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설유치원 신설 주장은 철밥통 지키기 위한 꼼수
   
▲ 김정욱 국가교육국민감시단 사무총장

교육부는 『도시개발 사업 등에 의한 인구 유입지역의 공립유치원 유아 수용 규모를 초등학교 정원의 4분의 1이상에서 8분의 1이상으로 변경』하는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바 있다.

교육부의 이번 조치는 공·사립유치원의 충원율, 출생률 감소에 따른 인구동향추이, 공·사립간 재정투입 효율성 및 학부모 만족도, 유보통합 추진계획 등을 고려하여 공립유치원의 법령에 의한 수용규모 기준선을 낮추는 것으로 시의적절한 것이다. 이러한 교육부의 시행령 개정안은 감사원의 감사지적사항을 받아들인 결과이기도 하다.

그런데 조희연 교육감은 교육부 결정에 반대한다며 지난 8일 논평까지 발표했다. 이 논평에서 유아교육 공교육화에 대한 그릇된 개념을 주장한 것은 서울시교육청의 수준이 함량미달임을 드러냈을 뿐이다. 아울러 유아교육 담당공무원의 밥그릇 챙기기 논리가 논평 속에 포함된 것을 보며 진보교육감의 생각을 제대로 담아낸 것인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조희연교육감 ‘공교육화=높은 공립비율’, 발상부터 잘못된 것
사립유치원 교육비에 대한 국가 부담율부터 높이는 것이 순서

첫째, 조 교육감은 『2012년도 우리나라의 공·사립유치원 수용률은* 공립 20.7%, 사립 79.3%로, 2012년도 OECD 평균(공립68.6%, 사립 31.4%)과 비교하면 공립유치원의 수용비율이 현저히 낮다』며, 『유아교육의 공교육화를 위해 공립유치원의 비율을 50%까지 끌어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눈감고 아웅’ 하는 이런 식의 주장에 웃음만 나온다. 공·사립간 비율을 맞추어 나가는 것과 유아교육의 공교육화와 아무런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중·고등학교의 경우를 살펴보자. 공립학교의 비율은 40%에 불과하다. 공립의 비율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중등교육부터 공교육화에 실패한 셈이다.

   
▲ 교직원 인건비 포함 원아 1인당 교육비 현황. 사립유치원 보다 공립유치원이 훨씬 더 높은 교육비용이 들어간다.

공교육화란 교육비의 부담 주체가 누구인가에 달린 문제이다. 전체 유치원의 80%를 차지하는 사립유치원의 경우 국가의 교육비 부담률이 40%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유아교육의 공교육화를 진정성 있게 주장하려면 먼저 사립유치원의 원아 교육비에 대한 국가의 부담률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다. 사립에 속한 대다수 유아들에 대한 교육비 지원은 동결한 채 코끼리 비스켓에 불과한 공립 유치원 몇 개를 세운다고 해서 유아교육이 공교육화 되는 것은 아니다.

단설유치원 신설 주장은 공무원들의 밥그릇 지키기 위한 속임수

둘째, 조 교육감은 『초등학교 학급 수 감소로 인한 여유교실에 병설유치원을 신설하는 것은 돌봄교실, 교과교실제, 학급당 학생수 감축 정책 등으로 인해 사실상 어렵다』며, 따라서 『서울의 경우 택지개발 지역에 단설 공립유치원을 신설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공립유치원을 세우되 병설이 아닌 단설유치원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을 노골적으로 펼치는 것은 시민들을 속이려는 후안무치한 태도다.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은 교장과 행정실 기능을 초등학교에서 겸직하기 때문에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일만 늘어나는 셈이다. 하지만 단설유치원이 신설되면 원장(장학관) 자리에서 시작하여 여러 개의 승진할 자리와 보직이 생긴다. 서울 서초구에 단설유치원 하나 신설하는데 70억 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었다. 그래봐야 수용인원은 매년 100명 내외일 뿐이다. 엄청난 예산을 퍼부었으나 국가적으로 볼 때 유아교육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뿐이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의 공무원들에게는 인사적체의 숨통이 풀리는 셈이다.

   
▲ 사립유치원은 국공립에 비해 반값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사립유치원이 감당하고 있는 전국의 영유아 수는 전체의 75%다. 공립유치원에는 25%, 4분의 1 가량의 영유아가 다니고 있다./자료=미디어펜 제작. (단위는 월간 만원 기준, 취원 영유아 수는 %비중.)

