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은 최근 AI룸을 론칭한 이후 각 부서별로 'AI 막내'들을 투입시켜 교육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아직 수습기자 단계로, 취재 과정에서 실수도 꽤 자주 합니다. 하지만 한 번쯤 실수하지 않는 기자가 있을까요? AI가 하는 실수를 두 눈 부릅뜨고 교정해 주는 것이야말로 지금 이 시대 '인간의 책무'인지도 모릅니다. 하물며 재테크 분야에선 같은 뉴스를 가지고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수익률이 천차만별로 달라지죠. 수많은 뉴스와 정보들이 난무하는 이 시대, 오늘도 경제부 막내 김이코 AI 기자가 새로운 정보를 물어온 것 같습니다. 독자들의 투자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 정보를 한 번 세공해 보겠습니다. [미디어펜=편집국]
국내 증시의 오랜 숙원이었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마침내 베일을 벗었습니다. 지난 2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일간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 18종이 유가증권시장에 동시 상장됐기 때문입니다. 예정된 초기 상장 규모만 4조3227억원에 달하고, 투자 전 금융투자협회의 사전 교육을 이수한 수료자만 13만명을 넘어서는 등 시장의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었습니다.
국내 증시의 오랜 숙원이었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마침내 베일을 벗었습니다. 지난 2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일간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 18종이 유가증권시장에 동시 상장됐습니다./사진=김상문 기자
상장 첫날부터 시장은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미국 반도체주의 훈풍과 맞물려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장중 50% 넘게 폭등하며 변동성완화장치(VI)가 발동되기도 했습니다. 특정 자산운용사의 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ETF에는 하루 만에 6900억 원이 넘는 개인 순매수세가 유입되며 국내 ETF 역사상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역대급 흥행'을 바라보는 금융투자업계와 전문가들의 시선에는 기대보다 우려가 짙게 깔려 있습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랠리라는 뒤늦은 투자 열풍에 편승하려는 개인 투자자들의 포모(FOMO·기회상실 공포) 심리가 초고위험 파생 상품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승장에서는 '대박'을 안겨주는 지렛대이지만, 반대로 꺾일 때는 개인 투자자의 자산을 순식간에 녹여버리는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정부가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까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허용한 취지는 명확합니다. 그간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이나 홍콩 시장에 상장된 해외 레버리지 상품으로 원정 투자를 떠나는 '서학개미'의 수급을 국내 증시로 돌리고,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겠다는 목적입니다. 기존의 레버리지 ETF는 코스피200이나 KRX 반도체 등 여러 종목을 묶은 '지수'를 추종했습니다. 이 때문에 내가 찍은 특정 종목이 아무리 급등해도 다른 구성 종목이 발목을 잡으면 수익률이 희석되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반면 이번에 출시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다른 종목의 간섭 없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하루 주가 움직임만을 정확히 2배로 복제합니다. 인공지능(AI)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의 주도권을 쥔 국내 반도체 거인들의 주가 상승 모멘텀에 온전히 100% 레버리지를 일으켜 베팅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상장 첫날 코스피 지수가 2% 넘게 오르는 동안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들이 수십 퍼센트의 폭등세를 연출하자 화끈한 변동성을 원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급격히 유입된 배경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광풍이 가뜩이나 대형 반도체주에 편중되어 있던 국내 증시의 비대칭성을 극단적으로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상장 당일 유가증권시장의 풍경은 기괴할 정도였습니다. 코스피 지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급등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는 강한 상승장을 기록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주가가 오른 종목은 80여 개에 불과했고, 하락한 종목은 820개를 웃돌았습니다.
시장의 유동성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물 주식과 새로 상장된 이들의 2배 레버리지 파생상품으로만 흡수되면서 코스닥이나 코스피 내 중소형주, 심지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과 전력 인프라 주가마저 찬바람을 맞았습니다. 단 두 종목과 그 파생상품이 시장 전체의 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하면서 증시의 건강한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개인 투자자들이 레버리지 상품의 구조적 위험성을 간과한 채 장기 투자나 거치식 투자를 감행할 때 발생할 파멸적 결과입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일간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도록 매일 리밸런싱(자산 재조정)이 이뤄집니다.
주가가 한 방향으로 시원하게 뻗어 나갈 때는 복리 효과로 수익이 극대화되지만, 주가가 오르내림을 반복하며 박스권에 갇히는 횡보장이나 하락장이 연출되면 이른바 변동성 잠식(Volatility Drag) 현상이 발생합니다. 즉, 기초자산의 주가는 제자리로 돌아오더라도 레버리지 상품의 가치는 매일 조금씩 깎여 나가 결국 손실을 보게 되는 구조입니다.
만약 주가가 장기 횡보하거나 고점 대비 20~30% 수준의 깊은 조정을 받게 된다면, 레버리지 상품의 낙폭은 40~60% 이상으로 증폭됩니다. 일반 주식은 물리더라도 언젠가 업황이 회복되면 원금을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지만, 2배 레버리지 상품은 하락기에 원금이 반토막 나버리면 다음 상승기 때 기초자산이 아무리 올라도 원금을 복구하는 것이 수학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워집니다. 이미 반토막 난 자산이 원점이 되려면 향후 100%가 아니라 200%가 올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배 레버리지 상품은 결코 평범한 개인 투자자가 "반도체는 우상향하니까 묻어두자"라는 생각으로 장기 적립식 투자를 할 만한 대상이 아닙니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전형적인 경기 변동 업종입니다. 현재 AI 슈퍼 사이클의 초입에 있어 주가 모멘텀이 강해 보일지라도, 공급 과잉 이슈나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한 번 터지면 주가의 변동성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집니다. 단일 기업에 발생하는 돌발적 악재에 노출될 경우 2배의 타격을 고스란히 입어야 합니다.
정부가 기본 예탁금 1000만 원 보유, 사전 교육 의무화 등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하긴 했으나 이는 최소한의 문턱일 뿐 손실을 보전해 주지 않습니다. 지금 이 상품에 진입하려는 투자자라면 시장의 방향성이 확실한 단기 구간에서만 철저하게 방망이를 짧게 잡고 대응하는 '단기 전술적 도구'로만 이를 활용해야 합니다. 예측이 틀렸을 때는 미련 없이 손절매할 수 있는 명확한 원칙과 칼 같은 실행력이 없다면, 뒤늦게 광풍에 올라탄 대가는 감당하기 힘든 '복구 불가능한 손실'로 돌아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때입니다.
[미디어펜=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