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산수 신공장 준공, 국내 최대 규모인 연간 125만톤 생산 가능

[미디어펜=정단비 기자] 농심이 백산수를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농심은 23일 최근 백두산 백산수 신공장 준공식을 갖고 시험생산을 거쳐 이르면 10월 말부터 본격적인 백산수 사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농심은 2000여억원이라는 사상 최고액을 투자해 10월 백산수 신공장을 준공했다. 세계 최고의 물을 세계 최고 설비로 담아 전 세계 No.1 생수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게 농심의 목표다. 창립 50주년을 맞은 농심이 향후 백년 성장동력을 백산수로 잡은 것이다. 농심이 백두산 백산수에 거는 기대가 남다른 이유다.

농심은 일찍이 먹는샘물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1994년 대법원이 “먹는 샘물의 유통 금지는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바로 다음 해에 ‘먹는 물 관리법’이 제정되면서 생수 판매가 허용된바 있으며 이때 농심이 해외 생수 브랜드 ‘볼빅(Volvic)’을 국내에 처음 들여와 판매했다. 98년 제주삼다수를 판매해 1년여 만에 시장 1위로 만든 것도 농심이다. 사실상 국내에서 생수사업에 관해 가장 많은 노하우를 학습했다고 볼 수 있다.

   
▲ 농심이 최근 백두산 백산수 신공장 준공식을 갖고 시험생산을 거쳐 이르면 10월 말부터 본격적인 백산수 사업에 돌입한다. /농심

백산수 신공장은 약 30만㎡의 부지에 공장동, 유틸리티동, 생활관 등 연면적 8만4000㎡ 규모로 건설됐다. 신공장 내 생산라인은 총 2개로 0.5L와 2L 제품을 각각 생산할 수 있는 ‘전용라인’이다. 여러 크기의 생수를 번갈아 생산하는 범용라인과는 생산속도와 물량에서 월등히 앞선다. 이 두 전용라인에서 분당 약 1650병의 백산수를 생산할 수 있다.

신공장 건설로 백산수 연간 생산량은 국내 생수 브랜드 중 최대로 올라섰다. 신공장에서 연간 생산할 수 있는 백산수는 최대 100만톤이며 기존 공장 생산량 25만톤까지 합치면 연간 125만톤의 백산수를 생산할 수 있다. 국내 1위 제주삼다수의 연간 생산량은 70만톤 내외로 추정된다.

농심은 향후 백산수 사업 확대를 염두에 두고 3개 생산라인을 추가할 수 있는 공간을 공장 내에 확보해 놓았다. 농심은 수원지인 백두산 내두천으로부터 자연 용출되는 원수(原水) 중 하루에만 최대 2만톤을 백산수 공장으로 끌어올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즉각적인 증설로 생산규모를 대폭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향후 5개 라인이 풀가동되면 연간 200만톤 이상을 생산, 에비앙의 생산능력(6000톤/일)을 뛰어넘는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농심은 또한 백산수 신공장은 세계 최고의 설비만으로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생수사업에 대한 농심의 의지와 기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농심은 에비앙, 피지워터 등 글로벌 생수업체에 보틀링(Bottling, 물을 병에 담는 과정) 설비를 공급한 독일의 크로네스(Krones)사는 물론 세계 유수의 기업의 설비로 백산수 제조 전 과정을 구축했다.

농심 관계자는 “세계 최고의 물을 자부하는 만큼 농심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정성과 노력을 다했다”며 “수원지는 물론 생산, 품질면에서 백산수는 세계 최고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농심이 막대한 물량의 백산수 판매를 자신하는 데에는 백산수 신공장만이 보유한 ‘철도 기반 물류 시스템’ 덕분이다. 농심이 이번 신공장 건설 초기단계부터 중점을 두고 진행했던 부분이다. 농심이 단독으로 사용하는 철도망을 통해 백산수를 공장에서 인근 역까지 이동시키면 나머지 구간은 중국의 철도망을 이용한다. 국내에 들어오는 백산수는 중국 대련항까지 약 1000km를 이틀간 달려 이후 배편으로 평택항과 부산항으로 운송된다. 백두산 천지물 백산수를 일주일 내로 국내 소비자에게 공급이 가능한 것이다.

