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권동현 기자] 정부가 성과급 상한 폐지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한 삼성전자 노조를 향해 ‘긴급조정권’ 카드를 꺼내 들었다. 삼성전자 총파업 현실화 시 최대 100조 원의 경제적 손실과 글로벌 반도체 패권 상실이 우려된다며 노조의 쟁의행위 자제를 압박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삼성전자 파업 관련 대국민담화에서 “삼성전자 파업으로 국민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정부는 국민경제 보호를 위해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오는 18일 예정된 중앙노동위원회 2차 사후조정에 대해 “파업을 막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며 “노사 모두 이 자리의 무게를 결코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여당 입장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노조의 대규모 파업으로 민심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클 것이라는 게 재계의 설명이다. 반대로 지방선거 때문에 노조에서 정부를 더욱 강하게 압박한다는 말도 나온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삼성전자 파업 관련 대국민 담화를 준비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김민석 국무총리,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2026.5.17./사진=연합뉴스
김 총리는 노조 총파업에 “우리 반도체 산업 전반의 신뢰와 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위”이자 “대한민국 핵심 전략자산인 반도체 산업의 쇠락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생산라인 특성상 잠시의 멈춤이 수개월의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며 “웨이퍼 폐기 등이 발생하면 경제적 피해가 최대 100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고 말했다.
또한 “삼성전자는 대한민국 수출의 22.8%, 전체 시가총액의 26%를 차지하는 핵심 축”이라며 “이제 막 본격 성장 국면을 맞은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전쟁에서 어렵게 확보한 전략적 우위를 경쟁국들에 통째로 내어주게 된다”고 우려했다.
앞서 삼성전자 노조는 성과급 상한 폐지 등을 요구하며 오는 21일부터 18일간의 전면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이에 사측은 교섭대표위원이던 김형로 부사장을 교체하라는 노조 측의 요구를 수용하는 등 파업을 막기 위해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노조는 지난 11일부터 12일까지 열린 1차 사후 조정에서 협상 불가를 선언하며 최종 결렬을 선언하는 등 강경 투쟁 노선을 고수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5~16일 노사 양측을 직접 만나 막판 조율을 시도했음에도 요지부동 자세를 보였던 노조는 이재용 회장이 전 고객사 및 대국민 사과에 나서며 노조 역시 한 가족임을 강조하자 18일 2차 사후 조정 테이블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실제 발동할 경우, 2005년 대한항공 파업 이후 21년 만이다. 그동안 노동부는 “검토 단계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유지해왔지만, 이번에는 김 총리가 직접 가능성을 공개 거론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긴급조정권은 노조의 쟁의행위가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할 위험이 있을 때 발동된다. 공표 즉시 30일간 모든 파업 행위가 금지되고 노조원들은 즉각 현장에 복귀해야 하며 이를 거부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재계에서는 실제 파업에 들어갈 경우 국내 경제에 상당한 파급이 있을 것으로 예상돼 정부여당에서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 노란봉투법을 제정한 정부여당인 만큼 국민 대다수가 노조에 부정적 생각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 파업이 이뤄지면 선거에 막대한 영향이 있을 수 있다.
한편으론 정치권과 산업계에서 정부가 노동계의 ‘노동 3권 침해’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긴급조정권’ 발동을 언급한 것은 노조의 파업으로 반도체 공급망이 수 개월간 마비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정부가 노조의 파업 철회를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디어펜=권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