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국내 대형 조선 3사가 경기 불황에다 해양플랜트 악재가 겹치면서 올해 사상 최대인 7조원이 넘는 적자를 낼 전망이다.

이는 국내 대표 우량기업인 현대자동차의 지난해 영업이익과 맞먹을 정도로 큰 액수다. 조선 빅3는 최악의 상황에 몰렸음에도 경영 부실 그리고 노사 갈등까지 벌어져 중국 업체에 세계 조선 시장을 내주고 자멸할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조선 3사는 올해 연간 총 7조4000여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추정됐다.

이들 빅3는 올해 상반기에만 총 4조7000억원의 영업 손실을 봤다. 하반기에 3조원 가량의 추가 적자가 예상된다는 의미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적자는 국내에 조선업이 생긴 이래 처음이며 조선 빅3가 동반 적자를 내는 것도 처음이다.

지난 2분기 3조원이 넘는 적자를 낸 대우조선은 올해 연간으로 5조3000여억원 적자가 예상되며 삼성중공업이 1조5000여억원, 현대중공업이 6000여억원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의 추가 부실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조선 빅3의 올해 적자가 사상 최대 규모를 피할 수 없게 됐다"면서 "이는 이들 업체가 향후 10년간 일해도 갚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액수"라고 말했다.

1990년대 후반 외환 위기 당시 삼성중공업 등이 일부 적자를 내기는 했으나 2000년대 들어서 빅3 중 적자를 낸 사례는 지난해 현대중공업이 유일하다.

지난해 4천710억원의 흑자를 냈던 대우조선은 올해 상반기에만 해양프로젝트 공기 지연 악재가 반영되면서 3조원 넘게 적자를 냈다.

대우조선은 올해 영업손실만 5조3000억원에 이르고 2017년에 이르러서야 실질적인 영업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상반기에 3조2000여억원, 하반기에 2조1000여억원의 적자가 전망됐다.

설상가상으로 대우조선에 4조원대 지원을 놓고 채권단은 고강도 자구계획과 노사의 동의서를 먼저 받아내기로 하면서 경영 정상화가 진통을 겪을 조짐이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대우조선 지원에 앞서 자구계획과 노조 동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지원계획을 전면 보류했다. 이에 대해 대우조선 노조는 자금지원을 빌미로 임금 동결이나 파업 포기 등을 요구하는 것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 채권단 지원이 쉽지 않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손익 전망 공시를 통해 매출 10조7000억원에 1조3700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자체 추산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도 불확실성이 커서 올해 적자 규모가 1조5000여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수원사업장을 매각하고 임원 수를 줄이는 등 긴축 경영을 시도하고 있으나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가 기본급 0.5% 인상 등을 포함한 임단협 협상안을 투표를 통해 통과시키는 등 느슨한 분위기가 여전하다.

지난해 3조2500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냈던 현대중공업은 올해 상반기 4719억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하반기에도 적자 행진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1000억원과 1500어원 수준의 적자가 예상된다. 현대중공업이 2년 연속 적자를 내는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노사 갈등은 여전하다. 현대중공업 사측은 임금협상 교섭에서 임금 동결, 생산성 향상 격려금 100%, 안전목표 달성 격려금 100만원 등을 제시했으나 노조는 임금 12만7560원 인상, 직무환경수당 100% 인상, 성과연봉제 폐지, 고용안정 협약서 체결 등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 빅3가 주춤하는 사이 후둥 중화 등 중국 조선소가 수준 잔량 기준 세계 6~9위까지 휩쓸었으며 중국 조선소 70개가 세계 150위권 내에 포진하며 한국 조선업을 포위한 상황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금 국내 조선업이 얼마나 위기인지 정작 종사자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면서 "지금 상황에서는 모두 합심해 위기부터 극복해 나가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