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9월 소련의 대한항공(KAL) 007기 격추 등으로 미국과 소련의 위기가 최고조에 달하던 무렵 양측이 핵전쟁 위기까지 갔다는 미국 정부 기밀문서가 공개됐다.

연합뉴스는 24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를 인용하며 이와 같이 전했다. 뉴스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109쪽 분량의 '소련의 전쟁공포' 보고서가 최근 비정부기구 국가안보기록보존소의 요청에 따라 기밀문서에서 해제됐다.

관련 문서 분석과 인터뷰를 거쳐 작성된 보고서는 "1983년 소련 지도자들 사이에서는 '전쟁공포'(war scare)가 실존했다"며 "미국은 ‘본의 아니게’ 소련과의 관계를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몰아넣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1983년 가을은 미국과 소련의 냉전 시대 중에서도 가장 냉랭했던 시기로 꼽힌다. 그해 9월 KAL 여객기가 사할린 상공에서 소련 미사일에 격추돼 탑승자 269명이 사망했고 11월에는 미국이 중거리 핵미사일 퍼싱Ⅱ과 지상발사 순항 미사일을 유럽에 배치했다.

나토가 11월 '에이블 아처 83'이라고 불리는 군사훈련을 진행한 것은 상황이 극에 달하도록 만들었다.

소련은 이 훈련이 ‘실제 공격’일지도 모른다고 우려해 동독과 폴란드 공군에 최고 경계태세를 유지하라고 명령하고 정찰 비행도 대폭 늘렸다. 국가안보위원회(KGB)와 군 정보기관에 각국에서 핵전쟁 준비 신호가 있는지 감시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훈련 중에 소련이 미군의 행동을 실제 공격준비로 오인했더라면 상황이 극도로 위험해질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미국은 당시 소련의 움직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이듬해 정보기관의 사후 분석에서 상황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3년에는 영국에서도 1983년 당시 소련이 나토 훈련을 오인해 핵전쟁 발발 직전까지 같다는 비슷한 내용의 영국 정부의 기밀문서가 공개됐다. [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