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정의선 부회장이 현대·기아자동차의 중국시장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에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보복으로 판매실적이 반토막나며 점유율역시 떨어지는 상황에서 빠른 대처와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본 일정보다 빨리 중국시장에 현지 직원들과 소통하며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
|
|
▲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기아자동차의 중국시장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
19일 중국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1~5월 중국에서 생산되는 한국 브랜드 자동차 판매량은 37만6900대로 전년 동기대비 43.4% 감소했다. 이 기간 동안 중국 내 한국차 점유율은 7.2%에서 4.0%로 3.2%포인트나 급감했다.
반면, 일본차는 중국 내에서 가장 빠른 판매 증가를 보이며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1~5월 중국 내 일본차 판매량은 162만7600대로 전년 동기대비 17.6% 증가했다. 이 기간 점유율은 14.9%에서 17.3%로 2.3%포인트 이상 늘었다.
일본차는 중국 로컬 브랜드를 제외한 현지생산 국가별 1위인 독일차(20.1%)의 자리까지 위협하고 있다.
일본차는 최근 몇 년간 신기술을 빠르게 도입했을 뿐 아니라 소형차와 SUV, 전기차 등 신차 분야에서 빠르게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둥펑 닛산의 경우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누계기준 17종의 신차를 출시했으며 향후 5년 내 전기차를 포함한 10개의 신차종을 도입할 계획이다.
토요타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전례가 없는 빠른 속도로 12종의 신차를 출시했으며, 현재까지도 지속적인 신차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 중에는 코롤라·레빈 하이브리드 및 다양한 전기차도 포함돼 있다.
중국 현지 합자기업의 브랜드별 판매실적에서도 한국계와 일본계 기업간 희비가 엇갈렸다.
토요타의 일본 현지 합자법인인 이치토요타는 중국 로컬 브랜드의 점유율 확대 속에서도 올해 1~5월 28만7600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대비 8.3%의 성장률을 기록, 중국 내 10위 브랜드의 자리를 지켰다.
반면, 현대차의 중국 현지 합자법인인 베이징현대는 지난해 1~5월 42만5600대를 판매하며 중국 내 6위 안에 들었으나, 올해 1~5월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특히 중국내 로컬차 브랜드 굴기로 SUV가 급성장하고 있는 트렌드에 다소 뒤쳐져 있던 상황에서 사드보복이 결정적 점유율 하락을 가져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따라서 중국 자동차 시장의 주력 소비자로 부상하는 각 소비자에 맞는 현지화된 마케팅이 시급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충고다.
|
|
|
▲ 중국에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보복으로 판매실적이 반토막나며 점유율역시 떨어지는 상황에서 빠른 대처와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진=미디어펜 |
이런 시장상황을 직접 챙기고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정 부회장은 최근 서울에서 열린 해외법인장 회의에 참석한 뒤 곧바로 중국 출장길에 올랐다. 이번 출장의 공식 목적은 이날 열릴 현대차 충칭 공장 완공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다.
충칭 공장은 중국 안에서 다섯 번째로 큰 현대차 생산거점으로, 기념식 이후 하반기 중 본격적으로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기념식에는 충칭시 관계자 등 중국 당국 관계자들도 초대돼 참관할 예정으로, 자연스럽게 정 부회장이 현대차 관련 현지 분위기를 직접 파악하고 협조를 구하는 자리가 마련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상반기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6.7%나 줄었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현 상황을 '위기'로 규정하고 대책 마련을 위해 지난달 150여 안팎의 대규모 '중국시장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TF)'까지 가동했다.
연구·개발(R&D), 상품, 마케팅 소속 인력들이 주로 참여해 중국시장 활로를 찾는 이 TF를 현재 현대차 국내외 영업을 사실상 총괄하는 정 부회장이 '직접 챙긴다'는 얘기도 있지만, 현대·기아차는 "사장급이 TF 회의를 주재한다"며 부인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앞서 지난 4월에도 중국으로 직접 날아가 현지 생산·판매법인 북경현대(BHMC)와 생산 시설 등을 둘러보기도 했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임단협과 같은 어려운 회사 사정에도 중요시장을 살리기 위한 이같은 행보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며 “다만 시장상황에 맞춘 전략을 잘 활용해야 하고 더 이상 가성비로 승부수를 띄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직시해야한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