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식 사회주의·페미니즘적 가족관 전통적 가족관 붕괴 우려
   
▲ 김흥기 교수

현재 지구상에는 돈을 들여서라도 많은 아내를 얻어 종족 보존의 성공률을 높이려는 문화를 지닌 여러 나라가 존재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딸을 시집보낼 때 부담하는 지참금 때문에 여자 아이를 낙태하고 있기도 하다. 지역과 나라마다 이렇듯 결혼에 대한 문화가 다르다. 바깥 세계의 사람의 눈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지만 그들 각각에게는 삶의 양식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혼인율이 떨어지는 것은 경제적인 관점에서 볼 때 젊은이들의 결혼에 대한 취향이 바뀐 것이 아니라 결혼으로 인해 전보다 더 많은 희생이 요구되면서 ‘결혼의 가격’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양육에 필요한 비용이 높아졌기 때문에 결혼을 아예 하지 않거나 결혼을 해도 출산을 포기하거나 아이를 덜 낳는 것이다.

일부다처제를 허용하면서 많은 아내를 갖는 나라와 현재의 대한민국처럼 결혼하지 않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는 나라는 결혼가격에 각자의 예산을 맞춰서 행동하는 것이라고 보는 게 옳다.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에는 결혼의 가격에는 우리가 독신으로 남았을 때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포함된다. 결혼에도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 있는 것이다.

정부가 우리 사회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한 계획안을 내놓았다. 젊은이들이 결혼할 수 있도록 나라에서 지원해줘서 임신과 출산율을 높이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는데 이번 계획은 현실에도 맞지 않고 실효성도 없을 뿐 아니라 망국적 내용을 담고 있어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먼저 정부에서는 젊은이들이 취업이 어려우니 안정적인 소득을 기대하기 어렵고 결혼을 하려면 돈이 필요한데 특히 이 결혼 자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집’이라고 보아 주거문제 즉 집에서 저출산·고령화의 해답을 찾으려고 한다. 그래서 신혼부부 대부분이 전세로 시작을 하니 전세대출을 개선하겠다는데, 현재 전세는 매물도 없는 실정이다. 공공임대주택은 당장 장애인과 노약자, 취약계층이 들어갈 곳도 부족한데 신혼부부에게 물량을 확대하면 역차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과연 젊은이들이 ‘집’이 없어 결혼을 안 할까? 그것 보다는 결혼 후에 아이를 키울 안정된 주거가 걱정일 것이다. 저출산의 원인은 ‘첫째 결혼을 하지 않는다 둘째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다 셋째 아이를 낳아도 하나만 남는다.’의 세 가지이다.

저출산의 이유를 찾아서 “왜 출산을 하지 않느냐? 왜 둘째 아이를 출산하지 않느냐?”는 식으로 질문해서는 답이 없다. 저출산의 근본원인은 바로 경제·사회적인 원인에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 결혼의 가격이 비싸진 것이다. 속된말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가 나빠진 것이다.

   
▲ 정부 관계자들과 언론에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등 객관적 지표를 근거로 해서 향후 5년을 '골든타임'으로 강조하지만, 정책의 수용자이자 동시에 문제 해결자여야 할 젊은이들은 코웃음을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쳐

젊은이들이 스스로 생각할 때 앞으로 그들의 삶에 벌이가 좋고 보다 안정된 일자리가 합리적으로 기대되지 않는 한 저출산 문제해결은 매우 험난할 것이다.

정부의 또 다른 정책인 이혼 시 양육비 추심강화는 서구처럼 남자들의 결혼기피 현상을 만연하게 할 우려가 있다. 서구의 결혼 기피현상은 1960년대 페미니즘의 확산과 이혼 시 과중되는 남자의 부담이 맞물려 발생한 현상이다.

그런데 이번 저출산 대책을 보면 결혼 시 남자가 치러야 할 대가를 더욱 강화시키겠다는 페미니즘적 사고가 반영되어 있다. 이것은 안 그래도 페미니즘에 짓눌려 지내는 젊은 남성들의 결혼을 더욱 기피하게 만드는 정책이나 다름이 없어 저출산 대책이라고 내놓았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이다.

호주에서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가 큰 낭패를 본 적이 있다. 호주 정부는 2004년 5월 그해 7월1일 출생하는 아이들에게 3,000호주달러의 아동수당을 지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출산 예정일이 가까워진 예비 산모들이 예정되어 있던 제왕절개수술을 미루고 출산을 늦추기 위해 갖은 눈물겨운 노력을 한 것이다.

그 결과 6월에는 출산율이 급격히 감소했고 그해 7월1일 호주의 일일출산율은 30년 내 최고의 수치를 기록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쇼핑의 관점에서 가격을 생각하지만 가격은 우리가 단순히 상점에서 구매하는 물건에만 붙어 있는 게 아니다. 가격에 잘못 손을 댔다가는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 초래되는 것이다. 결혼의 가격도 예외는 아니다.

저출산 대책에 미혼모와 비혼·동거자를 차별하지 않고 출산율을 높이겠다는 것은 대단히 심각한 문제가 있다. 미혼모를 인정하겠다는 것은 청소년의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행동과 심지어 혼외결혼을 조장할 우려가 있어 걱정스럽다.

또한 비혼·동거의 실제 모습은 동성애자들의 결혼 형태일 수 있는데 이것의 차별금지를 한다는 것은 바로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것이 된다. 해외추세와 경향이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옳고 건전한 방향으로 이끌어야 하는 것이 국가가 할 일인데 이게 무슨 망발인가?

정부 관계자들과 언론에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등 객관적 지표를 근거로 해서 향후 5년을 '골든타임'으로 강조하지만, 정책의 수용자이자 동시에 문제 해결자여야 할 젊은이들은 코웃음을 치고 있다. 커다란 간극을 좁혀 나가야 할 정부의 접근법은 여전히 안이하기만 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결혼과 출산은 개인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공동체의 미래를 위한 문제이다. 저출산은 망국의 지름길이다. 자기 경제형편에 따라 결혼하고 말고의 소아적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땅에 발을 붙이고 살고 있는 사람은 그 누구라도 100년도 못사는 짧은 시간을 살다가는 현재적 존재가 아니라 도도한 역사적 주체로서의 의식과 사명감을 가져야만 한다.

전통적 가족제도를 해체하는 유럽식 사회주의적 가족관과 페미니즘적 가족관을 반대한다. 정부와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는 ‘차별금지법’ 제정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김흥기 모스크바 국립대 초빙교수· ‘태클’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