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19일 한국사교과서 국정 전환을 둘러싼 여야 공방 끝에 끝내 파행했다.

당초 교문위는 이날 오전 10시 전체회의를 열고 내년도 예산안, 기금운용계획안 등을 상정해 심사할 계획이었으나 새정치민주연합이 같은시각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소집하면서 교문위를 포함한 대부분 상임위 전체회의가 오후로 미뤄졌다.

야당이 의총에서 교문위 예산심사와 국정교과서를 연계키로 결의한데다 야당에서 제안한 지도부, 원내지도부 회동도 잇따라 여당이 거부하면서 여야간 대립각은 더욱 첨예해졌다. 오후 늦게 열린 전체회의에서도 여야는 예산안 상정조차 하지 못한 채 국정교과서 공방만 벌였다.

   
▲ 박대출 새누리당 의원은 19일 교문위 국감에서 야당의 '고교 한국사교과서 분석' 자료제출 요구에 대해 "야당도 과거 다른 이름으로 집권 여당이었을 때 정부 여당의 이름으로 당정회의를 많이 했다"며 "당정자료를 야당이 요구하는 것은 처음 본다"고 항의했다./사진=미디어펜

야당은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이 당 역사교과서개선특위 간사로서 교육부에 요청했다는 ‘고교 한국사교과서 분석 보고서’ 자료를 야당에게도 제출하라며 제출하지 않을시 이에 대한 법적 조치 없이는 예산안 상정에 동의할 수 없다고 공세를 폈다.

교문위 야당 간사인 김태년 의원은 “해당 자료는 교육부 직원이 개인적으로 작성한 자료가 아니다”며 “공무처에서 공무적 이유로 공무원이 작성한 자료를 요청할 경우 당연히 제출해야 한다. 이것은 법률에 정해져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여당은 이같은 자료제출 요구가 관행에 어긋나며, 부당하다고 맞섰다. 박대출 의원은 “야당도 과거 다른 이름으로 집권 여당이었을 때 정부 여당의 이름으로 당정회의를 많이 했다”며 “당시 정부 자료도 많이 받고 요구도 했을텐데 당정자료를 야당이 요구하는 것은 처음 본다”고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여야간 설전이 벌어졌고 박 의원이 야당의 설훈 의원에게 자신의 발언 중 ‘반말’을 했다고 지적, 사과를 받아내는 일도 있었다.

이 가운데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당정 협의를 하는 경우에는 그 정당의 활동을 위해서 마련한 자료라고 저희들이 평가하고 있고 그 경우 다른 의원들이나 다른 정당에는 그 자료를 제출한 예가 없다”며 자료 제출 거부의사를 재확인했다. 교육부는 앞서 지난 8일 교문위 국감에서도 “특정 정당의 요구에 의해 제출한 자료”라며 자료 제출을 거부한 바 있다.

   
▲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에서 두 번째)은 19일 교문위 전체회의에서 앞서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의 요청에 따라 제공한 자료에 대해 “당정 협의를 하는 경우에는 그 정당의 활동을 위해서 마련한 자료라고 저희들이 평가하고 있고 그 경우 다른 의원들이나 다른 정당에는 그 자료를 제출한 예가 없다”며 자료 제출 거부의사를 재확인했다./사진=미디어펜

이날 전체회의에선 국감 당시 황 부총리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구분 고시에 대해 ‘정해진 것이 없다’고 진술한 것을 둘러싸고 위증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 의원은 “지난 8일 국정화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때 장관이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처럼 이야기했는데 주말을 거치고 바로 고시를 발표했다”며 “오늘도 답변에서 당정을 마치기 전이라 정해진 것이 없었다고 또 답변하는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나. 국회를 우롱하는거냐”고 따졌다.

야당 의원들은 이날 황 부총리를 자료제출 거부에 따른 실정법 위반과 국회법에 따라 위증죄로 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한국사교과서 국정 전환에 대한 대국민 공청회도 요구했다.

이에 교문위 여당 간사인 신성범 의원은 “(교육부가 국정화 고시를 한 지) 만 일주일이 지났는데 예산심의를 위해 열린 이날까지도 다시 도돌이표처럼 돌아가는 상황이 개탄스럽다”며 “야당은 교문위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와) 예산안 심의를 연계해서 하겠다고 했는데 오늘 교육부 예산안을 상정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입장부터 정리하라”고 받아쳤다.

이날 교문위는 결국 개회된지 1시간30분 동안 여야가 의사진행 발언 형식으로 언쟁을 벌이다가 정회됐다. 정회 직후 위원장과 여야 간사가 속개를 위한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교문위 파행 후 여당의 김용남 원내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을 통해 “야당의 속내는 예산국회를 파행으로 몰고가 역사교과서 문제를 계속 정쟁의 도구로 사용하려는 의도”라며 “예산안 상정 자체를 거부할 명분이 약하다는 것을 깨닫고 교문위의 야당 (김태년) 간사는 도중에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을 분리 상정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그러나 상임위 소관부처 예산을 분리상정한 전례가 없고 그래야 할 이유도 찾아볼 수 없다”면서 “새정치연합은 백년천년 야당만 할 생각이 아니라면 부디 책임있는 공당의 자세로 예산국회에 임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