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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 전수조사 논란에…정부, “투기 아니면 떳떳하게 농사짓도록 제도로 뒷받침할 것”

입력 2026-09-21 08:40:15 | 수정 2026-09-21 08:40:15
이소희 기자 | aswith5@mediapen.com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정부는 투기가 아닌 한 농업인들이 떳떳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습니다. 걱정하지 말고 조사에 응해주세요”

농지를 소유한 농업인들 사이에서 정부의 농지제도 개선과 전수조사를 놓고 ‘농지를 뺏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논란이 계속되자, 정부가 투기와 일반적인 농촌 현장의 위반행위를 구분해 대응하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정부가 전국 농지 전수조사 과정에서 드러나는 농촌 현장의 관행적 위반에 대해서는 자진 정비와 농지은행 위탁 등을 통해 정상화·양성화하는 방향으로 농지제도 보완에 나선다. 반면 실제 영농 의사 없이 시세차익이나 개발이익을 노리고 농지를 취득한 명백한 투기 행위와 농업진흥지역 내 중대한 불법 전용 등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농지 전수조사와 관련해 농촌 현장의 관행적 위반에 대해서는 자진 정비와 농지은행 위탁 등을 통해 정상화·양성화하겠다고 밝혔다./자료사진=미디어펜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농지 전수조사는 투기성 농지를 가려내 농업인에게 돌려주고 전국 농지 실태를 파악해 농촌 현실에 맞게 농지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추진됐다. 현재 행정정보와 항공사진 등을 활용한 기본조사를 마쳤으며, 지난 8월부터 조사원이 현장을 직접 확인하는 심층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사 결과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지 전수조사는 농지를 무조건 처분하기 위한 조사가 아니라 우리나라 농지의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농지제도를 현실에 맞게 바꾸기 위한 출발점”이라며 “투기가 아닌 농촌의 일반적인 관행이나 경미한 위반까지 일률적으로 처분하는 방식으로 운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정부는 최근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농지 투기 대응 원칙도 재차 강조했다. 농식품부는 관계자는 “대통령께서도 투기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처분하겠다고 말씀하셨다”며 “농식품부도 전수조사를 시작할 때부터 투기는 엄단하되, 그 밖의 일상적이고 경미한 위반은 정상화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원칙을 계속 밝혀왔다”고 거듭 설명했다.

이는 농지제도 개선 과정에서 선의의 농업인까지 일률적으로 처분 대상으로 삼지는 않되, 농지를 농업 목적이 아닌 투기 수단으로 이용한 사례는 예외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의미다. 대통령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개혁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의 우려와 어려움을 살피고 소통하겠다는 기조가 강조된 바 있다.

‘투기는 엄단’하겠지만…상속·고령농 등은 정상화·양성화

정부가 가장 명확하게 선을 그은 부분은 농지 투기다.

실제 영농 의사 없이 시세차익이나 개발이익 등을 목적으로 농지를 취득·소유한 경우에는 농지법에 따라 처분한다는 원칙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거짓 영농계획서를 제출해 농지를 취득한 뒤 무단 휴경하거나 불법 임대한 경우, 농업법인이 농지를 취득한 뒤 부동산업을 영위한 경우, 경매 등을 통해 농지 공유지분만 취득한 뒤 무단 휴경하거나 불법 임대한 경우 등이 대표적인 투기 유형으로 제시됐다.

농업진흥지역의 중대한 불법 전용도 예외가 아니다. 국가가 식량안보를 위해 경지를 정리하고 기반시설을 설치한 농업진흥지역에서 농지를 야적장이나 야영장 등 비농업용 시설로 불법 변경·이용한 행위 등에 대해서는 원상회복명령 등 농지법에 따른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지 투기는 농업인의 농지 접근성과 안정적인 영농을 저해하고 가격 왜곡을 초래한다”며 “전수조사에서 투기 행위가 확인될 경우 농지법에 따라 처분명령을 부과하는 등 엄중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상속으로 농지를 물려받았거나 고령으로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려운 경우 등 투기 목적이 아닌 농지는 처분보다 정상화·양성화에 무게를 둔다.

