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100세를 바라보는 아버지가 65년 만에 두 딸에게 "예쁜 꽃신을 사주겠다"고 한 약속을 지켰다.

구상연씨(98·충남 논산시 채운면)는 25일 외금강호텔에서 열린 개별상봉에서 북에서 온 딸들에게 준비해온 꽃신을 전했다.

구씨와 동행한 둘째 아들 구강서씨(40)는 “꽃신을 개별상봉 때 전달했다”면서 “그런데 두 분은 별다른 말이 없으시더라”고 말했다.

헤어질 때 각각 6살, 3살이던 북측의 딸 구송자·선옥 씨는 어느덧 71세와 68세의 할머니가 돼 있었다.

구씨는 65년 전 헤어질 때 두 딸에게 “고추를 팔아 예쁜 꽃신을 사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갑자기 북한군에 징용되는 바람에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구씨는 “1950년 9월16일, 그때가 추석이었는데 갑자기 황해도 월장에 있는 광산에 간다고 오후 4시까지 월장항에 집결하라고 하더라. 사실 그게 인민군 모집이었던 건데, 당시 나는 몰랐다”고 털어놨다.

그는 “서른이 넘어 군대 갈 나이도 아니고…. 그렇게 월장에 있는 항으로 가면서 딸과 헤어졌다”고 덧붙였다.

이후 인천상륙작전 후 미군에게 포로로 잡혀 거제포로수용소로 보내졌다.

이번 남측 방문단 최고령자 중 한 명인 구씨는 휠체어에 의지할 정도로 거동은 불편한 상태지만, 딸들에게 줄 꽃신만은 품에 꼭 품고 금강산을 찾았다.

구씨의 큰아들 구형서씨(42)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누나들에게 예쁜 신발과 옷감을 사주라고 얘기를 하셨다”고 귀띔했다.

두 딸은 전날 단체상봉 때 첫 만남에서 아버지에게 나란히 큰절을 올렸다. 구씨가 북에 두고 온 아내는 1959년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