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삼성전자·SK·LG 사장단과 현대자동차·롯데 지주의 전무급을 국정감사 증인석에 세우기로 의견을 모았다. '농어촌 상생협력 기금' 기부 실적이 저조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국회가 '준조세 성격'이 짙은 기부를 기업에 강요할 경우, 제2의 미르·K스포츠 재단 사태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16년 기업인들이 박근혜 정부의 요청으로 미르·K스포츠 재단에 기부했다가 '뇌물죄' 혐의로 기소당한 '악몽' 때문이다.
3일 국회와 재계 등에 따르면 농해수위는 오는 10일 농림축산식품부 국감 자리에 5대 그룹 핵심 관계자를 증인으로 부르기로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는 지난 2015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통과조건으로 민간기업과 공기업 등의 자발적 기부금을 모아 '농어촌 상생협력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당시 국회와 정부는 민간기업과 공기업으로부터 1년에 1000억 원씩 10년 동안 기부를 받아 총 1조 원을 조성하기로 했지만, 현재 380억 원가량만 모은 상황이다. 이 중 민간 기업의 기부금은 5억 원 가량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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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사진=미디어펜 |
이에 농식품위 소속 정운천 바른미래당 의원과 김정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FTA 혜택을 누린 민간기업의 기부 실적이 저조하다"며 5대그룹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기업이 FTA를 통해 혜택을 누렸으니, 상대적으로 손해를 본 농어촌에 기부를 해야 한다는 뜻에서다.
국회의 이 같은 요청에 대해 재계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 국회의 이 같은 '기부 강요'가 자칫 제2의 국정농단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업이 정부의 요청으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기부했던 것이 '뇌물죄 혐의'가 되어 돌아온 것이 '악몽'으로 남아있다는 의미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지난 국정농단 사태 때 '준조세'가 문제가 됐던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이와 관련해 모든 것을 조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정운천 의원은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농어촌 상생기금은 미르재단 사건과는 다르다"며 "FTA 체결에 의해 피해를 입은 농어촌을 균형적으로 발전시키자는 차원에서 법안을 만든 것이기 때문에 법적 근거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고려대 조영기 초빙교수는 "기부금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내는 것이지 강요에 의해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시장경제 체제에서 정부나 국회가 강압적으로 기부금을 내라고 강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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