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소희 기자] 경북 영천시의 오랜 숙원사업인 ‘렛츠런파크 영천’이 9월 11일 정식 개장한다. 지난 2009년 경마공원 후보지로 선정된 지 17년 만이다.
한국마사회는 9월 11일부터 렛츠런파크 영천의 관람시설을 개방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9월 13일에는 지역민과 함께하는 개장기념 행사를 열고 첫 개장 기념경주를 개최한다.
렛츠런파크 영천은 렛츠런파크 서울(과천), 제주, 부산경남에 이어 국내 네 번째 경마공원이다.
특히 기존 경마공원과 달리 ‘권역형 순회경마’라는 새로운 운영체계를 국내 최초로 도입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마사회는 2026년 하반기 12주 동안 영천에서 총 72개 경주를 시행할 예정이다.
17년 만에 결실…‘말의 도시’ 영천의 새로운 출발
렛츠런파크 영천 경주로 적응 훈련을 하고 있는 경주마./자료=마사회
렛츠런파크 영천 건립사업은 2009년 영천이 국내 신규 경마공원 후보지로 선정되면서 본격화됐다. 이후 사업 추진과 각종 절차를 거쳐 올해 시설을 완공하면서 17년간 이어진 지역의 숙원사업이 결실을 맺게 됐다.
영천은 오래전부터 말과 인연이 깊은 지역으로 꼽힌다. 경마공원이 들어서는 금호읍 일대에서는 청동기시대 유물인 마형대구가 출토됐으며, 조선시대에는 신녕면의 장수역이 군위·경주·경산·울산 일대를 연결하는 주요 역참 역할을 했다. 조선통신사 역시 영천을 오가며 말을 갈아탔고 금호강변에서는 말을 이용한 전통 기예인 마상재가 펼쳐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영천시는 이 같은 역사적 기반을 바탕으로 말산업 육성에 꾸준히 투자해왔다. 2009년 운주산승마조련센터를 개장한 데 이어 2015년에는 제주를 제외한 내륙 지역 최초로 말산업 특구로 지정됐다.
이번 렛츠런파크 영천 개장을 계기로 영천은 말 생산과 조련, 복지, 경주, 관광으로 이어지는 말산업 전반의 기반을 갖추게 됐다.
핵심은 ‘권역형 순회경마’…“부산경남과 영천을 하나의 경마권역으로”
렛츠런파크 영천의 가장 큰 특징은 국내 최초로 도입되는 ‘권역형 순회경마’다. 경주마 자원은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 상주시키고, 경마가 열리는 날에는 경주마와 관련 인력이 영천으로 이동해 경주를 치르는 방식이다.
마사회는 이러한 운영방식이 미국과 일본, 홍콩 등 경마 선진국에서 활용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2026년에는 9월 2주 차부터 12월 1주 차까지 12주간 총 72개 경주를 영천에서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9월에는 영천에서 12개 경주가 열릴 예정이며, 부산경남에서는 32개 경주가 예정돼 영남권에서만 모두 44개 경주가 시행된다.
부산경남과 영천을 하나의 경마권역으로 묶어 경주마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경주마 이동에 따른 복지 강화…13.5톤 전용 수송차량 13대 투입
경주마가 부산경남과 영천을 오가는 만큼 한국마사회는 말의 이동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담을 줄이는 데에도 초점을 맞췄다.
국제경마연맹(IFHA)의 말 수송 복지 가이드라인을 반영해 13.5톤급 무진동 전용 수송차량 13대를 제작됐으며 차량에는 시스템 에어컨과 가변형 칸막이, 부상 방지를 위한 특수 고무 바닥재 등이 적용됐다. 국내 최초로 실시간 GPS 추적 시스템과 클래식 음악 송출 장치도 갖췄다.
권역형 순회경마가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경주 운영뿐 아니라 경주마의 안전과 복지가 핵심인 만큼, 이번 전용 수송체계가 새로운 운영방식의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렛츠런파크 영천은 경마 관람객뿐 아니라 가족 단위 방문객을 겨냥한 복합레저공간으로도 조성됐다. 사업부지는 약 66만㎡로, 1단계 사업에 총 1857억 원이 투입됐다. 전체 사업비는 3057억 원 규모다.
관람대는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최대 35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한옥을 모티브로 한 계단식 디자인을 적용해 기존 경마장과 차별화된 공간을 구현했다.
경주로 안쪽에는 친환경 수변공원을 조성했으며, 1746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에는 태양광 가림막을 설치했다.
마사회는 경마를 관람하지 않는 방문객도 즐길 수 있도록 미니호스 프로그램과 계절별 가족행사 등 말과 연계한 체험 콘텐츠도 운영할 계획이다.
지역에서는 렛츠런파크 영천 개장이 관광객 유입과 신규 일자리 창출, 주변 상권 활성화 등 지역경제에 미칠 효과에도 주목하고 있다.
지역경제·관광 활성화 ‘시험대’…9월 13일 개장식, 첫 기념경주
특히 대구 도시철도 1호선 영천 연장사업과 금호·대창 하이패스IC 개통 등 교통 인프라 확충과 맞물릴 경우 영천의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체류형 관광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대규모 시설이 지역경제의 실질적인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경마 관람객을 지역 내 관광·숙박·외식·체험 소비로 연결하는 후속 전략이 중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마사회 역시 개장 첫해 건전한 레저문화 정착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구매 상한 등 현행 건전화 제도를 적용하는 한편, 경마 자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말과 지역문화를 결합한 체험형 콘텐츠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공식 개장행사는 9월 13일 오전 11시 40분부터 오후 12시 35분까지 관람대 야외 관람석에서 열린다. 지역의 주요 인사가 참석하며 아리랑태무시범단과 육군3사관학교 군악대의 축하공연 등이 예정돼 있다.
첫 개장 기념경주는 같은 날 오후 12시 45분 출발하며 1800m 특별경주로 진행된다.
우희종 마사회 회장은 “렛츠런파크 영천은 서울, 제주, 부산경남에 이어 4번째로 탄생한 경마공원이자 단순한 경마시설을 넘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신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며 “영천시민의 자부심이 되고 지역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상생 랜드마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17년이라는 긴 준비기간을 거쳐 문을 여는 렛츠런파크 영천. 국내 최초 권역형 순회경마라는 새로운 운영모델과 말산업·관광을 결합한 복합레저공간이 실제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향후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