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구사 구조조정·체질변화로 새로운 성장 동력 찾아
컨슈머워치는 21일 ‘한샘을 바꾼 이케아’를 주제로 소비자포럼을 개최했다. 곽은경 자유경제원 시장경제실장은 발표를 통해 “이케아 효과로 인해 한샘은 '가구 판매'에서 '공간 컨설팅'으로 전략을 변경하고, 현대리바트는 인테리어 컨설팅을 위해 '리바트 하우징'를 선보이고, 가구부터 소품까지 한 곳에서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복합형 매장을 늘리는 등 이케아와의 차별화 전략으로 무료배송과 조립 서비스 확대했다”면서 “이러한 노력으로 한샘은 2015년 전년 동기 대비 상반기 영업이익이 42%이상 증가, 현대리바트는 2013년 5258억 원에서 2014년 6653억 원으로 매출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곽 실장은 “기업 크기가 아니라 소비자 마음을 얻기 위한 치열한 노력, 아이디어가 성공을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아래 글은 곽은경 실장의 발제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곽은경 자유경제원 시장경제실장·경제학 박사

이케아,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다.

스웨덴의 가구기업 이케아(IKEA)가 2014년 12월 18일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경기도 광명에 자사 매장 중 가장 큰 규모의 매장을 세우자, 국내 가구 업계는 외국계 대기업이 가구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중소기업이 주를 이루고 있는 가구 시장에 외국계 대기업이 들어온다면 경쟁력이 낮은 국내 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반면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가구를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이케아의 진출을 반겼다. 지방에서 이케아를 방문하려 광명까지 오는 소비자가 있는가 하면, 몇 번을 가도 기나긴 대기줄 때문에 입장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있었다. 이케아 측은 오픈 3개월여 만에 누적 방문객 수가 220만 명을 넘어섰으며, 평일 기준 하루 매출은 4억 원, 주말·공휴일 기준 일 매출은 10억 원에 이르며, 연 매출은 2000억 수준이라고 전망했다.

이케아의 등장, 가구 소비문화 변화 이끌어

소비자들이 이케아에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이케아는 기능 중심의 단순한 디자인, DIY(Do It Yourself, 소비자가 직접 조립에 참여) 방식으로 판매가격을 낮췄다. 이케아의 저렴한 가격은 국내 소비자들의 가구소비문화를 바꾸어 놓았다. 보통 가구는 한번 구입하면 10년 이상 구입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혼수로 장만한 장롱을 수십 년씩 쓰게 되기 때문에 오래둬도 질리지 않는 색과 디자인이 주를 이룬다. 이케아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가구도 저렴하게 구입해서 짧게 쓰고 버릴 수 있는 소모품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이는 1인 가구 시대 트렌드에도 부합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가구는 1990년 9.0%에서 2015년 26.5%로 크게 증가했다. 이사가 잦은 1인 가구의 경우, 이사 과정에서 망가져도 부담 없는 저가의 이케아 가구를 선호한다. 실제 이케아의 유럽, 미국시장에서 주 소비자층은 1인 가구, 저가 임대주택 거주자들이다.

   
▲ 이케아의 등장, 가구 소비문화 변화를 이끌었다./사진=이케아코리아 제공

이케아는 유행에 맞춰 인테리어를 자주 바꾸고 싶은 젊은 세대의 인테리어 욕구도 만족시키고 있다. 20-30대 소비자들 사이에서 스칸디나비아풍 인테리어, 북유럽풍 인테리어, 자연주의 인테리어 등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유행이다. 전문가의 영역으로만 치부되었던 인테리어를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가 직접 할 수 있다는 점도 이케아가 가져다 준 변화다. 신혼부부뿐만 아니라 남자 자취생의 거실에도 이케아의 DIY 옷장과 서랍장, 선반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홈퍼니싱, 국내 가구시장 확대 계기가 돼

소품 인테리어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권도 넓어졌다. 이케아는 국내 가구 시장에 가구뿐만 아니라 각종 인테리어 소품을 포함하는 홈퍼니싱이라는 개념을 도입시켰다. 이케아 매장에는 집안처럼 꾸며놓은 ‘쇼룸’이 있는데, 가구뿐만 아니라 각종 인테리어 소품을 배치해 두고 있다. 소품은 작은 부피에, 저렴한 가격으로 세련된 인테리어가 가능해 소비자의 만족도가 높다. 실제 이케아 매출 중 홈퍼니싱 제품이 60%를 차지한다.

또한 이케아 등장 이전에는 소비자들은 가구거리에서 단순히 가구만을 구입했다. 이케아는 소비자들에게 가구를 구입하러 와서 마음에 드는 커텐, 전등도 함께 구입하고, 식사까지 해결하는 복합 문화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개방은 오히려 가구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케아의 등장으로 우리 국내 가구시장은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홈퍼니싱 시장의 확대다. 홈퍼니싱 시장은 2008년 7조원 규모에서 2015년에는 12조 5000억 원 규모로 증가했다. 한샘은 ‘가구 판매’에서 ‘공간 컨설팅’으로 전략을 변경했으며, 현대리바트는 인테리어 컨설팅을 위해 ‘리바트하우징’을 선보였다.

가구기업 뿐만 아니라 유통 기업들도 인테리어 소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이마트, 롯데마트도 홈퍼니싱 매장을 강화하는 추세다. 이마트는 킨텍스점에 1000평 규모의 ‘더 라이프(The LIFE)’ 매장을 마련하고 가구, 수납, 조명, 가든데코, 욕실, 키즈, 주방 등의 섹션을 만들어 5천여 품목을 판매하고 있다.

