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 초저가 공세에 국내 이커머스 속수무책
[미디어펜=이미미 기자] 최근 중국에서 건너온 먹거리와 쇼핑 플랫폼들이 국내 시장에 빠르게 안착하면서, ‘문화 잠식’ 우려까지 나온다. 

17일 이커머스 업계는 중국 플랫폼들의 저가 공세에 흔들리면서도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 지난 2023년 12월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알리익스프레스의 ‘지적재산권 및 소비자 보호 강화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레이 장 한국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DB


알리익스프레스(알리)와 테무, 쉬인 등의 국내 점유율은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이하 와이즈앱)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 앱 사용자 수는 지난 달 기준 818만 명에 달한다. 2016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달(355만 명)과 비교하면 135% 증가했다. 

11번가·G마켓·티몬·위메프 등 국내 경쟁사들을 제치고 알리가 단숨에 2위에 올라, 업계는 적잖은 충격을 받은 상태다.  

결국 정부에서 조치에 나섰지만, 알리는 ‘해외 직구’ 플랫폼들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는 가품 논란·소비자 대응 등에 대한 개선책도 발 빠르게 내놓았다. 알리는 국내 전화상담 서비스를 개시한다. 가품이 의심되는 상품을 수령하거나 주문 상품이 분실 또는 파손되는 경우에도 100% 환불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 플랫폼들의 진출로 소비자 선택권이 다양해지는 측면도 있지만,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고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가장 큰 고민이다. 

한 나라의 문화를 대표하는 분야인 ‘먹거리’도 중국 영향력이 확대됐다. 10~20대는 ‘떡볶이’ 대신 ‘마라탕’이나, ‘탕후루’를 찾는다는 말이 나온 지 오래다. 식사로 마라탕을 먹고 디저트는 탕후루를 찾는 것이 일종의 코스처럼 자리 잡았다.  

KB국민카드가 지난 달 발표한 최신 소비 트렌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에는 디저트 전문점 가운데 탕후루 매출과 신규 가맹점 등록률이 가장 활발했다. 지난해 탕후루 전문점 신규 가맹점 등록률은 1339%에 달한다. 이에 따라 매출액도 전년 대비1678% 증가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탕후루 전문점 ‘달콤왕가탕후루’의 매장 수는 2021년 11개에서 2년 만인 2023년 매장 수가 420여개로 급증했다.

떡볶이 프랜차이즈는 오히려 가맹점 수가 줄었다. 공정위 가맹사업정보거래시스템에 등록된 보고서를 보면 ‘신전떡볶이’ 전체 가맹점수는 2021년 724개에서 2022년 722개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죠스떡볶이’도 233개에서 206개로 줄었다. 

국내 1위 탕후루 프랜차이즈 ‘달콤왕가탕후루’ 대표는 탕후루의 과도한 당 함유량에 대한 학부모 우려 해소를 위해 지난해 국정감사장에 서기도 했다. 중국 전통 간식 탕후루가 국내 외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는 방증이다. 

일찌감치 중국 자본의 쓴맛을 본 면세점 업계는 따이궁(보따리상)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과거 중국인 단체 관광객 비중운 면세점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어설 정도였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끊기자 업계 전체가 휘청거릴 정도로 영향을 받았다. 

롯데와 신라, 현대백화점, 신세계 등 면세점들은 따이궁 대신 개별 관광객(싼커)과 동남아·일본, 내국인 관광객  등으로 타깃을 다양화 하고 있다. 해외 공항 진출도 활발하다.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막대한 자본을 가진 기업이 규제도 받지 않고 국내 시장을 흔들고 있다”며 “탕후루나 마라탕처럼 입소문을 통해 ‘의외로 괜찮더라’란 소비자 인식이 생기면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미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