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 목소리에도 트럼프발 변동성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한국은행이 4월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2.75%에서 동결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폭탄' 부과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수출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탄핵 정국 장기화로 부진한 경기를 고려했을 때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당장 추가 인하를 단행하기에는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여전히 크고,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이후 가계부채 상황 등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한국은행은 17일 오전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현재 연 2.75% 수준의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10월과 11월, 올해 2월 각각 0.25%포인트(p)씩 총 세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했다. 기준금리는 지난 2020년 10월(2.50%→3.00%) 이후 2년 4개월 만에 2%대로 내려왔다.

한국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악재가 겹겹이 쌓이며 내수경기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금리인하 필요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정치적 혼란으로 소비와 투자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미국의 관세폭탄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환율 변동성과 지난 2월 토허제 해제 이후 가계부채 상황, 추가경정예산 규모와 집행 시기 등도 당장 금리를 움직이는데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일단 금리를 동결해 상황을 더 지켜보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을 보인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일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가 본격적으로 발효되자 1484.1원을 기록하며, 금융위기 당시 2009년 3월 12일(1496.5원) 이후 16년여 만에 최고 기록을 찍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420원대로 내려왔지만, 한국과 미국의 금리격차(1.75%p)가 더 확대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유출과 원화 약세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토허제 해제 이후 늘어난 가계부채도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3월 중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4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전월(4조2000억원) 대비 증가폭이 크게 줄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은 2조2000억원으로 전월(3조4000억원)대비 1조2000억원 감소했다.

당국은 올해 1분기 가계대출 증가세가 안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토허제로 인한 주택거래는 시차를 두고 가계부채에 반영되는 만큼, 4월 이후가 향후 가계대출 관리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까지 내릴 경우, 가계부채 증가세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지난 15일 △재해·재난 대응에 3조원 △통상·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에 4조원 △소상공인·취약계층 지원에 4조원을 투입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12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편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현재 시급히 당면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4월 말에서 5월 초 국회 통과를 희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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