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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 더 짓기보다 기존 물그릇 총동원”…홍수 대응 패러다임 바뀐다

입력 2026-05-12 14:49:42 | 수정 2026-05-12 14:51:52
이소희 기자 | aswith5@mediapen.com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호우 등 재난 안전 위험이 일상화되는 가운데 정부의 여름철 홍수 대응 전략이 과거의 시설 확충 중심에서 ‘기존 자원의 총동원’과 ‘AI 기반 선제 대응’ 체계로 빠르게 전환·강화되고 있다.

정부가 12일 발표한 ‘2026년 여름철 홍수대책’ 중 전년 대비 개선 및 강화 과제./자료=기후부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제21차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26년 여름철 홍수대책’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여름철 자연재난대책기간(5월 15일~10월 15일)을 앞두고 인명피해 최소화를 최우선 목표로 대응체계를 전면 재정비했다.

최근 시간당 강수량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특정 지역에 단시간 폭우가 집중되는 ‘송곳형 집중호우’가 빈발하면서 기존 홍수 대응체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실제 지난해 서산·예산·산청·가평 등에는 500년 빈도의 국지성 폭우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이번 대책의 핵심을 ‘숨은 물그릇 확보’와 ‘AI·DT 기반 예측 강화’로 설정하고, △홍수조절 능력 확대 △예측체계 고도화 △취약지역 집중 관리 등 3대 분야, 19개 과제를 추진한다.

특히 농업용수 공급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농업용 저수지와 발전댐, 하굿둑까지 홍수조절 체계에 편입시키며 ‘숨은 물그릇’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은 기존 물관리 정책에서 한 단계 진일보해 정책의 실효성을 높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크게 두 개로, 신규 댐 건설 대신 기존 시설 운영 방식을 바꿔 홍수조절 능력을 끌어올리는 것과 AI·디지털트윈(DT) 기반 예측 체계를 통해 재난 대응의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것이다.

우선 기후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긴밀한 협업을 통해 농업용 저수지와 발전댐, 하굿둑 운영 기준을 조정해 기존보다 4억2000만 톤을 추가로 늘려 최대 10억4000만 톤의 홍수조절용량을 확보하기로 했다. 이는 한탄강댐 3개 규모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정책적으로는 신규 댐 건설 등 대규모 토목사업 없이 기존 인프라 활용만으로 약 4조 원 규모의 예산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홍수 대응은 댐 건설이나 하천 정비 같은 대형 SOC 중심 접근이 많았지만, 이번에는 운영 방식 개선과 기관 간 협업을 통해 대응 역량을 높이겠다는 방향으로 정책을 강화한 셈이다.

특히 농업용 저수지를 본격적인 홍수 대응 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상징성이 크다. 기존에는 농업용수 확보가 최우선이었지만, 앞으로는 강우 예보 시 사전 방류를 통해 홍수조절 기능까지 수행하게 된다. 발전댐 역시 전력 생산 중심 운영에서 벗어나 홍수 대응 기능을 강화하게 된다.

이는 기후변화로 인해 짧은 시간에 집중되는 국지성 폭우가 늘어나면서, 특정 시설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 서산·산청·가평 등에서 500년 빈도의 폭우가 발생하는 등 강우 패턴 자체가 급변했다고 진단했다.

또한 눈에 띄는 변화는 예측 중심 재난 대응 강화다. 정부는 올해 처음으로 서울 강남역과 신대방역 일대 6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도시침수예보 대국민 알림 서비스’를 도입, 시범 운영한다.

단순히 비가 많이 온다는 정보를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침수 범위와 침수심까지 예측해 ‘침수주의보’와 ‘침수경보’를 발령하는 방식으로, 지자체와 경찰·소방당국이 이를 기반으로 도로 통제나 차수판 설치 등을 선제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AI 기반 홍수예보도 한층 정밀해진다. 레이더 기반 초단기 강수예측 모델의 적용 범위를 남한 내륙에서 한반도 전체로 확대하고, 해상도 역시 기존 8㎞에서 1㎞ 수준으로 높인다. 정부는 AI 재학습 체계를 통해 실제 홍수 사례를 신속히 반영함으로써 예측 정확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재난 대응이 사후 대응 성격이 강했다면, 앞으로는 AI 기반 예측을 통해 사전에 위험 지역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재편되는 셈이다. 

재난문자 체계도 개편된다. 정부는 하천 범람이 임박한 ‘계획홍수위’ 도달 시 기존 안전안내문자 대신 최대 음량으로 발송되는 긴급재난문자를 송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AI CCTV 확대, 교량·지하차도 침수위험 정보 제공, 홍수위험지도 고도화, 빗물받이 집중 정비 등 현장 대응력 강화 대책도 병행된다.

그동안 홍수 위험 정보가 일반 안내 수준으로 전달되면서 실제 주민 대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된 조치다. 재난 경보를 단순 정보 제공이 아니라 즉각적인 행동 유도 체계로 바꾸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눈에 보는 2026년 정부 홍수대책./자료=기후부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부처 간 협업과 현장 대응 체계가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농업용 저수지의 경우 영농기 물 공급과 홍수 대응 간 균형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하굿둑 운영 역시 지역별 이해관계 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AI 기반 예측이 실제 현장 대응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와 경찰·소방당국 간 정보 공유와 대응 매뉴얼 정비가 병행돼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이번 대책은 기후위기 시대 재난 대응이 단순 복구 중심에서 ‘예측·선제 대응형 시스템’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역시 기존에 홍수조절에 활용되지 않았던 시설까지 전면 활용하는 등 이번 여름철 홍수 대응을 계기로 물관리 체계 전반을 기후적응형으로 재편하겠다는 방침이다. 

기후부 관계자는 “농업용 저수지와 하굿둑을 홍수통제소의 수문 방류 관리대상으로 확대하고 강우 예보 시에 농업용수 공급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사전 방류를 통해 저수지 4억2000만 톤, 하굿둑 1억5000만 톤, 총 5억9000만 톤의 물그릇을 확보하겠다”면서 “숨은 물그릇을 확보해 홍수 조절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해 제방이 붕괴됐던 삽교천 구만교와 삽다리교 복구 작업과 관련헤서는 “현재 복구작업이 진행 중으로 영구 복구에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응급 복구 작업은 완료돼 이번 홍수기에는 안전상의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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