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우대 사회 오나
박근혜 당선자의 이번 인사는 그녀의 작품임에 분명한 것 같고 이전 남성 지도자와는 다른 인재 판단 기준을 읽을 수 있다. 그녀는 언론에서 거론한 인물이나 그동안 통상적으로 인재로 천거했던 후보들을 일부러 배제했다기보다는 그녀가 생각해오던 다른 기준을 적용한 인물을 선택했다고 여겨진다. 박 당선자는 그녀가 국민에게 약속한 정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인재라고 여겨졌던 인물과는 다른 유형의 인재여야 한다고 생각해왔고, 이번에 되도록 그런 인물들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테면 현오석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최근 3년간 국책연구기관 및 기관장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않았다. 이런 자료를 안 봤을 리가 없을 테고, 그럼에도 새 정부의 핵심 자리인 경제부총리의 적임자는 일반적인 평가에 신뢰를 주지 않고, 새로운 기준을 적용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 각료 후보자로 뽑힌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겉보기만 화려한, 조직 정치에 밝은 소위 ‘두주불사’형을 제외하고 실력을 갖춘 내실 있는 전문가형, 조용하지만 주위 눈치 안 살피고 강단 있게 일을 추진할 인물을 고른 것 같다. 다시 말해 박 당선자의 공약을 기득권층과 기존 공무원들의 반발과 이견을 전문성으로 설득할 수 있고 그 전문성에 대한 확신으로 흔들리지 않고 추진할 인물을 찾았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통상적인 인재형은 대체로 큰 소리 치고 분위기를 휘어잡는 스타일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들은 정책의 실현성 여부와 부작용은 별로 고려치 않고 소위 ‘장사’가 된다면 이를 거창하게 발표하고홍보하는 데 열을 올렸고 나중에 문제가 드러나면 흐지부지 꼬리를 내렸다. ‘용산 개발’ ‘혁신 도시’ 계획 등이 다 이런 결과들이다.

지금까지 우리 조직과 사회는 ‘조직 화합’과 ‘전문성’ 중에서 ‘조직 화합’에 능하다는 인물에 방점을 찍었다. 어떤 인재가 ‘조직 화합’과 ‘전문성’은 동시에 추구하기 힘들다. ‘조직 화합’에 치중하면 ‘전문성’은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면 ‘조직 화합’에 능한 지도자가 ‘전문성’을 가진 사람을 스태프로 두면 되는데, 우리 조직들은 조직의 장이나 그 아래 부서장급도 모두 두주불사형, 예스맨으로 채워졌다. 특히 공직 사회가 이런 경향이 심했다. 우리 공직 사회는 쉽고 편하게 가는 길에 길들여져왔다고 할 수 있다. 인물을 선택함에 있어서 주위와 아래의 눈치를 너무 봤다고 할까.

우리나라 조직은 대체로 전문가형 인재들이 조직 속에서 출세하기가 어렵고 이단아로 취급받았다. 지혜가 있는 오너가 지휘하고 있는 일부 기업들만이 전문가형 인재들을 중용하고 있을 뿐 공직사회와 공기업 등 우리나라 조직들은 여전히 무능하지만 조직 화합에 능한 사람들이 출세해왔다.

일반적으로 ‘전문성’에 치중한 인재들은 조직보다는 조직이 추구하는 본래의 가치에 더 의미를 부여하고 또 그래야 한다. 전문가형 인재는 동문이나 동향을 따지지 않고 아랫사람이라도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선호하게 돼 있다. 그들은 동문, 동향이라고 해도 실력이 미흡한 사람을 쓰지는 않는 특징을 갖고 있다. 서구 선진국의 잘 나가는 글로벌 기업들은 인종과 종교, 국적을 가리지 않고 내실적 인재들을 찾는 데 혈안이다.

지금까지 기자가 말한 것은 어디까지나 추론해본 것이다. 박 당선자가 선택한 인물들이 진짜로 전문가형 인재인지, 아니면 전문가인 척하면서 실제로 동문이나 동향이나 패거리를 챙기는 인물인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다행인 것은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고 극성스런 국민과 언론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는 점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