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간판' 이승훈(26·대한항공)이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팀추월에서 메달을 딸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승훈은 19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 클러스터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2014 소치동계올림픽 남자 1만m에서 13분11초68로 결승선을 통과, 4위에 머물러 아쉽게 메달을 놓쳤다.

   
▲ 이승훈/뉴시스


이날 이승훈의 초반 페이스는 좋았다. 4000m까지는 꾸준히 30초대의 400m 구간기록을 기록하며 1위 기록까지 넘봤다.

그러나 막판 레이스가 아쉬웠다. 4400~4800m 구간기록이 31초대로 떨어진 이승훈은 7600m 이후로는 400m 구간기록이 32초대로, 마지막 세 바퀴에서는 400m 구간기록이 33초대였다.

아쉽게 메달을 놓친 이승훈은 "너무 아쉽지만 5000m보다 좋았다. 최선을 다했다. 아쉽지만 후회는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후회가 없을 뿐, 메달을 놓쳤다는 아쉬움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지난 8일 5000m에서 12위에 그친 이승훈은 이후 컨디션이 올라와 연습 때에는 기록이 잘 나왔다고 했다. 그래서 이승훈 나름대로 5000m 이후 페이스를 끌어올리려는 작전을 가지고 있었다.

이승훈은 "작전은 그랬는데 5000m 이후 속도가 떨어졌다. 초반에 오버페이스를 한 탓인 것 같다. 제 뜻대로 레이스를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5000m에서 아쉬운 성적을 낸 후 1~2일간은 힘들었다는 이승훈은 "그런데 컨디션이 좋아져 1만m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돼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승훈이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5000m 은메달, 1만m 금메달을 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막판 스퍼트였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에서는 5000m에서도, 1만m에서도 이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승훈은 "밴쿠버올림픽 때에는 초반을 강하게 가지 않았다. 그런데 초반을 강하게 가니 후반에 약해진다"며 "그렇다고 초반에 강하게 가지 않으면 승부를 할 수가 없다. 막판 레이스를 생각하면서 초반에 천천히 갈 수는 없다"고 전했다.

이승훈은 "막판까지 버티는 것이 숙제인 것 같다. 초반에 스피드를 올리고 막판까지 버틸 수 있는 체력이 필요하다"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장거리 최강자인 스벤 크라머(28·네덜란드)와 한 조에서 레이스를 펼친 것이 이승훈에게 '독이될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이승훈을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크라머와 마지막 조에서 타고 싶었는데 그대로 돼서 기분이 좋았다. 연습 때 페이스가 좋아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크라머와 한 조에서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연습 때 12분40초대 기록이 나왔다"고 말한 이승훈은 "그래서 12분50초대를 생각하고 레이스를 펼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이승훈은 "크라머와 최대한 길게 레이스를 하려고 했는데 그게 잘 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날 네덜란드 선수들이 또 다시 시상대를 휩쓸었다. 요리트 베르그스마(28)가 12분44초45라는 올림픽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크라머가 12분49초02로 은메달을 땄다. 밥 데 용(38)이 13분07초19로 동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이승훈은 "네덜란드는 모든 선수가 이기고 싶어한다. 될 듯 하면서 안되니 아쉽고 지친다"고 털어놨다.

아쉬움은 남지만 이제 5000m와 1만m는 끝났다. 이승훈은 후배 주형준(23)과 김철민(22·이상 한국체대)을 이끌고 나서는 팀추월에서 설욕하겠다는 의지다.

"1만m에서 잘했다면 더욱 자신이 있었을텐데…"라고 말끝을 흐렸던 이승훈은 이내 "5000m보다는 확실히 좋아졌다. 팀추월은 자신있고 재미있는 종목이기도 하다. 팀추월에서 잘할 수 있을 것이다. 메달을 딸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승훈은 "후배들의 컨디션이 나보다 좋은 것 같다. 욕심과 의욕도 더 크다. 후배들이 잘해줄 것이다"며 "절반 이상 제가 리드해야하는데 연습과 실전 때 늘 해왔다. 하던대로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