전수조사에서 휴경이나 임대차 위반이 확인되더라도 우선 소유자가 직접 경작하거나 농지법상 허용되는 방식으로 위반사항을 해소할 수 있도록 자진 정비기간을 부여한다. 자진 정비가 어려운 경우에는 농지은행에 농지의 임대 또는 관리를 위탁하면 처분의무 부과를 유예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농업인끼리 편의상 농지를 서로 바꿔 경작하거나 마을 농지를 한 명의 임차인이 모아 경작하는 등 농촌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임대차도 정상화 대상이다. 농지은행을 통해 기존 임대차 관계를 공식화하고 실경작자의 영농을 안정적으로 보장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지은행에 위탁한다고 해서 기존에 농사를 짓고 있는 임차인을 내보내고 다른 사람에게 농지를 임대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며 “기존 임대차 관계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농지은행을 통해 합법적이고 공식적인 임대차 관계로 전환해 주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임차인 퇴거 등 현장 혼란을 막기 위해 임대차 특별정비 기간을 오는 11월 15일까지 연장한다. 소유한 지 3년이 지난 농지는 이 기간 내 농지은행에 위탁임대를 신청하면 보완조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농지법상 임대차 위반으로 보지 않을 계획이다.

불법 전용은 사후 양성화…“전수조사 결과는 농지제도 개편으로”

농지 불법 전용 역시 위반의 중대성에 따라 처리한다. 정부는 농업진흥지역 내 농지 훼손 등 중대한 사항이 아니라면 사후 양성화 기회를 부여하기로 했다. 

기존에 전용 신고나 허가 절차를 거쳤다면 설치할 수 있었던 농업용·공공·기타 시설이 단순히 절차를 거치지 않아 불법 상태로 남아 있는 경우에는 사후 전용을 신청하고 농지보전부담금 등을 납부하면 합법적인 상태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농식품부는 이를 ‘1988년 이후 38년 만의 농지 불법 전용 양성화’라고 표현했다.

다만 법 위반 의도가 명백한 경우까지 양성화하는 것은 아니다. 비닐하우스나 버섯재배사 등으로 위장한 뒤 실제로는 식당을 운영하거나 태양광 발전에만 사용하는 등의 사례는 본래 용도에 맞게 시설을 정비하도록 자진 정비기간을 부여할 계획이다.

또한 장기간 임야화 돼 실제 농지로 복구할 실익이 낮은 토지에 대해서는 실제 현황에 맞게 지목을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다만 지목 변경 자체가 개발행위 허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농식품부 입장이다.

정부는 이 같은 정상화·양성화 조치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특별조치법 제정을 추진하고 농지법 개정도 병행한다. 처분 유예와 사후 전용 추인의 대상과 절차 등을 법률에 담고, 농촌 현실과 현행 농지제도 사이의 괴리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전수조사 결과를 단순히 위반 농지를 찾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향후 농지정책을 설계하는 데이터로 활용한다는 점도 이번 보완책의 핵심이다. 농식품부는 조사 과정에서 확보한 농지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고령화·인구감소 등 변화한 농촌 현실에 맞춰 임대차와 휴경 요건을 재검토하고 임차농 권리 보호를 강화할 계획이다.

우량농지는 생산성을 높이고 맹지·저활용 농지는 농지은행의 공공매입·교환분합 등을 통해 집적·규모화하며, 고령농이 농사를 짓기 어려운 농지는 농지은행이 매입하거나 수탁해 청년농과 귀농인에게 공급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전수조사는 우리 농지의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농지제도를 현실에 맞게 바꾸기 위한 출발점”이라며 “정부는 투기가 아닌 한 농업인들이 떳떳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농지은행의 역할을 확대해 고령농업인들이 농사를 짓기 어려운 농지는 공공매입, 임대수탁, 농지이양 은퇴직불 등 농지를 현금화·유동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전수조사 이후 농지은행에 매도되거나 위탁된 공적 활용 가능 농지는 농지은행이 복구·정비한 뒤 청년농이나 귀농인의 농업 진입을 위해 공급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한 맞춤형 농지지원·유휴농지 기능 복구 및 농지연금 예산 등은 국회 심의 단계에서 증액을 검토하기로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첫 실시한 농지 전수조사 과정에서 다양한 유형의 위반행위가 드러나는 데 대한 거부감이나 우려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면서도 “농지제도가 미래지향적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현재 농지가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투기가 아닌 한 농업인들이 떳떳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것”이라며 “농지 전수조사는 농지를 빼앗기 위한 조사가 아니라 농지의 현실과 제도의 간극을 확인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과정”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농지 조사 보완책은 ‘명백한 투기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농촌의 관행적·경미한 위반은 정상화·양성화로’라는 투트랙으로 정리된다. 농지 전수조사를 통해 확인된 농촌의 실제 이용 실태를 제도 개선으로 연결해 농지 소유·이용 체계를 현실에 맞게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드러낸 것이다.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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