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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엔 멈추라면서 손실은 현장 몫…기후 리스크 보상체계 빈칸

입력 2026-07-13 14:05:36 | 수정 2026-07-13 14:05:34
조태민 기자 | chotaemin0220@mediapen.com
[미디어펜=조태민 기자]폭염과 집중호우가 건설현장의 주요 안전 변수로 떠오르면서 건설사들이 혹서기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현장점검과 휴식 기준, 작업중단 기준은 강화되고 있지만 정작 공사를 멈췄을 때 발생하는 간접비와 공기 지연 손실을 보전할 장치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건설사들이 폭염 대응과 작업중단 기준을 강화하고 있지만, 위험 상황에서 공사가 멈췄을 때 발생하는 공기 지연과 간접비 손실을 보전할 제도적 장치는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김상문 기자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주요 건설사들은 여름철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현장 안전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오일근 대표 등 경영진이 현장을 찾아 근로자를 격려하고 휴게시설 운영 상황을 점검했다. 계룡건설은 오는 9월 말까지 전 현장을 대상으로 ‘온열질환 제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DL이앤씨는 체감온도에 따라 작업중지와 휴식 기준을 운영 중이다. 체감온도 38도 이상이면 옥외작업을 중지하고, 33도 이상이면 2시간마다 20분씩 휴식하도록 했다. 현대건설도 전국 121개 현장을 대상으로 혹서기 특별점검을 진행하며 폭염 대응 상황을 살피고 있다.

건설사들이 대응 수위를 높이는 것은 폭염 리스크가 이미 본격화하고 있어서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기준 올해 7월10일 현재 누적 온열질환자는 535명, 추정 사망자는 2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온열질환자는 4460명, 사망자는 29명이었고 환자와 사망자가 7월 하순에 집중됐던 만큼 건설현장도 본격적인 혹서기 관리 국면에 들어섰다.

하지만 혹서기 안전대책이 강화된 것과 별개로, 작업중단에 따른 비용 부담은 여전히 현장에 남아 있다. 폭염이나 호우 때 공사를 멈추면 안전사고 위험은 낮출 수 있지만, 건설사 입장에서는 공기 지연과 간접비 부담이 발생한다. "위험하면 멈춰야 한다"는 원칙이 현장에 자리 잡으려면 멈춘 시간에 대한 비용 처리 기준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건설업은 옥외작업 비중이 높고 준공기한이 정해진 수주산업이다. 폭염·강풍·호우 등 기상 악화가 발생하면 작업중단에 따른 재무 손실과 공기 만회 과정의 안전사고 위험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건설업이 옥외·이동형 작업장이라는 특성과 고정된 준공기한 때문에 기상 리스크에 취약하고, 비용 충격을 자체적으로 흡수할 여력도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기존 보상체계도 충분하지 않다. 공기연장에 따른 추가 간접비는 보상 대상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청구와 보상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기존 건설공제 상품도 공사목적물의 물리적 손상이나 계약 불이행을 중심으로 설계돼 물적 손해가 없는 작업중단 자체의 영업손실이나 간접비는 기본 담보에서 빠지는 경우가 많다. 실손보상 방식은 손해사정에 몇 주에서 수개월이 걸려 현장이 필요한 시점에 자금을 공급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이 때문에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지수형 공제다. 기상청 특보 등 객관적 지표가 사전에 정한 기준에 도달하면 손해사정 없이 약정액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물리적 손해가 확인된 뒤 보상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현장이 멈춰야 하는 시점에 유동성을 공급해 무리한 공기 만회보다 작업중단을 선택할 유인을 만들 수 있다는 취지다.

지수형 보상을 실제 적용하려는 시도도 나오고 있다. 제주도는 이달 말 폭염중대경보 발령으로 공공발주 건설현장 작업이 전면 중단될 경우 퇴직공제에 가입한 일용직 노동자에게 소득 상실분을 보전하는 시범사업을 도입할 예정이다.

다만 제주도 시범사업은 노동자 소득 보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건설사가 부담하는 공기 지연과 간접비 손실을 보전하는 장치와는 거리가 있다. 적용 대상도 공공발주 1억원 이상 현장으로 제한되고, 재원 역시 지자체 예산이 아닌 금융위원회 상생보험 공모를 통해 확보한 보험업계 상생기금이다.

건설현장의 작업중단 간접비와 공기 지연 부담을 표준적으로 흡수하는 보상체계는 아직 초기 단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들이 휴식 기준과 작업중지 기준을 강화해도, 작업중단에 따른 비용 부담은 개별 현장과 기업이 떠안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국회 논의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에는 건설공사 기간 연장 사유에 폭염과 한파를 추가하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개정안은 지난 2월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서 대안 가결된 뒤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 심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공사기간 연장 근거를 보강하는 논의조차 제도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작업중단 손실을 빠르게 보전하는 체계도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폭염이나 호우 때 작업을 멈추는 판단은 안전뿐 아니라 공기와 비용 부담까지 함께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기업들이 휴식 기준과 작업중지 기준을 강화하고 있지만, 멈췄을 때 발생하는 간접비와 공기 지연 부담까지 현장이 떠안는 구조라면 안전한 작업중단이 제도적으로 자리 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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