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종량제봉투에 버려지거나 일반폐지와 섞이면서 재활용 과정에서 소각되는 종이팩을 별도로 회수·선별해 재생원료와 재활용제품으로 연결하는 이른바 ‘닫힌 고리(Closed Loop)’ 자원순환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1일 대전 대덕구 한솔제지 대전공장에서 서울우유·매일유업 등 재활용의무생산자와 한솔제지·쌍용씨앤비 등 재활용업계, 테트라팩·에스아이지콤비블록코리아 등 종이팩 제조사,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와 종이팩 재활용체계 개선을 위한 민관 업무협약을 체결한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종이팩의 생산부터 소비 후 배출, 수거·선별, 재활용까지 각 단계의 참여 주체가 역할을 분담해 재활용이 실제로 작동하는 순환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종이팩은 천연펄프 등 고품질 원료로 만들어져 자원적 가치가 높은 품목이지만, 상당량이 종량제봉투에 배출되거나 일반폐지와 혼합 배출되고 있다. 이 경우 선별과정에서 종이팩을 별도로 회수하기 어려워 재활용되지 못하고 잔재물로 소각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정부가 이번 민관 협력에 나선 것도 이 같은 수거·선별 단계의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협약에 따라 재활용의무생산자는 종이팩 회수·선별·재활용에 필요한 비용을 분담하고 종이팩 재활용제품 구매를 확대한다. 재활용제품의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해 재활용업계가 지속적으로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종이팩 제조사는 생산 단계에서부터 재활용 용이성을 높이는 기술 개발에 나선다. 특히 멸균팩의 재질·구조 개선과 함께 광학선별기 설치 등 선별체계 고도화를 지원해 재활용에 필요한 고품질 자원의 확보를 돕는다.
재활용업계는 회수된 종이팩을 고품질로 선별하고 재활용제품을 생산하는 역할을 맡는다. 관련 지원기관은 대국민 분리배출 홍보와 수거체계 정비, 재활용 실적 관리, 재활용지원금 지급, 재활용제품 판로 확대 등을 지원한다.
제도적 기반도 마련된다. 기후부는 올해 10월부터 전국의 의무관리 대상 공동주택을 중심으로 종이팩 분리배출을 자율적으로 선제 시행한 뒤, 관련 지침을 개정해 2027년 1월 1일부터 분리배출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대상은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상 의무관리 대상 공동주택으로, 보도자료 기준 약 14만4000동에 이른다.
이는 민간의 자발적인 협약을 실제 배출 현장의 변화로 연결하기 위한 조치다. 종이팩이 생산·판매된 이후 소비자가 배출하는 단계에서부터 다른 폐지와 분리돼야 이후 선별·재활용 공정에서 고품질 원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업무협약서에도 정부는 생산·소비 후 배출·수거·선별·재활용 등 종이팩 전 과정의 제도를 개선하고 협약 당사자 간 협력을 지원하기로 했다. 재활용의무생산자는 재활용이 용이한 종이팩 사용과 비용 분담, 재활용제품 우선 구매 등을 추진한다.
특히 멸균팩 제조사는 일반팩과 멸균팩의 회수·선별·재활용 인프라 확충에 참여하고 재활용에 유리한 재질과 구조로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간다. 회수·선별사업자는 일반팩과 멸균팩을 구분해 선별하고, 재활용사업자는 경쟁력 있는 제품 생산을 위한 기술개발과 시설개선에 나선다.
이번 협약은 단순히 종이팩을 잘 버리도록 유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배출 이후의 전 과정을 하나의 순환체계로 연결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현재 종이팩 재활용의 걸림돌이 수거·선별 단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재활용제품의 안정적인 수요 확보와 생산·재활용 단계의 기술적 개선에도 걸쳐 있는 만큼, 정부와 민간이 각 단계에서 역할을 나눠 맡는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재활용의무생산자가 재활용제품 구매를 확대하고 재활용업계가 고품질 재생제품을 생산하는 구조가 정착되면 배출에서 회수·선별, 재활용, 제품 생산, 수요로 이어지는 자원순환의 연결고리가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이번 협약을 통해 우수한 품질의 재생펄프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국내 재활용시장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