교육비의 예산효율성을 비교해보자. 원아 1인당 월평균 교육비는 단설유치원이 가장 많이 든다. 교육부 통계에 의하면 단설 785,423원, 병설 616,070원, 사립 553,575원 순이다. 대부분 인건비 때문에 생기는 차이다. 단설유치원 시설에 투자한 70억 원은 고려하지 않은 순수한 교육경비만 비교한 수치이다. 시설투자비를 감안하면 단설유치원의 월평균 교육비는 1백만 원을 상회한다고 보아야 한다.

학부모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사립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면 20~30만 원 정도만 지원 받고 나머지는 개인의 부담인데, 공립 병설유치원에 보내면 616,070 전액을 지원받고, 공립 단설유치원의 경우 시설투자에 들어간 혜택(약 1백만 원)까지 모두 받는 셈이다. 똑같은 세금을 낸 학부모지만 사립유치원 학부모의 세금이 공립유치원 원아를 지원하는 셈이다.

똑같은 세금 냈지만 사립유치원 학부모 세금이 공립유치원 원아를 지원하는 셈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서울의 경우 신규택지 개발은 주로 중산층이나 부유층이 입주하는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에 단설유치원이 세워지면 1백만 원에 이르는 최고의 유아교육 서비스를 공짜로 받는 아이들은 어렵고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이 아니다. 차라리 이런 부유층 입주지역에는 더욱 더 사립유치원이 들어가도록 권장할 일이다.

셋째, 조 교육감은 『공립유치원 입학희망 비율은 43.4%이지만 실제 공립유치원에 다니는 비율은 11.0%에 불과하여 공립유치원이 매우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육아정책연구소 조사에 의하면 유치원 학부모 만족도는 공립(91.8%) 보다 사립(92.6%)이 더 높게 나타났다. 공립유치원의 희망비율이 높은 것은 교육비를 대부분 국가가 부담하기 때문이지 사립보다 경쟁력 있는 교육을 제공하기 때문은 아니다. 만약에 국가가 사립유치원 원아들에 대한 교육비지원을 공립과 동일하게 한다면 대다수 학부모들은 사립을 선호할 것이다.

끝으로 유아수용비율은 이론적인 숫자에 따를 일이 아니라 현실에 맞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어린이집이라는 보육시설이 활성화되어 있어 전체 유아들의 유치원 희망률은 50%를 넘지 못한다. OECD 국가들과 비교할 일이 아니다. 그 중에서 80%가 사립이므로 공립의 수용규모는 전체 유아의 10%대 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초등학교의 1/8을 하한기준선으로 하는 것은 타당성이 있다. 오히려 법령이 현실과 동떨어진 1/4을 강제할 경우의 부작용은 누구도 책임질 수 없다.

이제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평등교육을 외치는 조희연 교육감이 왜 이런 주장을 담은 논평을 낸 것인지 의아하기 그지없다. 조 교육감은 유아교육의 공교육화가 공립유치원 늘리기라는 그릇된 논리에 터전을 잡고 있는 후보시절의 공약도 수정하기 바란다. 유아교육과 공무원들은 교육감의 그릇된 공약을 빌미삼아 자신들의 밥그릇을 늘리기 위한 교묘한 주장으로 더 이상 서울시 교육정책을 혼란스럽게 하지 말기 바란다.

   
▲ 조희연 서울시교육청 교육감은 감사원 지적을 받아들인 교육부 결정에 반대한다며 지난 8일 논평을 발표했다. 이 논평에서 유아교육 공교육화에 대한 그릇된 개념을 주장한 것은 서울시교육청의 수준이 함량미달임을 드러냈을 뿐이다./사진=연합뉴스

한국사립유치원연합회 서울지회 소속 600여개 유치원 관계자들이 서울시교육청 유아정책에 항의하기 위해 26일 집회시위를 예고한 것도 서울시교육청이 스스로 불러온 사태라 아니할 수 없다.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 중에서 유일하게 유아교육과를 신설한 것이 서울시교육청이다. 유아교육 담당공무원들이 밥그릇 지키기를 위해 선두에서 깃발이나 날리는 것이 유아교육과의 역할이라면 이런 부서는 폐지하는 것이 좋겠다.

공무원 조직은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고 살아남기 위해 부단히 일을 만들어 내고 자리를 지키기 위한 정책을 생산해 낸다. 때론 관련된 조직과 공무원들이 이심전심 하나로 뭉쳐 꼼수 정책을 밀어붙인다. 병설유치원 신설이 어렵다며 줄줄이 열거한 이유들! 그 억지스러움을 보며 검은 속내가 엿보인다. 조 교육감은 유아교육과의 정책실패로 원아모집 방법을 놓고 혼란을 빚었던 1년 전 상황을 되돌아보기 바란다. /김정욱 국가교육국민감시단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