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철강업계 내 전반에 노조 관련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하청 근로자가 비중이 높은 산업 구조 특성상 하청노조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어서다. 철강업체들은 기존의 노조 협상에 더해 하청노조와의 교섭까지 병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교섭 부담과 경영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업계 내 전반에 노조 관련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생산된 제품./사진=포스코 제공
3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지방노동위원회는 최근 현대제철 자회사 현대ITC가 교섭단위를 분리해야 한다는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는 상급단체에 따라 교섭단위를 별도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제철은 한국노총 금속노련 소속 노조,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상급단체가 없는 노조로 나눠 교섭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결정은 노란봉투법이 지난 3월 10일 시행되면서 하청노조들의 원청 교섭 요구가 확대되는 흐름과 맞물린다. 노란봉투법은 하청 근로자들을 보호하고, 원청의 책임 강화를 위해 개정된 것으로 철강업계뿐만 아니라 산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제철 입장에서는 원청 노조에 하청 노조까지 협상을 진행하게 될 경우 교섭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협상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도 하청 근로자들을 직고용한다고 밝혔지만 하청노조 측은 이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포스코는 지난달 포항·광양 제철소 생산 현장에서 조업을 지원하는 협력사 직원들을 직접 고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달 24일부터는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특별채용 공고를 내고 직고용 절차에 들어갔으며, 약 7000명을 순차적으로 직고용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내에서는 이 같은 포스코의 조치를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변화되는 노사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오히려 하청노조들이 직고용에 반발하고 있으며, 포스코 정규직 노조들도 반대하면서 노노갈등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하청노조 측은 기존 정규 생산직과 달리 S직군을 신설하고, 임금 등 처우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반대로 정규직 노조는 직무 가치에 따른 차등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며, 직고용에 따른 역차별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결국 직고용 역시 노사 갈등을 완화하기보다는 새로운 이해관계 충돌을 촉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나온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도 철강업계 노조는 강력한 교섭력을 무기로 사측과의 협상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며 “하청노조까지 가세하게 된다면 이해관계가 한층 더 복잡해지면서 교섭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사내 하청 비중 35%…“교섭 요구 더 확산될 수도”
업계 내에서는 노란봉투법 이후 노조 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을 불안 요소로 꼽고 있다.
철강업계는 생산 과정에서 설비 정비, 물류, 조업 지원 등 다양한 업무가 다수의 하청업체를 통해 수행되고 있어, 사내 하청 비중은 35% 수준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노란봉투법으로 인해 다수의 하청노조와 협상하게 되면 기업들에게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교섭 대상과 의제가 동시에 늘어나면서 협상 구조가 복잡해지고, 의사결정 속도 저하 및 비용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특히 파업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전부터 철강업계 내에서는 사측과의 협상 시 파업을 무기로 종종 활용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청노조까지 교섭 범위가 확대될 경우 파업 리스크는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파업까지 발생한다면 생산 차질은 물론 철강재를 소재로 사용하는 다른 산업군까지 영향을 받는다. 이에 따라 향후에는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산업 생태계 전반의 공급망 안정성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노란봉투법 시행 초기인데 벌써부터 노사 갈등은 물론 노노 갈등까지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앞으로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가 본격화될 경우 교섭 구조가 더욱 다층화되면서 갈등 조정 과정도 한층 복잡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