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수강신청, 선착순 방식에 학생들 자동접속 프로그램·서버 시간 확인 등 '마우스 전쟁'
취업난 속 '학점' 관리 부각에 '쏠림현상' 심화…대학 강좌 확대 외면에 매년 '수강대란' 가중
 

[미디어펜=류용환 기자] ‘학점’이 취업 중요 사항으로 작용하면서 ‘수강신청’을 놓고 대학가 대란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학점을 잘 주는 교수의 강의를 배정받기 위해 학생들은 ‘마우스 전쟁’이라고 불릴 정도로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선착순 신청이 완료되거나 서버 다운 등으로 자신이 원하는 강좌를 신청하지 못한 이들의 아우성은 심각한 상태다.

취업에 대한 불안감에 학생들은 강좌 쏠림현상에 따른 수강신청 대란에 혼란이 가중되지만 대학 측의 ‘선착순’ 위주 방식과 강의 확대를 위한 투자를 기피한다는 것이 이 같은 사태를 만든다는 지적이다.

   
▲ 학생들은 취업난에 특정 강좌에 쏠리고, 대학은 기존 선착순 접수에 강의 확대를 외면하면서 개강을 앞두고 '수강신청' 대란이 여전이 지속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DB

19일 대학가에 따르면 2015학년도 2학기 개강을 앞두고 전국 대학 상당수가 8월 말까지 ‘수강신청’ 접수를 받는다.

취업난이 심화되고 저학점 졸업생을 기피하거나 ‘최소 학점 기준’을 제시하는 기업의 요구에 학생들은 수강신청 자체를 취업 스펙을 갖추는 요소로 인식할 정도다.

대부분 대학은 홈페에지를 통한 온라인 접수로 수강신청을 진행한다. 이에 학생들은 수강신청 시작부터 자신이 원하는 강좌를 선택하기 위해 PC 앞에서 서버 시간을 확인하는 프로그램을 바라보며 시작과 함께 마우스 전쟁을 벌이는 모습은 이제 일상이 됐다.

특히 학교와 가까운 곳에서 접속하면 빨리 수강신청을 할 수 있다는 소문에 학생들은 신청 당일 대학 인근 PC방을 찾기도 한다.

일부 학생은 자동으로 클릭을 반복하는 프로그램을 동원해 수강신청을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실제 서울 소재 A대학의 경우 인터넷 라인이 한 관공서와 연결돼 있다는 소문에 수강신청 당일 해당 기관 부근 PC방에는 아침 일찍부터 학생들이 몰리기도 했다.

갖가지 방법을 동원했지만 자신이 원하는 강좌 신청을 완료하지 못한 이들은 학내 커뮤니티 사이트 등을 통해 수강신청 시스템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지난달 말 수강신청을 실시한 S대학은 접수 시작 후 얼마되지 않아 시스템이 마비됐다. 이에 제대로 수강신청을 하지 못한 학생들은 S대 커뮤니티에 ‘수강신청 무효’를 주장하는 글을 제기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일부 대학 커뮤니티에는 자신이 원하는 강좌를 수강하기 위해 현금 거래가 가능하다는 글이 게재되거나 아예 대리 수강신청을 해주겠다며 금전을 요구하는 글이 오르내릴정도다.

대학생 B모씨(22)는 “수강신청할 때마다 특정과목을 놓치면 아쉬움이 클 정도로 너무 선착순으로 진행한다. 아예 수강신청 전 꼭 필요한 강좌를 시작과 동시에 ‘광클’ 할 정도다”고 말했다.

선착순 수강신청 접수를 앞두고 C대학은 과부하로 인한 서버 다운을 막기 위해 서버 증설을 진행했고 D대학 등은 온라인쇼핑몰의 ‘장바구니’ 기능처럼 사전에 미리 강좌를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아예 학년별, 학번 뒷자리 홀짝 등으로 나눠 수강신청 기간을 별도로 설정하는 대학도 있다.

마일리지를 학생에게 부여하고 특정 과목에 베팅하는 방식으로 인기 강좌에 편중되는 과열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Y대학은 해외 대학에서 선보인 ‘마일리지 선택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마일리지 배분이 체계적이지 않다며 학생들은 불만을 토로, Y대는 ‘XX토토’ ‘XX랜드’ 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서버 증설 등의 준비에도 시스템 과부하로 접속이 지연되자 학생들의 항의가 이어진 대학도 있었다.

이같이 수강신청 대란이 지속되는 것에 학교 측에서는 ‘쏠림현상’이 한 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K대학의 한 교수는 “학점을 잘 준다고 소문이 나자 학생들이 수강인원 확대를 요구하기도 했다. 쏠림현상이 심화됨에 수강 인원을 더 늘릴 수 없는 상태였지만 늘려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학생들에게 학점이 중요하긴 하지만 쉽게 학점을 따려는 것에 아쉬움이 컷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한 대학 관계자는 “영어 강좌 등 어렵다는 강좌는 학생들이 쳐다보지도 않는다. 전공과목을 제외하면 특정 요일 강좌는 폐강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수강신청이 대거 몰리더라도 ‘금요일’ 강좌는 폐강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G대학 관계자는 “요일은 다르지만 같은 강좌라도 금요일 오후에 배정되면 학생 수가 확실히 적어진다. 해당 요일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생은 취업을 위해 일부 강좌에 몰리고, 대학은 제한된 강좌를 운영하면서 ‘수강신청’ 대란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이에 대학이 투자를 확대해 강좌를 확대·세분화하고 기업에서는 과도한 학점을 요구하는 방식이 아닌 다양한 평가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교양·전공 강좌가 많지 않은 반면 학생들은 선착순으로 수강신청을 해야 한다. 강좌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강좌가 많다면 학생들이 몰리지 않을 것이고 원하는 강좌를 들을 수 있는 데 개설 강좌는 부족하다. 특히 취업이 어려우니깐 성적 받기 수월한 강좌에 몰리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은 비용 절감이 아닌 강좌를 확대하고 기업에서는 학점 기준이 아닌 다양한 방법으로 측정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