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 신화' 주역, 제품 작명도 직접 해...아들 경영권 분쟁 큰 아픔
   
▲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명예회장./동아쏘시오그룹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제약업계 맏형 역할을 맡아왔던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동아쏘시오그룹은 1월 1일자로 동아쏘시오홀딩스 강정석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했다고 2일 밝혔다. 강신호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물러난다. 

올해로 만 90세인 강 명예회장은 35년간 동아쏘시오그룹(구 동아제약)을 이끌어 오면서 '박카스 신화'를 쓴 장본인이다.

박카스는 출시 이후 반세기 넘는 동안 누적판매량(2015년 기준)은 200억병에 육박하고 매출은 2010억원을 넘어서는 국민 피로회복제로 통했다. 

1952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강 명예회장은 이후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에서 의학박사를 취득해 1959년 동아제약 상무로 입사했다.

박카스라는 이름도 강 명예회장이 독일 유학 시절 함부르크 시청 지하홀에 있는 박카스 신의 석고상을 보고 지은 것이다. 

강 명예회장은 신제품 이름을 직접 붙이는 걸로 유명했다. 동아제약이 출시한 비만치료제 '슈랑커'와 위염치료제인 '스티렌'은 독일어로 '줄어든다'와 '고요해지다'라는 뜻으로 강 명예회장이 작명한 것이다. 

또 '써큐란'과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 제품명도 강 명예회장의 작품이다.

이뿐만 아니라 강 명예회장은 1987년 한국제약협회 회장, 2004~2005년 제29대, 30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도 역임했다.

이 시기 강 명예회장은 시장경제 원칙을 바탕으로 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할 뿐 만 아니라 정부와의 통합을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특히 전경련 회장을 역임하는 동안 전경련 회원사들이 경상이익 1% 이상을 사회에 자발적으로 내놓는 '전경련 1% 클럽'을 발족하는 등 기업이 사회적 책임과 사회적 공헌 활동의 이정표를 세우기도 했다.

한국이 외환위기를 맞은 1988년, 대학생들에게 자신감을 주기 위해 시작한 '국토대장정' 프로젝트도 동아제약 기업 홍보에 큰 역할을 했다. 

강 명예회장이 경영을 맡는 동안 우여곡절도 많았다. 특히 강 명예회장의 아들인 강문석 전 동아제약 부회장이 강 명예회장을 상대로 벌인 경영권 분쟁이 대표적이다. 

강문석 전 부회장은 200년 의약분업이 시작되자 동아제약을 전문의약품 기업으로 키우려 했으나 이 과정에서 박카스에 남다른 애정이 있는 강 명예회장과 갈등이 있었다. 2000년대 초반 광동제약의 비타500이 급성장해 박카스를 위협하자, 강 명예회장이 이를 문책하며 강문석 전 부회장 대신 강정석 회장을 후계자로 교체한 것이다. 

강문석 전 부회장은 이에 반발해 지분을 확보하며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여러 차례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지만 결국 경영권 분쟁에서 패배하고 2008년 보유 주식을 전부 매각한 후 업계를 떠났다.

한편 이날 신년식에서 강 명예회장은 "변화하지 않으면, 우리 모두가 리더가 되지 않으면 동아의 미래는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며 "가슴 속에 점화된 불씨를 여러분이 가진 열정과 가능성으로 잘 키워 글로벌 동아를 만들어 나가기를 바란다"고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동아쏘시오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 대해 "동아 100년 시대를 향해 최근 선임된 사장단들과 함께 미래 지속 성장을 위해 변화경영을 통한 글로벌 경영에 대한 실천의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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