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지난 15일(현지시간) 열린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을 석권하며 2관왕의 영예를 안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 이하 케데헌)'를 향한 글로벌 언론의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외신들은 이번 수상을 단순히 한 편의 흥행작이 거둔 성과를 넘어, 한국의 대중문화 자산이 할리우드의 창의 시스템 안에서 어떻게 주류 문화로 완벽히 정착했는 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하고 있다.
미국 유력 매체 버라이어티(Variety)는 시상식 직후 분석 기사를 통해 “'케데헌'의 수상은 K-팝이라는 특정 장르가 지닌 시각적, 청각적 에너지가 전 세계 보편적인 성장 서사와 결합했을 때 발생하는 파괴력을 증명했다”며 “이제 K-팝은 감상의 대상을 넘어 전 세계 스토리텔러들에게 무궁무진한 영감을 주는 ‘장르적 토양’이 되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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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올 아카데미에서 2개의 트로피를 들어올린 것에 대해 미국과 유럽의 언론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
할리우드 리포터(The Hollywood Reporter) 역시 “아카데미가 디즈니와 픽사의 전유물이었던 애니메이션 부문에서 한국의 색채가 짙은 작품에 손을 들어준 것은 글로벌 콘텐츠 시장의 주도권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명확한 신호”라고 분석했다.
유럽 언론들도 이번 결과에 주목했다. 프랑스 르 몽드(Le Monde)는 주제가상 수상에 주목하며 “판소리의 창법과 현대적인 비트가 어우러진 ‘Golden’의 수상은 서구 중심의 팝 음악 문법에 한국의 전통적 소리가 균열을 내고 승리한 것”이라며 한국 문화가 지닌 하이브리드적 속성이 유럽 시장 내에서도 더욱 강력한 위상을 갖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가디언(The Guardian)은 “BTS와 블랙핑크가 길을 닦았다면, '케데헌'은 그 길 위에 거대한 성을 쌓았다”는 비유를 통해 K-팝 콘텐츠가 향후 미국과 유럽의 엔터테인먼트 산업 내에서 대체 불가능한 핵심 엔진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이러한 전 지구적 열광은 단순히 수상의 기쁨에 머물지 않고 곧바로 차기작에 대한 기대로 이어지고 있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넷플릭스와 제작진은 이미 '케데헌 2'의 프리프로덕션(사전 제작) 단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속편에서는 1편에서 다뤘던 훈련생들의 성장기를 넘어, 데뷔 이후 글로벌 스타로 거듭난 주인공들이 맞닥뜨리는 새로운 갈등과 더욱 확장된 판타지 세계관을 담아낼 예정이다. 특히 이번 아카데미 주제가상 수상의 주역들이 속편 음악 작업에도 대거 참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벌써부터 제99회, 제100회 아카데미를 겨냥한 대형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는 후문이다.
문화 평론가들은 '케데헌'의 쾌거가 향후 K-팝 아티스트들의 북미 및 유럽 활동에 강력한 ‘프리미엄’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류 콘텐츠가 그간 ‘팬덤 기반의 현상’으로 취급받았다면, 이번 오스카 2관왕을 기점으로 평단과 주류 산업이 공식적으로 승인한 ‘하이엔드 콘텐츠’의 지위를 획득했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 자본과 기획력이 투입된 글로벌 협업 프로젝트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임을 암시한다.
결국 '케데헌'이 쏘아 올린 오스카 트로피는 한국의 정서가 가장 로컬(Local)하면서도 가장 글로벌(Global)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77년 전의 아픔을 다룬 영화 '내 이름은'부터 화려한 K-팝 애니메이션 '케데헌'까지, 한국의 이야기가 전 세계인의 심장을 두드리는 지금, 우리는 K-콘텐츠가 할리우드의 변방이 아닌 중심부에서 새로운 표준(Standard)을 세우는 역사적 현장을 목격하고 있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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