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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승부수①]시스템·메모리 벽 허문 AI…글로벌 반도체 지형도 재편

입력 2026-07-13 15:01:10 | 수정 2026-07-13 15:07:03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인공지능(AI) 기술 확산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추세다. 특히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인 ‘HBM4(6세대)’부터는 메모리에 파운드리 로직 공정이 결합하면서 시스템 반도체와 메모리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움직이는 가운데, 시장의 중심에 선 한국 반도체 기업들 역시 각기 다른 생존 전략을 구사하며 지형도 재편을 주도하는 모습이다. 이에 미디어펜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변화 속에서 국내 양사가 취한 전략적 선택을 분석하고, 향후 산업 전망을 진단한다. [편집자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반도체 패러다임이 재편 중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의 확산으로 맞춤형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면서, 그동안 독립적으로 운영되던 시스템 반도체 설계(팹리스), 파운드리(위탁생산), 메모리 반도체의 경계가 무너지는 양상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AI 시대가 열리면서 이에 대비하기 위한 각국의 정책과 맞물려 반도체 기업들의 전략에도 큰 변화가 생기고 있다. 특히 차세대 AI 가속기의 핵심 부품인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양산 시점이 다가오면서, 세계 메모리 시장을 이끄는 국내 기업의 사업 구조와 전략적 선택이 글로벌 반도체 지형도를 흔드는 핵심 변수로 부각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2월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내 첨단 복합 반도체 연구개발(R&D) 센터인 NRD-K 클린룸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 파운드리·메모리 공정 융합 가속…TSMC 독주 속 대안 찾는 시장

최근 변화의 핵심은 HBM 최하단에서 제어 역할을 하는 ‘베이스 다이(Base Die)’의 공정 전환이다. 

HBM4 세대부터는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높이기 위해 베이스 다이에 기존 D램 공정 대신 파운드리 미세 공정을 필수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메모리 제조에 시스템 반도체 공정이 결합하는 구조적 변화다.

반도체 생산 전반의 흐름도 바뀌고 있다. AI 시대에는 단일 칩에서 다중 칩으로 전환하는 요구가 커짐에 따라, 2D·2.5D·3D 패키징과 조립·테스트 공급망까지 설계와 생산 단계에서 함께 고려되는 ‘시스템 파운드리’ 접근이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대만 TSMC의 독점 체제가 한층 더 공고해지는 양상이다. 

엔비디아와 AMD 등 주요 빅테크들의 첨단 AI 칩 생산이 TSMC에 집중되면서, AI 서버 랙 1대 가격이 최대 2100만 달러(약 280억 원) 선까지 치솟는 등 고객사들의 투자 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 TSMC가 공급 단가 주도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빅테크들은 장기적인 원가 절감을 위해 한국 양사의 HBM4 기술력과 패키징 공급 능력을 대안 공급망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TSMC의 독주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한국 반도체가 점유율을 파고들 틈새가 열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 미국 인텔·마이크론 추격 속 삼성·하이닉스 차별화 전략으로 대응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움직임도 구체화되고 있다.

미국 인텔은 18A 공정 고도화와 함께 미래 슈퍼칩을 겨냥한 차세대 유리 기판 패키징 투자를 가속화하며 전면적인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미국 정부의 자국 중심 공급망 구축 지원을 바탕으로 CPU부터 AI 가속기 생산까지 아우르는 독자적인 제조 생태계 확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메모리 업계에서는 미국 마이크론의 성장세가 변수로 떠올랐다. 마이크론은 설비투자(CapEx) 규모를 약 200억 달러로 상향하며 차세대 HBM4를 포함한 공급 물량 계약을 선제 완료하는 등, 미국계 기업들과의 지리적 접근성을 이점으로 내세워 시장의 틈새를 공략하고 있다.

이 같은 글로벌 패권 경쟁의 중심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기 다른 생존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설계, 메모리,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종합반도체기업(IDM)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있다. 자사 4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적용한 베이스 다이 내재화를 완료하고 일괄 생산(Turn-key) 모델을 앞세워 AMD 등 빅테크 공급망을 공략 중이다. 

반면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와의 ‘원팀 초연합’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자사의 D램 기술력과 TSMC의 미세 공정 및 첨단 패키징을 유기적으로 묶어 엔비디아 중심의 기존 AI 철옹성 생태계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AI 반도체 업황은 메모리와 시스템의 기술적 경계가 무너진 통합 생태계 경쟁 단계”라며 “글로벌 파운드리 병목을 해소하고 차세대 제품의 양산 수율을 먼저 안정화하는 기업이 향후 글로벌 반도체 지형도를 완전히 재편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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