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하 기자] 한미전략투자공사가 공식 출범하면서 국내 조선업계의 대미 밸류체인 확장 셈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사의 1호 투자처로 미국 루이지애나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프로젝트 등 에너지 인프라 분야가 거론됨에 따라 국내 조선업계 북미 에너지 다운스트림 확충에 따른 장기적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식 가동을 시작한 한미전략투자공사는 이달 내로 1호 투자처를 공식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미국 내 에너지 인프라 분야로의 자본 투입이 유력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루이지애나 LNG 터미널 프로젝트가 투자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이는 국내 조선업계가 글로벌 에너지 물류의 밸류체인을 선점할 수 있는 구조적 기회가 열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
HD한국조선해양의 LNG선./사진=HD한국조선해양 제공
◆ 에너지 다운스트림 밸류체인 연계…LNG 해상 물동량 증가 기대감
한국 측의 루이지애나 LNG 터미널 프로젝트 투자가 본격화돼 미국 내 대규모 가스 수출 인프라가 단계적으로 구축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을 오가는 LNG 해상 물동량은 점진적인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현지 인프라 확충은 필연적으로 고부가가치 선박인 대형 LNG 운반선과 부유식 가스 설비 등의 신규 발주 확대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대미 투자를 통해 연계된 인프라 물류망이 향후 국내 조선업계에 안정적인 전속 시장(캡티브 마켓)과 유사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긍정적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그동안 K-조선은 압도적인 선박 건조 기술력을 갖추고도 글로벌 화주 및 대형 선주사들의 발주 캘린더에 따라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여왔다. 하지만 한미 양국의 자본이 결합된 거대한 에너지 밸류체인이 원활하게 작동한다면 대형 프로젝트의 기획 단계부터 국내 조선사들이 선박 및 해양 플랜트 공급자로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이는 향후 글로벌 단가 협상에서 국내 기업들이 보다 확고한 가격 결정력을 확보하고 후방 기자재 생태계까지 동반 성장하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 HD한국조선해양 '소프트파워'·한화오션 '하드웨어'… 엇갈린 공략법
미국발 대규모 인프라 조성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국내 조선업계의 현지 시장 공략 셈법도 구체화되고 있다. 기업들은 각기 다른 밸류체인 연계 방식을 통해 북미 시장 내 영향력 확대를 모색 중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정책 대응과 현지 네트워크 확대를 전략적 중심축으로 삼았다. 올해 초 선제적으로 미국 사업 추진 태스크포스팀(TFT)을 신설한 HD한국조선해양은 한국과 미국 간의 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사업 협력 기회를 발굴하는 데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마스가(MASGA·미국 해양안보 및 성장법) 등 현지 해양 정책 논의에 발맞춰, 미국 현지 조선소와의 기술 협력이나 지분 투자 등 다각적인 협력 방안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리한 직접 진출보다는 지분 투자와 기술 공여를 통해 현지 해양 생태계에 유연하게 스며드는 '소프트파워' 중심의 밸류체인 연계를 타진하는 모습이다.
한화오션은 현지 거점이라는 물리적 하드웨어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이미 미국 현지 조선소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는 강점을 바탕으로 다가올 수주전에서 적기 대응 체계를 다진다는 구상이다. 특히 미국 정부가 자국 내 생산(Build in America) 기조를 강력히 우대하는 정책적 역학 관계를 감안할 때, 현지 건조 역량과 거점을 갖춘 한화오션이 대규모 LNG 운반선 수주전에서 다소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북미 생산 거점을 통해 미국의 까다로운 자국 중심주의 정책을 정면으로 돌파하려는 정공법으로 풀이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대미 투자가 본격적으로 집행되면 조선 기업들의 미국 내 사업 기회가 과거 어느 때보다 크게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현지 정책 변화와 기술 인력 확보 추이 등 짚어봐야 할 변수가 남아있는 만큼, 실제 수주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면밀한 현지 밸류체인 대응 전략이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동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