   
▲ 이케아의 등장은 홈퍼니싱 국내 시장의 확대와 재편을 가져왔다. 현대리바트는 인테리어 컨설팅을 위해 ‘리바트하우징’을 선보였다./사진=현대리바트 잠실점 제공

한편 한샘과 리바트 등 국내 주요 가구기업들은 이케아의 등장에 맞춰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B2B에서 B2C로 소비자 타겟을 변경하고 중저가 제품을 선보였다. 확대된 홈퍼니싱 시장에 적극 반응해 가구부터 소품까지 한 곳에서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복합형 매장을 냈고, 이케아를 의식해 매장을 대형화하는 경향도 보였다.

국내 가구 업계의 경쟁력 강화 계기돼

이케아가 하지 않는 분야의 서비스를 강화하는 차별화 전략도 펼쳤다. 이케아의 슈퍼마켓식·DIY 가구 판매에 대응해 무료배송과 조립 서비스를 확대했다. 가격이 조금 더 비싸더라도 오래 쓰는 튼튼한 가구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했다. 조립에 익숙하지 않거나 50-60대 중장년층 소비자들을 집중 공략한 것이다. 또 온라인 몰을 활성화 했고, 할인행사를 강화했다.

현재까지 ‘이케아의 효과’로 체질변화를 시도한 주요 가구 기업들의 시장성과는 긍정적이다. 한샘의 경우 2015년 전년 동기 대비 상반기 영업이익이 42% 이상 증가했다. 매출액이 2014년 1조 원에서 2015년 1조3천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현대리바트 역시 2013년 5258억 원에서 2014년 6653억 원으로 매출액이 1천억 원 이상 늘어났다. 이케아에 대한 관심이 가구 구입에 대한 수요를 촉진 시켰으며, 이것이 국내 대형 가구업체들의 실적에도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주가에도 이러한 경향이 반영된다. 현대리바트는 2013년 5천 원대의 주가가 현재 5만 원으로 크게 상승했으며, 한샘은 현재 25만 원 수준이다.

이케아이 시장진입으로 자국 기업이 경쟁력을 갖춘 사례는 일본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일본의 닛토리라는 회사는 2006년 이케아의 진입으로 급성장했다. 닛토리는 이케아의 제품과 서비스가 불편하다는 점에 착안해 배송서비스를 실시하고, ‘편리함’과 ‘친절함’을 강조했다. 그 결과 이케아를 누르고 업계 1위의 지위를 굳건히 다졌다.

문제는 중소형 가구업체들이다. 홈퍼니싱 시장의 확대로 전체 가구시장의 규모는 커지는데, 영세한 가구업체들의 수는 줄어들고 있다. 대기업은 이케아에 대응해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경쟁력이 없는 중소기업들은 이마저도 어렵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의 발표에 따르면 이케아의 국내 진출로 광명지역 가구 소매점의 72%가 10~30%의 매출감소를 겪었다. 앞으로도 가구 시장에 이러한 현상은 심화 될 것이다.

영세기업 중심의 가구시장 구조조정 기회

이케아 등장 이전부터 국내 중소 가구업체들은 가격, 디자인, 품질, AS 측면에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국내 가구 시장에서 브랜드 가구 비중은 30%에 불과하다. 즉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영세한 업체라는 말이다. 선진국에서는 대기업 비중이 70% 이상에 육박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경쟁력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가구시장이 재편된다는 것은 경쟁을 통한 자생적 질서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골목상권 보호 논리는 여기서도 통한다. 경기도가 이케아가 영세가구업체 뿐만 아니라 직물, 생활용품 등의 골목상권을 해친다며 이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가구산업 지원을 위해 세금 42억 3천만 원을 지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 한샘과 현대리바트 등 10대 가구기업의 팔을 비틀어 납입처를 해외가 아닌 국내 중소기업으로 전환한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 가구업계 선두주자인 한샘은 확대된 홈퍼니싱 시장에 적극 반응해 가구부터 소품까지 한 곳에서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복합형 매장을 냈고, 이케아를 의식해 매장을 대형화하는 경향도 보였다./사진=한샘 로고

이케아와 같은 대형유통업체가 시장에 진출하면 중소업체 및 자영업자들이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가구업체를 무조건 보호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미국의 월마트가 진출한 도시마다 자영업자들이 일터를 잃었다. 그러나 이것은 눈에 보이는 현상일 뿐, 실제로 물가를 13%나 떨어트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소비자들은 생활비를 13%나 저렴한 가격에 생필품을 사게 된 것이다. 대형유통업체의 정교화, 고도화, 다양화는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높여준다. 이것이 미국인의 생산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대형유통업체 주변에는 새로운 형태의 수많은 일자리가 생겨난다. 시장에서 밀려난 국내 중소 가구 업계 종사자들은 생산성이 높은 곳에 투입될 기회를 갖게 된다. 늘어난 홈퍼니싱 시장에 뛰어들거나, 이마트나 홈플러스 등 유통업체의 홈퍼니싱 OEM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17살에 이케아를 창업한 잉그바르 캄프라드도 고향집 농장의 가로세로 1m짜리 창고에서 시작했다. 대기업이라서 경쟁력이 높은 것이 아니라, 경쟁력과 생산성이 높은 기업이 시장에 살아남는다. 이런 의미에서 이케아의 등장은 국내 가구 시장에 새로운 활력이 될 것이다. /곽은경 자유경제원 시장경제실장·경제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