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위변제, 세금으로 부담…은행, 위험 전가해 이익 얻는 구조"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고금리 여파가 지속되면서 국내 주요 금융공공기관이 대출자(차주) 대신 빚을 갚는 '대위변제' 규모가 올해 10월까지 1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증기관의 대위변제가 늘어나는 만큼 국민들의 세금으로 손실을 메워야 하는 구조인데, 정작 보증서를 기반으로 대출을 제공하는 은행권은 손실 없이 고스란히 이익을 얻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고금리 여파가 지속되면서 국내 주요 금융공공기관이 대출자(차주) 대신 빚을 갚는 '대위변제' 규모가 올해 10월까지 1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김상문 기자


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 및 보증사업 금융공공기관·공기업 13곳(주택도시보증공사, 주택금융공사, 서울보증보험, 서민금융진흥원, 신용보증기금, 지역신용보증재단, 기술보증기금,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기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해양진흥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 보증기관의 올해 1~10월 대위변제액은 10조 152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합산 대위변제액 5조 8297억원 대비 74.2% 폭증한 수치인데, 수치에 반영되지 않은 2개월분을 합산하면 연간 대위변제액이 지난해의 2배에 육박할 전망이다. 대위변제액은 지난 2019년 6조 4514억원에서 2020년 5조 8102억원, 2021년 5조 3230억원을 각각 기록하며 매년 하향세를 보였는데, 지난해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주금공, 지역신보재단에서 변제규모가 크게 늘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변제규모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HUG였다. HUG는 올해 1~10월 보증잔액 549조 6421억원 중 대위변제액 3조 5742억원으로 0.65%의 변제율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보증잔액 549조 8882억원, 대위변제액 1조 581억원으로 변제율이 0.19%에 그쳤다. 이는 고금리에 따른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 전세사기와 전세금 반환보증 사고가 급증한 여파다. 

구체적으로 HUG의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대위변제액은 올해 10개월만에 2조 7192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연간규모 9241억원의 약 3배에 달했다. 전세자금대출특약보증도 1015억원으로 지난해 502억원의 2배를 이미 넘어섰다. 특히 임대보증금보증은 지난해 188억원에서 올해 6572억원으로 폭증했다.  

이 여파로 대위변제율도 반환보증이 지난해 1.67%에서 올해 10월 말 4.54%로, 특약보증이 0.20%에서 0.37%로, 임대보증금보증이 0.14%에서 7.80%로 각각 급등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상대로 보증서대출을 내어주는 신보도 대위변제 규모가 늘었다. 신보의 대위변제액은 지난해 1조 3599억원에서 올해 1~10월 1조 7493억원으로, 지역신용보증재단의 대위변제액은 5076억원에서 1조 3703억원으로 각각 급증했다. 

이는 코로나19 피해를 시작으로 최근 고금리까지 겹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보의 소상공인 2차금융지원 대위변제율은 지난해 말 2.8%에서 올해 10월 10.1%로 급등했다.

이 외에도 대위변제 규모가 늘어난 기관을 살펴보면, 기보가 지난해 4946억원에서 올해 10월 7521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아울러 서민금융진흥원도 3673억원에서 7498억원으로, 주금공도 3375억원에서 5026억원으로 각각 확대됐다. 

이들 공기관이 위험을 떠안고 개인과 기업을 대상으로 대규모 대위변제에 나선 가운데, 보증서를 기반으로 대출을 내어준 은행권은 보증부대출을 한껏 늘렸다. 모든 리스크 부담을 공적기관이 지는 구조인 만큼, 대출심사에 무리가 없는 탓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권 가계대출 중 보증부대출은 2013년 약 44조 2000억원에서 올해 9월 약 263조 5000억원으로 6배 가량 급증했다. 이 중 절대 다수인 약 250조 3000억원이 은행권 대출로 이뤄졌다.

한편으로 은행권 보증부대출의 4분의 3 이상을 차지하는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은행이 올해 1~10월 보증기관에 출연한 기금은 1조 9000억원에 불과했다. 

은행은 보증기관에 법정출연금을 납부하는 대신 보증사고 시 보증기관이 대위변제를 하는데, 부족한 금액은 정부와 지자체의 출연금 등으로 메운다. 사실상 대위변제가 커질수록 은행 대출규모는 늘어나고, 재원은 국민 혈세로 메우는 셈이다. 

오 의원은 "올해 10개월 만에 공적 보증기관들의 대위변제액이 10조원을 넘어섰는데, 이는 결국 세금으로 부담한다"며 "은행권은 위험을 전가하고 이익을 얻고 있는 만큼 사회적 책임을 무겁게 느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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