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소희 기자] 산업현장에서 사용한 물을 다시 활용해 신규 취수량을 줄이는 ‘물 재이용’이 산업계의 지속가능한 물관리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는 포스코와 손잡고 냉각수 재이용을 확대하는 한편, 실제 취수량을 줄인 성과를 ‘워터 포지티브(Water Positive)’ 실적으로 인정하는 체계를 구축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2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포스코와 ‘지속가능한 산업용수 관리 및 워터 포지티브 협력 공동이행 협약’을 체결한다고 21일 밝혔다. 한국수자원공사도 협약에 참여해 물 사용량과 재이용량, 생산량, 공장 가동률, 물수지 등 관련 데이터 분석과 물 복원량 산정·검증을 지원한다.
포스코가 ‘지속가능한 산업용수 관리 및 워터 포지티브 협력 공동이행 협약’을 21일 체결했다. 사진은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자료사진=포스코
이번 협약의 핵심은 산업현장에서 폐수로 버려지던 냉각수를 최대한 다시 사용하는 것이다. 포스코는 냉각수 가운데 수질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폐수로 방류하던 물을 재이용하기 위해 수질 측정과 폐수처리 공정을 개선한다.
현재는 냉각수에 포함된 염소·황산 등 부식 영향 물질을 월 1회 수동 측정하고 이상이 발생하면 폐수 처리하는 방식이다. 앞으로는 수질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막여과 등 폐수처리 공정을 적용해 재이용 가능한 물의 양을 늘릴 계획이다.
사업 대상은 포항·광양제철소의 냉각탑이다. 포스코는 2025년 1개 냉각탑을 대상으로 실증을 진행했으며, 2027년에는 5개, 2028년에는 20개로 적용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후 사업 성과와 효과를 검토해 잔여 냉각탑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사업비는 실증 사업 기준 연간 7억7000만 원이며, 확대 단계의 투자 방식과 비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냉각탑 1개당 연간 10만~19만 톤의 취수량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잠정 추산됐다.
정부가 이번 사업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기업의 물 사용량 절감에 그치지 않고 이를 ‘물 복원’ 성과로 연결하는 것이다. 냉각수 재이용으로 실제 취수량이 얼마나 줄었는지를 산정해 물 복원량으로 인증한다. 기후부는 정책 지원과 사업을 총괄하고 전문가 자문을 거쳐 물 복원량을 인증한다.
‘워터 포지티브’는 기업이 사용하는 물보다 더 많은 물을 자연으로 되돌려 지속가능한 물관리에 기여하는 개념이다. 용수 사용량 절감과 하·폐수 처리수 재이용, 유역 수질 개선, 신규 수자원 확보 등이 주요 활동으로 꼽힌다.
산업계의 물 재이용 확대가 중요해진 배경에는 산업용수 수요 증가와 기후변화에 따른 수자원 공급 불확실성이 자리하고 있다. 반도체와 철강 등 첨단·대규모 산업이 성장하면서 산업용수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극한 가뭄과 홍수 발생이 잦아지면서 안정적인 용수 확보와 함께 기존 물의 재이용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이번 포스코 사례를 사업장 내부의 물 이용 효율 개선과 워터 포지티브 성과를 연계하는 선도 사례로 발전시킨다는 전략이다. 향후 반도체와 철강 등 물 사용량이 많은 산업으로 적용 대상을 확대해 기업의 자발적인 물 절감과 재이용 투자를 유도하고 산업계 전반의 물 이용 효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워터 포지티브 관련 민관 협력은 확대되고 있다. 기후부는 2024년부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포스코, NAVER, 아모레퍼시픽, 한국 코카-콜라, 풀무원 등이 참여하는 ‘워터 포지티브 협력체’를 운영해왔다. 지난해에는 장흥댐 신풍습지 복원, 올해는 화천 인근 군부대 모래샘 조성과 양양남대천 수생태계 연속성 회복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도 물 재이용과 유역 복원 등을 포함한 워터 포지티브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국내 산업계에서도 물 절감과 재이용을 기업의 환경경영 차원을 넘어 실질적인 수자원 복원으로 연결하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송호석 기후부 물관리정책실장은 “첨단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용수 공급과 함께 산업현장에서 물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기업의 자발적인 물 절감·재이용 투자가 실질적인 물 복원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워터 포지티브 활동을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