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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생산 없으면 관세"…SK, 미국서 '완결형 생태계' 틀 짜나

입력 2026-09-17 11:03:30 | 수정 2026-09-17 11:29:50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인공지능(AI) 인프라 확대로 인한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품귀 현상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거센 관세 압박이 맞물리면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대미 현지 생산 전략이 중대한 분기점을 맞고 있다. 

삼성전자가 텍사스 테일러 파운드리 팹을 통해 첨단 전공정 생산 거점 구축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SK하이닉스도 인텔 공장 임차를 통해 미국 본토에서 메모리 전공정 제조에 나서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전경 /사진=SK하이닉스 제공



17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인텔이 미국 오하이오주에 짓고 있는 반도체 공장 일부를 임차해 메모리 칩을 제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인텔 및 현지 빅테크·클라우드 고객사들과 합작법인(JV)을 세워 공동 생산 기반을 마련하는 안도 함께 거론된다.

◆ '후공정' 머물던 SK하이닉스, '전공정' 품고 미국 완결형 체제 구축하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국 생산 거점 전략은 공정 단계에서 차이를 보여왔다. 삼성전자는 기존 오스틴 팹에 이어 텍사스 테일러에 400억 달러 이상을 투입, 최첨단 2~4나노 미세회로를 새기는 파운드리 '전공정(Front-end)' 팹을 건설하며 현지 가동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약 38억7000만 달러(약 5조3000억 원)를 들여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어드밴스드 패키징 팹을 짓고 있다. 이는 국내(이천·청주)에서 제조된 D램 웨이퍼를 공수해 가공하는 '후공정(Back-end)' 시설이다.

만약 SK하이닉스가 인텔 오하이오 팹을 통해 메모리 전공정 라인까지 확보하게 되면, 한국에서 웨이퍼를 실어 나를 필요 없이 미국 내에서 전공정과 후공정을 아우르는 '현지 완결형 생산 생태계'를 완성하게 된다.

◆ 관세 리스크 돌파구…심화하는 AI 메모리 공급난도 견인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막대한 비용 부담에도 미국 내 생산 거점을 확대하는 배경에는 통상 압박이 자리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앞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미국에서 만들지 않으면 고율 관세를 내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현지 양산을 요구한 바 있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완료한 SK하이닉스로서는 북미 빅테크 고객사를 지키고 관세 충격을 우회할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에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폭증으로 인한 극심한 메모리 공급 부족도 현지 팹 검토를 가속화했다.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메모리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사업 확장이 지연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으며, 일부 메모리 가격은 5~7배 폭등했다"고 경고했다. 

국내 청주 M15X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완공 전까지 유휴 클린룸을 갖춘 해외 인프라를 활용해 공급난에 대응하겠다는 셈법이다.

◆ 최태원의 또 다른 축 '일본'…글로벌 팹 다변화 시동

SK하이닉스의 팹 확장은 미국을 넘어 일본으로도 뻗어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현재 국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집중하고 있다"면서도 "글로벌 생산 다변화 차원에서 일본 내 반도체 팹 신설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용수와 전력 인프라 부담이 큰 국내 환경을 보완하고, 일본의 막강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생태계 및 정부의 전폭적인 보조금 혜택을 지렛대 삼겠다는 전략이다. 지분 관계가 있는 키옥시아와의 협력 가능성 역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유력한 시나리오 중 하나로 꼽힌다.

다만 해외 생산 확대에는 만만찮은 과제가 남는다. 미국의 높은 인건비와 설비 운영비 부담이 크고, 첨단 D램 기술의 해외 생산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른 국가 핵심기술 수출 심사 문턱을 넘어야 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다각도의 방안을 살펴보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통상 리스크와 AI 메모리 공급난이 맞물린 상황에서 SK하이닉스의 생산 기지 다변화 행보가 어떤 결실을 맺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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