농심 관계자는 “중국은 배급과 물자 이송을 위한 철도가 잘 발달되어 있는 국가”라며 “생산된 백산수를 곧바로 중국 기간 철도망을 활용, 내륙의 주요 거점까지 논스톱으로 운송한다는 점에서 물류비가 대폭 낮아질 것을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물류 시스템이 가능한 이유는 농심이 중국 정부 소유의 철도 운영권을 공장 운영기간 동안 사용하는 조건으로 확보해 놓았기 때문이다. 생수 공장 내에 철도가 있어 기차로 제품을 운송하는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들다. 농심이 보유한 철도는 공장 내부에서부터 백하역 인근까지 총 1.7Km 구간이다.

농심 관계자는 “세계 어느 나라든 철도는 국가 기간산업이며 기업에게 철도 운영권을 주는 경우는 극히 드문데 농심은 백두산 수자원 개발 의지와 비전, 한국과 중국 내에서의 강력한 브랜드 파워로 이를 실현해 냈다”고 말했다.

   
▲ 농심 백산수 생산 라인. /농심

농심은 백산수 사업 구상 때부터 글로벌화를 지향했다. 백산수를 세계적인 생수 브랜드 한국판 에비앙으로 키우기 위한 농심의 행보는 세계 최대 생수시장인 ‘중국’에서부터 시작된다. 농심은 14억명의 중국을 중심으로 한국과 아시아는 물론 세계시장까지 영역을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유로모니터 자료에 따르면중국의 생수시장 규모(2014년 기준)는 약23조원으로 지난해 한국(6000억원)의 38배가 넘는다.

특히 농심은 중국 내 불고 있는 프리미엄 생수시장의 성장에 주목했다.

안명식 연변농심 대표는 "백산수, 농푸산췐(農夫山泉), 와하하(娃哈哈), 에비앙 등 천연광천수로 분류되는 프리미엄 제품군의 중국 내 성장률은 전체 생수시장 성장률을 앞선다”라며 “이는 급격한 도시화로 수질 논란이 더해지면서 중국 소비자들의 건강한 물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고 소득수준도 과거에 비해 많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백두산 광천수 사업에 중국 기업들이 앞다투어 진출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농심은 중국 전역에서 현지 및 글로벌 생수 업체와 당당히 맞붙는 유일한 한국기업이다. 중국이 백두산 수자원 보호 명목으로 2009년부터 외국기업의 진출을 불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심은 그보다 훨씬 앞선 2003년부터 백두산 일대 생수사업을 구상했으며 이번 신공장도 2008년에 사업권을 이미 확보했다. 이로써 농심은 기존의 촘촘한 영업망을 바탕으로 중국 전역에 백산수를 안정적으로 판매할 수 있으며 한국 브랜드로 당당히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을 벌이게 됐다.

우선 농심은 신공장에서 생산되는 백산수의 약 70% 정도를 중국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중국 전역에 거미줄처럼 퍼져있는 1000여 개의 신라면 영업망을 활용해 초기 입점률을 최대한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농심은 세부적으로 중국 지역을 22개 시장으로 세분화하여 동쪽에서 서쪽으로 단계별로 공략해 나갈 예정이다. 1단계 공략지역으로 수원지 인근의 동북3성(길림성, 요녕성, 흑룡강성)과 상해시, 청도시 3 곳을 정해 영업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특히 동북 3성에서 백산수를 ‘지역 대표 특산물’ 브랜드로 각인시켜 2017년까지 이 곳에서만 국내 삼다수 연매출(2630억원)과 맞먹는 27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이후 동부해안 대도시와 서부내륙 지역으로 차츰 영역을 넓혀나가 2025년까지 중국 전역에서 1조원의 백산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농심 박준 대표이사는 “농심이 지난 50년 동안 ‘면(麵)의 역사’를 써 왔다면 앞으로는 ‘물의 신화’를 만들어 갈 것”이라며 “백산수 신공장이 풀가동되고 중국 내 판매와 해외수출이 본궤도에 오르면 한국기업의 생수 브랜드가 세계적인 생수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