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조색·텍스처 정량화·AI 생산 일정 최적화
아트랩 흡수로 소비자 접점 AI 까지 확장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글로벌 1위 화장품 ODM(제조자개발생산) 기업 코스맥스가 '디지털 전환(DX)'에 사활을 걸었다. AI 전담 조직인 'CAI(COSMAX AI) 랩'을 컨트롤타워로 삼아, 그동안 연구원의 경험과 감각에 의존해 온 조색·제형 개발부터 생산 공정까지 전 과정을 AI 기반으로 뜯어고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다품종 소량생산이 필수가 된 K뷰티 시장에서 압도적인 개발 속도와 품질 균일성을 확보하려는 생존 전략으로 풀이된다.

   
▲ 코스맥스 판교사옥 전경./사진=코스맥스 제공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스맥스 CAI 랩이 내놓은 대표적 성과는 스마트 조색 AI 시스템이다. 코스맥스는 색소 종류·농도·조합을 연구원 경험에 의존해 샘플을 수십 회 반복하던 방식을 AI 조색 시스템으로 대체했다. 색 데이터를 디지털로 수집·축적하고 딥러닝 기반 알고리즘으로 색상 조합을 시뮬레이션한 뒤, 실제 샘플 제작 횟수를 줄이는 구조다.

회사 측은 “유행 변동이 가장 빠른 아이섀도·블러셔 등부터 적용을 시작해 립·파운데이션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색에 이어 질감도 AI로 다룬다. CAI 랩은 크림·로션 등 기초 화장품의 발림성·흡수감·점착감 등 사용 경험을 점도·탄성 등 물성 데이터로 센싱해 AI가 수치화하는 모델을 적용했다. 

기존 패널 테스트 기반 감성 평가를 정량 데이터로 치환해, 목표 사용감에 더 빠르게 근접하는 처방을 찾는 구조다. 이를 통해 신입 연구원도 숙련된 전문가 수준의 조색과 제형 구현이 가능해져, R&D 효율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코스맥스는 AI가 수주 상황, 가동 라인, 원료 수급, 생산 용량을 실시간 분석해 최적 생산 일정을 제시하는 시스템도 적용 중이다. 인디 브랜드 증가로 주문 단위가 쪼개지고 배치 수량 변동이 잦아진 현 환경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돌리기 위한 생산 스케줄을 자동화·예측화해 리드타임과 불필요한 라인 전환을 줄이는 방식이다.

CAI 랩은 2021년 판교 R&I 센터 내 설치된 AI 전담 조직이다. 코스맥스 R&D 인력 약 1100명 중 다수는 프로젝트별로 CAI 랩과 매트릭스 형태로 연동해 움직이며, 정확한 전담 인력 규모는 비공개다.

조직 규모가 공개되진 않았지만, 데이터 엔지니어·AI 모델러·색조·기초 연구원 등이 합류한 크로스펑셔널 구조로 '분리된 연구소가 아닌 R&D 전체의 AI 허브'라는 게 업계 해석이다.

코스맥스는 2024년 AI 피부 진단 스타트업 아트랩을 인수하고 올해 흡수합병했다. 스마트폰 기반 피부 분석, 맞춤 뷰티 챗봇 ‘스킨챗’, 맞춤형 처방 플랫폼 기술 등이 CAI 랩과 연결되면서 연구 범위는 연구실 안 AI에서 소비자 접점 AI까지 확장됐다.

CAI 랩 기술이 향후 AI 피부 진단 데이터와 연결되면 “진단 → 처방 → 생산”으로 이어지는 수직 기반 개인화 프로세스가 정교해질 수 있다.

CAI 랩은 현재 △다인종 색조 대응 고도화 △사용감 정량화의 제품군 확대 △AI 처방과 로봇 생산의 연계 △규제 대응 데이터 모델링 등을 중점 연구 과제로 두고 있다. 이는 기존 소품종 대량생산에 최적화된 ODM 공정을 '인디 브랜드' 중심의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로 유연하게 전환하기 위한 포석이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화장품 처방과 생산 기술을 AI로 구조화하고 로봇 생산까지 연결해, 연구·생산·품질·규제 대응을 모두 아우르는 제조 인프라 전환을 추진 중”이라며 “고객사 맞춤 지원 역량까지 묶는 오버올(전체) 플랫폼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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