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 논란 속 부동산PF·소비자보호 등 긍정평가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검찰 특수통' 출신으로 화제를 모았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일 오전 본원에서 퇴임식을 가졌다. 역대 금감원장 중 최연소 수장인 이 원장은 윤증현·김종창·윤석헌 전 원장에 이어 임기 3년을 무사히 마무리한 네 번째 금감원장이 됐다. 

이 원장은 임기 동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금융소비자보호 등을 슬기롭게 대처하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은행 대출금리 개입, 지배구조 개선 요구, 공매도 재개,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등으로 관치 논란을 빚기도 했다. 

긍정·부정 평가가 상존하는 가운데 이 원장은 금감원 직원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기면서도, 그동안 경직적인 태도로 갈등을 빚은 여러 유관기관, 금융회사, 기업 등에게 송구하다는 말을 남겼다.

   
▲ '검찰 특수통' 출신으로 화제를 모았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일 오전 본원에서 퇴임식을 가졌다. 역대 금감원장 중 최연소 수장인 이 원장은 윤증현·김종창·윤석헌 전 원장에 이어 임기 3년을 무사히 마무리한 네 번째 금감원장이 됐다. 이 원장은 임기 동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금융소비자보호 등을 슬기롭게 대처하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은행 대출금리 개입, 지배구조 개선 요구, 공매도 재개,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등으로 관치 논란을 빚기도 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 원장은 이날 오전 마지막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 회의)에 참석한 후 금감원 본원으로 복귀해 기자들과 작별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원장은 "기자분들께서 당국의 입장을 전달해 주시고 건강한 비판을 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며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제 입장에서 보면 최적의 시기에 제일 좋은 모양으로 그만둘 수 있게 돼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이날 아침 열린 F4회의와 관련해 "남는 (김병환) 금융위원장님, (이창용) 총재님을 비롯해서 경제팀이 되게 어려운 상황에서 새로운 정부와 호흡을 맞추셔야 한다"며 "여러가지 현안들에 대해 기재부나 정책실에서 이제 리더십을 보여주실 텐 데 저희 감독원도 경제상황 극복이라든가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부족함 없이 잘 서포트를 해드리자 이런 얘기를 많이 나눴다"고 밝혔다. 
 
또 퇴임 후 행보에 대해 "당분간은 금융전략연구원 같은 곳에서 연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개인적으로는 경제·금융 이슈와 관련해서 되게 오랜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보다 보니까 감이 좀 높아진 건 사실이긴 한데 오히려 현안 이슈 중심으로 너무 고민을 하다 보니까 시야가 좀 좁아진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이어 "기회가 된다면 해외 대학이나 연구기관 등에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좀 하고 있다"며 "(큰 애가 고3이다 보니까) 올 한 해는 정리를 해야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임직원들 만나 당부 전하면서 사과도 남겨 

이 원장은 기자들과의 대화 이후 퇴임식을 가지고 지난 3년 간 함께 호흡한 임직원들과 인사를 나눴다. 그러면서도 감독원 직원들에게 △금융개혁을 통한 성장동력과 생산성 확보 △디지털 전환 △공유와 협업 △업무 방식 및 범위의 확장 △시장 및 언론과의 적극적인 소통 등을 당부했다.

이 원장은 "우리 경제의 현실을 고려할 때, 지금은 짧은 시간 내에 많은 문제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필요한 제도개선을 이루는 등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할 매우 중대한 시기"라며 "당국과 금융회사, 기업, 투자자 등 모든 참여자들이 지속적인 금융개혁을 위해 합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난 몇 년간 금감원의 위상이 조금이나마 높아졌다면, 이는 다양한 정부부처와의 적극적인 정보 공유 및 협업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적절한 보안을 전제로 우리가 가진 정보와 다양한 분석을 관계기관과 공유하고 협력해 긴밀한 신뢰 관계를 지속해 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경제·금융의 사안과 관련해 초기 대응이 부적절하다면 이는 결국 시장안정과 검사·제재 등을 담당하는 우리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라며 "기관 간 업무 범위가 불명확하고 여러 기관에 걸쳐 있어 보이더라도 금융 전문가 조직으로서 적극적으로 먼저 나서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이 원장은 업무로 어려움을 겪은 직원들을 비롯 유관기관·금융권 등에 사과의 뜻을 남겼다. 이 원장은 "너무 이른 시기에 양보를 강요받게 된 선배님들, 이미 상당한 성과를 이뤘음에도 '더 빨리, 더 높이'를 요구하는 원장의 욕심을 묵묵히 감당해주신 우리 임직원 여러분 모두에게 다시 한번 감사와 함께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저의 경직된 태도, 원칙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부담과 불편을 느끼셨을 여러 유관기관, 금융회사나 기업의 관계자 여러분께도 이 자리를 빌려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관치 논란 속 부동산PF·소비자보호 성과 호평

이 원장은 지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기용된 첫 검찰 출신 금감원장으로 취임 당시 금융권 안팎 모두를 긴장시켰다. 취임 직후 4개월 만에 레고랜드 사태로 단기자금시장이 경색되자 이 원장은 정부와 함께 '50조원+a' 규모의 시장 안정화 방안을 내놓았다. 

특히 부동산PF 대출 상환에 실패한 태영건설에 워크아웃을 개시하면서 위기를 막았다. 이 원장은 부동산PF 문제를 지휘하면서 금감원은 PF 사업장 세부 데이터를 구축하고, 사업성 평가기준도 개선했다. 이에 힘입어 23조 9000억원에 달하는 부실PF 중 12조 6000억원을 1년 만에 정리·재구조화했다.

아울러 홍콩ELS 손실 사태에는 은행권 자율배상 유도와 분쟁 조정 기준안을 마련해 금융소비자 보호에도 집중했다. 금융권에서 발생한 대규모 금융사고 등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허용가능한 최대 책임을 물을 것" "엄정 대응" 등의 멘트를 남기며 금융권의 자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 성과주의 중심으로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하는 동시에, 100여차례에 이르는 언론 백브리핑을 가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위원회와의 정책 혼선 및 월권을 비롯, 관치 논란을 빚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앞으로는 부동산 시장 상황 등에 비춰 더 세게 (은행에 개입)해야 할 것 같다" "손쉬운 가계대출 화손쉬운 가계대출과 부동산 금융은 확대되는 반면, 기업에 대한 생산적 금융은 위축되고 있다는 점에 깊은 우려를 느끼고 있다" 등의 발언을 남겨 은행권을 바짝 긴장시켰다. 

또 은행권의 예대금리차 확대에 대해서는 "기준금리 인하로 경제주체가 금리부담 경감효과를 체감해야 하는 시점에서 예대금리차 확대로 희석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가산금리 확대에 직접적으로 제동을 걸기도 했다. 

아울러 공매도 재개를 언급했다가 상위 기관인 금융위와 엇박자를 빚기도 했고, 지난 3월에는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를 두고 "직을 걸고 반대한다"고 발언해 가벼운 언행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한편 이 원장이 이날 퇴임함에 따라, 금감원은 당분간 이세훈 수석부원장이 대행 체제로 공백을 메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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