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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선박 심장 꿰찬 HD현대·한화…실적 엔진 '풀가동'

입력 2026-07-01 14:55:28 | 수정 2026-07-01 14:55:21
김동하 기자 | rlacogk@mediapen.com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글로벌 선박 발주 물량이 중국 조선소로 쏠리는 가운데 국내 선박 엔진 업계가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 외형 확장에 나선 중국 조선소들이 친환경 규제에 대응하고 선주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기술력이 검증된 한국산 엔진 등 핵심 기자재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선박 엔진 제조사인 HD현대마린엔진과 한화엔진은 올해 들어 중국 조선소들로부터 대규모 수주를 연이어 따내며 실적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HD현대마린엔진 공장 전경./사진=HD현대마린엔진 제공



최근 글로벌 조선 시장은 가격 경쟁력과 막대한 건조 시설을 앞세운 중국의 점유율 확대가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 등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신규 선박 발주 물량의 60% 이상을 중국이 확보하고 있다. 막대한 물량을 수주한 중국 조선소들은 선박 건조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엔진 등 주요 기자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다만 선박의 심장에 해당하는 대형 엔진 분야에서는 여전히 한국 기업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 배출 규제가 갈수록 엄격해지면서 선주들이 액화천연가스(LNG)나 메탄올 등 친환경 이중연료 엔진 장착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부가가치 제품은 고도의 설계 기술과 오랜 가동 경험이 필수적이다.

결국 중국 조선소들은 선박 건조 입찰에서 유럽 등 글로벌 선주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품질과 납기, 연비가 확실하게 검증된 국내 엔진 제조사들의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내 엔진 업계는 가격 출혈 경쟁을 피하면서도 수익성이 높은 친환경 제품을 중심으로 수주 잔고를 쌓아 올리며 수익을 챙기고 있다.

◆ HD현대마린엔진, 1000억원대 잭팟…정기선 결단 빛났다

특히 HD현대마린엔진의 약진이 매섭다. 올해 상반기에만 총 15건, 6727억 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따내며 이미 지난해 전체 매출액을 뛰어넘었다. 주목할 부분은 전체 공급 계약 15건 중 무려 12건을 중국 조선소로부터 수주했다는 점이다. 중국발 낙수효과를 적극적으로 흡수하고 있는 셈이다.

구체적으로 HD현대마린엔진은 최근 중국 우후 조선소와 279억 원 규모의 선박엔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지난 3월 웨이하이 조선소와 204억 원, 5월 우후 조선소와 558억 원 규모의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올해 중국 조선사와 맺은 계약 금액만 1000억 원을 넘겼다. 이러한 수주 호조는 곧바로 실적에 반영돼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16.5% 급증한 326억 원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정기선 HD현대 회장의 인수 결정이 제대로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평소 정 회장이 중국 조선업을 압도할 수 있는 초격차 경쟁력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온 만큼 선박용 대형 엔진과 이중연료 엔진에 특화된 HD현대마린엔진을 그룹에 품은 것이 신의 한 수가 되었다는 분석이다. HD현대의 글로벌 영업망과 결합한 HD현대마린엔진은 당분간 중국 시장 내 점유율을 더욱 가파르게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엔진, 영업이익률 최고치 경신…데이터센터 시장까지 정조준

한화그룹 편입 이후 시너지를 내고 있는 한화엔진 역시 밀려드는 중국발 수주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한화엔진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3452억 원, 영업이익은 514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8.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30.3% 급증하며 성과를 냈다. 특히 분기 영업이익률은 14.9%를 달성해 2024년 한화그룹 편입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실적 개선의 핵심 동력은 단연 중국 조선소들을 향한 수출 물량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체 신규 수주액 약 1조2000억 원 가운데 절반가량을 중국 조선소로부터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컨테이너선 등 대마력 엔진을 중심으로 친환경 선박을 건조하려는 중국 업체들의 쏟아지는 문의가 안정적인 이익 창출 기반이 됐다.

나아가 조선업 호황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에도 나섰다. 한화엔진은 최근 발전용 중속엔진 사업을 재개하며 전력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데이터센터 시장 진출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인프라가 필수적인 시대가 도래한 만큼 선박용 엔진에서 검증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육상 발전용 엔진 시장까지 영역을 확장해 중장기적인 수익 구조를 다변화한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조선소들이 글로벌 선박 발주 물량의 60%를 수주하고 있지만 정작 그 배에 들어갈 친환경 엔진을 제때 문제 없이 만들어낼 수 있는 곳은 사실상 한국 업체들 뿐"이라며 "선박엔진은 품질과 납기, 연비, 환경 규제 대응 능력이 모두 요구되는 핵심 기자재인 만큼 당분간 엔진 업계의 실적 호조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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