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에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면 사진이라도 있어야

취재수첩

SK텔레콤의 홍보전략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 2일 KT가 ‘LTE WARP’와 관련해 간담회를 개최한 직후, 경쟁사였던 SK텔레콤이 반박자료를 배포한 것과 관련해, 상대 홍보 설명회를 겨냥해서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행위는 ‘경쟁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측, KT 양재지사에서 LTE 가상화 시스템과 경쟁사의 시스템의 근본적 차이점에 대해서 브리핑이 진행되고 있다. KT측은 경쟁사에는 IT서버가 없고, KT만이 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이 경쟁사를 상대로 경쟁적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것은 자칫 SK텔레콤만의 개성적 특색을 흐리게 하고,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다가 ‘무엇이’ 찢어지지는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SK텔레콤은 “2일 세계 최초 가상화 기술 분당지역에 적용”이라고 보도자료를 급하게 배포했지만, 기자들을 단 한명도 초청하지 못한 ‘황당한 사건’의 오류를 낳고 말았다. 세계 최초로 적용한 사건의 그 현장 사진이 아직까지 단 한 장도 없다.

◆KT의 기자간담회직후 SK텔레콤측 보도자료 배포

2일 KT는 “세계 최초로 가상화 기술을 적용한 LTE 서비스 개시”라는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홍보일자는 3일자로 표기했다. 상용화 실시가 3일부터였기 때문이다. 기자 간담회에서 표현명 사장은 1단계 분리화, 2단계 집중화, 3단계 가상화 기술의 탁월함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경쟁사들은 1단계 혹은 2단계에 머물러 있고, KT만이 144개 기지국을 가상화할 기술을 최초로 적용했다”고 자부심을 표명했다.

같은 날 KT 기자간담회 직후, SK텔레콤은 보도자료에서 “SK 텔레콤, 세계 최초 Advanced-scan 적용. 2일부터 분당지역 상용 망에 세계 최초 적용, 향후 트래픽 밀집지역 대상 확대 예정, 클라우드 기지국에 가상화 및 기지국간 간섭제어 기술을 더한 최첨단 신기술”이라고 말했다. KT의 보도자료에서 3일 대신에 2일로 살짝 바꿔 넣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SK텔레콤측은 “본래는 오늘 배포할 자료가 아니었다. KT에서 경쟁사를 폄하해서 어쩔 수없이 자료를 배포하게 됐다. SK텔레콤은 그러한 기술이 있다는 것을 사실 확인 차원에서 알리려는 것뿐이다”고 해명했다.

SK텔레콤의 해명에 석연치 않은 모순이 있다. 왜냐면 보도자료에는 2일로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당초 2일에 배포할 보도자료가 아니었다면, 분당지역에 2일부터 실시한다는 것 또한 사실일 확률이 거의 희박하다. 세계 최초로 분당지역에 가상화 기술을 적용했다는데, 그렇게 엄청난 사건에 기자들을 단 한명도 초청하지 않는 기업은 SK텔레콤밖에는 없을 것이다.

SK텔레콤은 했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당초 계획에 없었던 것이던지, 기자들을 상대로 말로만 퍼뜨리는 황새 따라가는 뱁새용 보도자료던지, 하지도 않았으면서 했다고 주장하기 위한 근거를 만들려는 보도자료던지, 그 근거가 불분명하다.

SK텔레콤의 보도자료 내용도 KT와 거의 비슷하다. SK텔레콤은 SCAN기술을 설명하면서 “SCAN 기술은 기존의 일체형 기지국을 디지털 기지국(DU)과 안테나 기지국(RU)으로 분리해 기지국 신호를 처리하는 디지털 기지국은 한 곳에 집중화하고, 안테나 기지국은 원격으로 여러 개 설치해 동일면적 내에 수용 가능한 무선 데이터 양을 늘려 체감 속도와 용량을 늘리는 기술이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어 SK텔레콤은 “어드밴스 스캔은 집중화 기지국에 IT 서버를 설치하고 여기에 가상화 환경에 협력 통신 기술을 추가 적용해 어드밴스 스캔 서버를 구성, 단순한 가상화 기지국 개념을 넘어 더 스마트한 기지국으로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어드밴스 스캔은 대단한 제품이다. 분당지역에 세계 최초로 적용다고 하니, 엄청난 국가적 역량이 드러난 날이다. 그런데 왜 SK텔레콤은 이렇게 엄청난 사건에 기자들을 단 한명도 초청하지 못했을까 기자들을 KT에 모두 뺏겨서인가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가.... 경쟁사가 잘 차려놓은 설명회의 둥지에 ‘알’을 툭툭 몰래 숨겨 넣다가 향후 기자들 사이에서 SK텔레콤을 지칭하길 ‘뻐꾸기텔’이라고 하지는 않을지 심히 우려된다.

가만히 따져보면, 2일 SK텔레콤의 분당지역 세계 최초 적용은 계획에 없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엄청난 사건에 SK텔레콤이 기자들을 초청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KT는 10일 양재지사까지 공개하면서 가상화 기술을 제어하는 IT 서버의 실체를 공개했는데, SK텔레콤은 지금까지 분당지역의 그곳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또한 세계 최초로 기술을 적용했다는 그 현장 사진도 없다.

이미 KT가 공개한 마당에 SK텔레콤이 ‘스캔의 가상화 기술’을 비밀로 감출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SK텔레콤은 “최초 적용이 중요한 것이다. 분당이든, 어디든 최초로 한 것이 중요한 것이고, SK텔레콤이 KT보다 삼성전자에서 최초로 그 장비를 가져온 것이 중요한 것이다”고만 주장한다면, SK텔레콤은 자기 색깔은 없고 결국 KT 따라가기 회사쯤으로 낙인찍히지 않을는지......“KT가 했다면 SK텔레콤도 같은 장비를 쓰니까 기술이 같다”는 이론적 주장만 하지 말고, 가상화 기술을 적용한 그 최초 사례를 입증할 구체적 실체를 공개하던지....

SK텔레콤이 경쟁사 행사에 재뿌렸다는 의혹은 비단 이번뿐이 아니었다. 지난 해 7월 1일 LG유플러스가 세종문화회관에서 LTE 상용화 기자간담회를 개최했을 때 SK텔레콤은 부랴부랴 행사를 준비해 같은날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LTE시작을 알린 바 있다. SK텔레콤은 오히려 초대손님으로 원빈과 아이유를 초대해 분위기로 경쟁사를 압도하기도 했다.

또, SK텔레콤 계열사인 SK브로드밴드는 2010년 2월 22일오픈IPTV 관련보도자료를배포했다. 배포시점이 절묘하게도 KT행사 바로 전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