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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6년, ‘유령 조사’ 끝낼 3대 입법 과제

입력 2026-09-21 09:32:29 | 수정 2026-09-21 10:07:02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미디어펜=편집국]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지난해 1만6373건으로 제도 시행 이후 최다치를 기록했다. 2022년 8961건과 비교하면 3년 만에 83% 늘었고, 올해 상반기에만 이미 9744건이 접수돼 작년 전체 건수를 넘어설 기세다. 

그런데 이 법이 실제로 규정하고 있는 내용을 보면 의외로 단순하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2항은 사용자에게 "지체 없이 객관적으로 조사를 실시"할 의무만 부과할 뿐 누가 조사할 것인지, 어떤 절차로 조사할 것인지, 조사가 끝난 뒤 그 결과를 신고인에게 어떻게 알릴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정하지 않는다. 이 세 가지 공백은 현장에서 서로 다른 얼굴로 나타난다.

신희지 대표 노무사(노무법인 아테네)./사진=아테네 제공



'누가 조사하는가'

가장 극단적인 형태가 '셀프조사'다. 신고를 접수하고 조사자를 지정하는 권한이 사용자에게 있는데, 정작 사용자 자신이 가해자로 지목되면 스스로가 조사의 주체이자 대상이 되는 모순이 생긴다. 

실제로 가해자의 지위가 사용자인 사건은 2022년 전체 신고의 25.8%에서 지난해 27.0%로 늘었다. 지난 7월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을 개정해 사용자가 행위자로 신고된 경우 해당 사용자를 조사 과정에서 배제하도록 권고했다. 방향은 맞지만 증상 하나를 손 본 것에 가깝다. 

사용자가 배제된 다음엔 대개 인사팀장이나 다른 임원이 조사를 맡는데, 이들 역시 인사평가·승진·거취를 사용자가 좌우하는 고용관계 안에 있어 완전히 독립적인 판단을 기대하기 어렵다. 매뉴얼상 '셀프조사'는 사라졌지만 '준(準)셀프조사'는 여전히 가능한 구조다.

'어떻게 조사하는가'

'누가' 조사하는지보다 더 근본적인 공백은 '어떻게' 조사하는 지에 있다. 법은 조사자의 자격 요건, 조사 기간, 조사 방법에 대해 아무런 기준도 두지 않는다. 당사자 면담 한 번으로 끝내도 관련자 진술을 얼마나 폭넓게 확보해야 하는 지에 대한 최소 기준이 없어도 법 위반은 아니다. 

30분 만에 끝낸 조사도 현행법상으로는 위반이 아니다. '객관적으로 조사하라'는 문구는 있지만 무엇이 객관적인 조사인지를 판단하는 절차적 장치가 없다 보니, 조사의 충실도는 전적으로 조사를 맡은 개인의 역량과 의지에 좌우된다. 사용자가 조사에서 배제된 사건조차 이 공백에서는 자유롭지 않다.

'조사 뒤엔 무엇이 남는가'

근로기준법은 괴롭힘이 인정되면 행위자에 대한 징계 등 조치(제76조의3 제5항)를 피해근로자가 요청하면 근무장소 변경 등 조치(동조 제4항)를 하도록 정한다. 사용자는 징계 등의 조치를 하기 전에 그 조치에 대하여 피해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규정(동조 제5항 후단)도 있다. 

그러나 그 의견이 실제로 그 조치에 얼마나 반영됐는지 신고인이 확인하거나 관여할 방법은 없다. 의견을 들었다는 사실만으로 절차는 끝난다. 반대로 괴롭힘이 인정되지 않으면 문제는 더 단순해진다. 후속 조치 의무 자체가 발생하지 않으므로 사건은 사실상 거기서 종결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 '인정' 또는 '불인정'이라는 결론과 그 판단 근거를 신고인에게 통지해야 하는 지에 대한 규정조차 법에 없다는 점이다. 조사 과정에 참여한 사람의 비밀누설 금지의무(동조 제7항)는 있지만, 그 반대편에서 신고인에게 최소한 결과를 알려야 한다는 고지 의무는 짝을 이루지 못한 채 비어 있다. 

인정되든 안 되든 신고인 입장에서는 '그래서 결국 어떻게 된 건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는 구조다. 지난해 기소율이 1%를 밑돌았다는 통계도 이런 구조 아래서는 정확히 해석하기 어렵다. 조사가 부실해서인지 신고 자체가 무리였는지조차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세 가지 공백을 메우는 법'

결국 필요한 것은 세 공백에 각각 대응하는 법제화다. 첫째, 사용자가 행위자로 지목된 사건은 외부 전문기관 조사를 원칙으로 하거나 최소한 노동위원회·고용노동부가 인증한 외부 조사인력 명단에서 조사자를 선임하도록 해 '누가'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 

고용노동부도 지난 7월 매뉴얼을 통해 외부기관 조사 위탁을 이미 권고사항으로 제시했지만, 매뉴얼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지침에 불과해 실제 이행 여부는 여전히 사업장의 재량에 달려 있다. 

둘째, 조사자의 자격, 최소 조사 기간, 관련자 진술 확보 범위 등 절차적 기준을 법정화해 '어떻게'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 면담 한 번으로 끝내도 법 위반이 아닌 지금의 구조로는 조사의 충실도를 담보할 수 없다. 

셋째, 조사 결과가 인정이든 불인정이든 그 결론과 판단 근거를 신고인에게 통지하도록 하는 고지·설명 의무를 신설해 '그 다음'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 근로기준법은 조사가 종결된 뒤 그 결과를 통지할 의무까지는 규정하지 않는다. 신고인은 결과 뿐 아니라 그 판단 근거까지 알아야 승복할지 이의를 제기할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으며 이때 비로소 신고·진정 사건이 하나의 사이클로 종결된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인정·불인정이라는 결론만 통보될 뿐 그렇게 판단한 이유는 설명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신고인으로서는 사건이 왜 그렇게 정리됐는지 납득할 방법이 없다. 그 결과 같은 사안을 두고 회사에 재신고하거나 고용노동부에 재진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으며, 이는 사건을 종결하기보다 같은 갈등을 반복·확산하는 결과를 낳는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6년 정도 지났다. 그 사이 신고 건수는 매년 최다치를 경신하며 제도 자체는 현장에 자리를 잡은 모습이다. 그러나 정작 '누가·어떻게·그 다음'이라는 세 가지 지점에서는 법이 여전히 구체적인 기준을 두지 않고 있다. 신고가 늘어나는 속도만큼 절차의 완성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세 공백을 메우는 작업이 다음 순서로 남아 있다.


[미디어펜=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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