽으면 된다”며 “국정교과서 예산은 한 푼도 집행할 수 가 없다는 점을 밝힌다”고 각을 세웠다.

또한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와 교문위 예산 문제를 연계해서 진행하겠다”면서 예산안 심사는 오후부터 돌입할 것이며 시민사회와 함께 홍보전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당에선 국정화 저지 1단계 방법으로 교문위 불참 방안을 선택했으며, 이에 따라 이날 오후 교문위 전체회의는 파행을 빚었다. 야당은 다만 여론의 역풍을 맞을 것을 우려, 모든 상임위별 예산심사를 보이콧 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 원내대변인은 브리핑 후 기자들과 만나 “교과서 문제의 경우 국회에서 결정되는 사안이 아닌만큼 국회 내에서 저지할 지렛대가 없는 게 현실”이라며 “국민과 함께 계속 저지투쟁을 하면서 다가오는 선거에 압승, 문제점을 고쳐 법제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