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종료 후 미전실 해체·쇄신안 마련
자율·책임 확대…새로운 전환점 될 수도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삼성이 이재용 부회장의 약속과 같이 다음달 ‘대개조’ 작업에 들어간다. 조만간 특검의 최종 수사결과 발표에 맞춰 그룹 컨트롤 타워를 해체하고, 쇄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미뤄진 사장단 인사와 조직개편은 물론, 직급제 개편 시행도 앞두고 있다.

재계는 삼성의 이 같은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 미래전략실이 없어지지만 계열사·임직원의 책임과 자율성이 확대되는 등 의사결정과 사업 실행이 한 박자 빨라 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삼성의 새로운 도약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으려는 삼성의 노력이 장기적으로는 미래 경쟁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삼성전자 등은 앞으로 외부에 지급하는 모든 후원금과 사회공헌기금(CSR 기금)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전 계열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 삼성 서초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27일 재계에 따르면 이번 삼성의 변화는 ‘역대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전실 해체와 자율성 강화 등 기존의 틀을 완전히 바꿀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다.

우선 삼성은 다음달 1일자로 부장급 인사를 실시한다. 또 그룹의 대표격인 삼성전자는 직급 체계를 단순화 한다. 기존 7단계였던 직급을 4단계로 단순화 한다. 삼성전자는 직급체계 변화를 통해 수평적 사내문화 정착을 기대하고 있다. 

부장급 이하 인사와 삼성전자의 직급 체계 개편을 시작으로 그룹 전체에 본격적인 혁신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은 ‘최순실 국정농단’을 수사하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활동이 오는 28일 종료되면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미전실 해체를 공식화하고 쇄신안을 발표할 가능성이다. 3개월 가까이 지연된 사장단 인사와 조직개편도 시행될 예정이다.

삼성은 미전실 해체 후 ‘자율’과 ‘책임’ 경영을 대폭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룹의 주요 사안은 사장단 협의체를 통해 결정하고,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의 권한을 확대해 계열사의 살림을 꾸릴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안 미전실이 담당했던 계열사의 업무분담과 경영진단, 채용 등은 3대 주력 계열사로 분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이 각 영역별로 기존 미전실의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약속한 미전실 해체와 쇄신안 발표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그러나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최대한 아끼고 있다. 불필요한 추측과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겠다는 것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아직까지 시기와 방법 등 아무것도 확정된 것이 없다. 특검 수사 종료 후에 (미전실 해체와 쇄신안 등) 모든 것을 공식적으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 26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삼성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이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태블릿 신제품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재계에서는 대변화를 앞둔 삼성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개혁의 성패에 따라 재계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계열사별 자율‧책임 경영이 시너지를 낼 경우 4차산업혁명시대에 삼성이 더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존 '시스템의 삼성'으로 불리던 조직력에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 스타일이 녹아들 경우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더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이유다.

아울러 외부 지원금의 투명성 확대, 감시 강화 등 삼성의 자정노력이 앞으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앞으로 경영활동 정체와 기업 이미지 추락 등 ‘최순실 게이트’와 같은 아픔을 되풀이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상명하복’을 강조하는 삼성 특유의 문화를 단시간 내에 뜯어 고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중복투자와 과열 경쟁 등 계열사 간의 잡음도 우려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이 부회장의 경영일선 복귀만을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다. 특검 수사 후 경영 정상화를 위한 노력이 본격화 될 것”이라며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새 시스템의 안정화에 걸리는 시간을 얼마나 최소화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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