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소식통 “산음 무기공장에서 동창리 발사장까지 차량으로 로켓 운송”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10월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으로 장거리미사일 시험 발사를 준비했다가 보류한 이유는 로켓의 연료를 채우던 과정에 결함을 발견했기 때문이라는 정통한 대북소식통의 전언이 23일 입수됐다.

지난 2012년에도 북한은 로켓 발사를 연기한 적이 있으며, 당시에도 연료 결함이 원인이었다. 이번에도 연료 결함 때문에 발사 시기가 조정된 것이라면 이미 발사대에 로켓 장착 단계가 진행됐던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번 소식통의 전언은 그동안 북한이 수차례 장거리로켓 시험 발사를 공언해왔지만 한미 정보당국은 발사 임박 징후를 전혀 파악한 적이 없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북한이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압박을 받아들여 로켓 발사를 보류했다기보다 기술 결함 때문에 보류한 것이라면 언제든지 결함을 보완해 재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통한 대북소식통은 “북한이 당 창건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장거리로켓을 시험 발사하려고 준비했다가 포기한 이유는 로켓의 연료탱크 부분의 결함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며 “발사대에 3단 로켓을 장착한 뒤 연료저장소에 연료를 채우고, 발사 마무리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가 이 과정에서 결함이 발견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 4월 광명성 3호 인공위성을 실은 북한 로켓 ‘은하 3호’도 발사 2분여만에 공중에서 폭발한 일이 있었다. 당시 전문가들은 1단 로켓 추진엔진의 결함을 이유로 보고 엔진 내부에서 연료 누출이 발생해 연료 배관이 압력을 못 견디는 바람에 공중 폭발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후 북한은 이란 전문가를 초청하는 등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에서 수차례에 걸쳐 로켓 엔진 성능 개선시험을 실시한 결과 8개월만인 12월12일 ‘은하 3호’ 발사에 성공했다.

   
▲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012년 12월 보도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발사되고 있는 북한 장거리 로켓 은하3호./사진=연합뉴스

이와 함께 대북소식통은 로켓 동체는 알려진 것처럼 열차가 아니라 트럭으로 운반한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무기공장이 있는 산음동에서 발사대가 위치한 동창리까지 로켓 동체는 나무함에 넣어서 트럭 안에 고정시킨 뒤 운반한다”며 “운반 시간도 위성으로 감시되는 열차 운행시간이 아니라 한밤중 시간을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의 전언대로라면 이달 초 “미사일로 추정되는 화물을 실은 열차가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으로 향하고 있다”는 아사히신문의 지난 2일자 보도는 맞지 않다. 당시 이 보도로 인해 북한 장거리미사일 발사가 임박했다는 추정이 난무했었다.

북한은 이달 초까지만 해도 장거리미사일 발사 강행 의지를 스스로 밝혔기 때문에 시험 발사는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였다. 리수용 북한 외무상도 2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평화적 위성 발사를 문제시하는 부당한 행위에 대해서는 모든 자위적 조치들로 끝까지 강경 대응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북한은 지난 7월 동창리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장거리 로켓 엔진 연소실험을 한 사실이 있고, 이 때문에 3년 만에 장거리미사일 시험 발사가 있을 것으로 예상돼 왔다. 게다가 북한은 2013년부터 동창리 로켓 발사대를 기존 50m에서 67m로 높이는 증축공사를 해왔다.

이번에 북한 로켓의 연료 결함 소식을 전한 대북소식통은 앞서 지난 8월 “북한이 10월8일 장거리로켓 발사를 계획으로 ‘인공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하기 위한 결사대’도 조직했다”고 전한 바 있다.

소식통은 “북한에서 로켓 발사에 앞서 제2자연과학원 원장이나 부원장을 결사대장으로 하는 결사대가 조직된다”며 “결사대는 발사 시점 수개월 전에 조직되며, 결사대가 조직되면서 발사 시점도 정해진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2000여명 정도로 구성된 로켓발사결사대는 북한에서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과학자, 교수와 군인은 물론 미사일을 운반하고 발사대 주변에서 작업할 노동자까지 포함하고, 북한의 여러 군수공장을 관장하는 제2경제위원회 기술자도 결사대에 참가한다"고 했다.

이런 소식통의 전언이 있은 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동창리 발사장 발사대 동쪽 끝에 새 건물을 짓고 발사대와 연결된 플랫폼을 만들고 있는 위성사진을 근거로 해서 이 안에서 미사일 제작과 조립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판단했다.

북한은 이번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보류한 이후 최근 북한우주개발국 대변인 성명으로 “위성 발사는 매우 어렵고 까다로운 절차”라면서 “특정한 날짜에 수행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우리 국정원은 지난 20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감에서 "북한이 노동당 창건일에 맞춰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계획했지만 중국의 반대와 기술적 준비 미흡으로 실행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또 현재 북한이 4차 핵실험을 준비 중이지만 실험 시기가 임박하지는 않았다고 보고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영변 원자로 가동을 휴민트(인적정보)와 테킨트(기술적 정보)로 지속적으로 관찰하는데, 당장은 아니지만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따라서 북한이 네 번째 장거리미사일 시험 발사와 핵실험을 언제 강행할 지는 예측할 수 없다. 2012년 ‘은하 3호’ 발사 때에도 북한은 당초 발표한 로켓 발사 시간을 연기한다고 했다가 이틀만에 허를 찌르듯 전격적으로 로켓 발사를 감행했다. 더구나 발사 전날 우리 정부는 “북한이 로켓 발사대에 장착했던 장거리 로켓을 내려서 분리하는 해체작업에 나섰다”고 발표해 부실한 정보력을 드러냈었다.

그동안 북한은 장거리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기 전 국제사회에 통보하는 시점도 자신들 마음대로 약 한달 전에도 했다가 열흘 전에도 하는 등 종잡을 수 없는 태도를 보여왔다. 로켓 발사를 하려면 적어도 일주일 전에 미사일 동체를 이동시켜 조립하고, 사흘 전에는 로켓을 발사대에 장착한 뒤 연료를 주입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북한이 장거리미사일을 시험 발사한다면 사거리 1만3000㎞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은하 3호’가 1만㎞에 달했던 것으로 분석됐고, 동창리 발사대 높이도 증측된 만큼 사거리 연장 시험이 필요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