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태민 기자]건설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문건설업계에서는 수주 감소 못지않게 공사대금 회수 지연과 미수금 누적이 경영을 압박하는 핵심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감이 완전히 끊긴 업체들만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니라, 공사를 수행하고도 대금이 제때 돌지 않으면서 현금흐름이 먼저 막히는 구조가 업계 전반을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건설경기 침체 속 전문건설업계에서는 수주 감소보다 공사대금 회수 지연과 미수금 누적에 따른 현금흐름 악화가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문건설 현장에서는 수주 물량 자체보다 공사대금이 실제로 얼마나 제때 회수되느냐가 경영 안정성을 가르는 변수로 거론되고 있다. 발주 감소에 따른 부담도 여전하지만, 현장에서는 공사를 진행한 뒤에도 대금 지급이 늦어지거나 일부가 미수금으로 남으면서 자금 사정이 급격히 악화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전문건설업의 사업 구조는 이런 충격을 더 키운다. 전문건설업체들은 자재비와 인건비, 장비비 등을 먼저 투입한 뒤 공사대금을 회수하는 구조여서 지급이 조금만 늦어져도 운전자본 부담이 빠르게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하도급 구조 아래에서는 지급 지연이나 분할 지급, 미수금 발생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 현금흐름의 안정성이 떨어지기 쉽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규모가 작은 업체일수록 자체 유보자금이나 금융 대응 여력이 크지 않아 같은 충격에도 더 민감하게 흔들릴 수 있다는 시각도 많다.
이 때문에 전문건설업계의 줄폐업을 단순히 수주 공백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외형상 일감이 완전히 끊기지 않았더라도 공사비가 실제 현금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차질이 생기면 곧바로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업계 안팎에서는 전문건설의 위기가 “일이 없어서”만이 아니라 “일을 해도 돈이 제때 돌지 않아서”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발간한 ‘건설업 폐업의 결정요인에 따른 전문건설업 시사점’에서도 확인된다. 건정연은 전문건설업이 공사 이후 대금을 회수하는 구조여서 대금 지연이 곧바로 운전자본 부족과 유동성 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하도급 구조에서는 지급 지연, 분할 지급, 미수금 발생 가능성이 높아 현금흐름의 안정성이 낮고, 자금조달 측면에서도 완충 능력이 크지 않다는 점을 구조적 한계로 짚었다.
또한 건정연은 건설업 폐업의 핵심을 단순한 수주 부족보다 매출이 현금으로 전환되기 어려운 구조, 즉 공사미수금 증가와 유동성 위기 가능성에서 찾아야 한다고 봤다. 이에 따라 하도급대금 지급기일 준수, 지급 지연 모니터링, 공사미수금 관리체계 강화가 전문건설의 조기 부실화를 막기 위한 현실적인 대응이라고 제언했다. 레버리지와 유동성, 수익성, 운영효율성 등을 반영한 전문건설 특화 조기경보모형 구축 필요성도 함께 제시했다.
정부가 최근 건설업 유동성 지원을 위해 특별 융자와 보증료 인하 등 금융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단순 자금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당장 급한 불을 끄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공사대금이 제때 돌지 않는 구조가 그대로라면 근본 처방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대출을 통한 단기 연명보다 대금 지급기일 관리와 미수금 장기화 방지 장치를 촘촘히 마련하는 쪽이 더 직접적인 대책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결국 전문건설업계의 위기를 앞으로는 단순한 경기 침체의 결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현금흐름 관리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공사대금 지급 지연을 상시적으로 점검하고, 미수금 누적 위험이 커지는 업체를 조기에 포착할 수 있는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줄폐업이라는 결과가 나타난 뒤 대응하는 사후 처방보다, 현금흐름이 흔들리는 초기 단계에서 위험 신호를 잡아내는 체계로 정책의 초점을 옮길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전문건설업은 공사를 수행한 이후 대금을 회수하는 구조인 만큼 지급 지연이 발생하면 현금흐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단순한 자금 지원보다 공사대금 지급기일 준수와 미수금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대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