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종근당이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개발과 기술사업화, 연구기술 서비스까지 R&D(연구개발) 기능을 전문화하며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문 자회사와 해외 거점에 이어 대규모 바이오 연구개발 단지까지 구축하면서 연구 역량을 글로벌 사업 성과로 연결하는 기반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종근당이 추진하는 경기 시흥 배곧지구 지식산업센터 신축 계획은 최근 건축·교통 통합심의를 조건부 통과했다. 종근당은 후속 인허가 절차를 거쳐 2028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연구·실증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배곧 사업은 단순 연구시설 확충을 넘어 종근당이 추진하는 R&D 전문화 전략을 물리적으로 뒷받침하는 핵심 거점으로 꼽힌다.
◆ 아첼라·뉴라테온으로 R&D 전문화
종근당의 R&D 전략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연구와 개발 기능을 별도 전문회사로 나눈 점이다. 종근당은 지난해 신약개발 전문회사 아첼라를 설립한 데 이어 올해 연구개발 전문 자회사 뉴라테온을 출범시켰다. 두 회사가 서로 다른 역할을 맡으면서 기존 연구조직에 집중됐던 기능을 개발 단계와 사업 목적에 따라 세분화하는 구조다.
아첼라는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 방식의 신약개발 전문회사로 후보물질의 후속 개발과 임상, 기술수출 및 상업화에 집중한다. 아첼라의 파이프라인은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CKD-508 △경구용 GLP-1 계열 비만·당뇨 치료제 CKD-514 △난치성 신경질환 치료제 CKD-513 등이 핵심으로 꼽힌다. 후보물질 발굴 이후 개발 단계에 역량을 집중해 의사결정을 단순화해 사업화 속도도 높이는 것으로 전망된다.
뉴라테온은 연구기술 자체의 사업화에 초점을 맞춘다. 종근당 효종연구소의 연구 역량을 기반으로 신약 제형과 개량신약, 제네릭, 일반의약품 개발을 비롯해 분석·제제·약물전달시스템(DDS) 연구 등을 수행한다. 자체 제품 개발과 기술이전뿐 아니라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을 대상으로 맞춤형 R&D 서비스를 제공해 연구 역량을 외부 사업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실제 투자도 뒤따르고 있다. 종근당은 올해 상반기 아첼라에 106억5800만 원, 뉴라테온에 105억 원을 각각 출자했다. 두 전문회사에 투입한 금액만 약 212억 원으로 조직 개편을 선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별도 자금까지 투입해 R&D 전문화를 추진하고 있다.
◆ 국내 연구부터 글로벌 임상까지 연결
시흥배곧지구 종근당 지식산업센터 조감도./사진=연합뉴스
전문 자회사와 함께 국내외 R&D 거점도 기능별로 역할을 나누고 있다. 미국 법인 CKD USA는 글로벌 임상과 해외 사업개발을 담당하며 국내에서 개발한 후보물질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창구 역할을 맡는다. 유전자치료제 등 특화 분야에서는 외부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연구 영역을 넓히고 있으며 각 거점의 전문성을 활용해 신약개발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같은 R&D 체계를 뒷받침할 핵심 인프라가 시흥 배곧 바이오복합연구개발단지다. 종근당은 연구센터와 실증센터 등을 갖춘 대규모 연구개발 거점을 조성해 바이오의약품 연구부터 개발·실증까지 이어지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 6월 이사회에서 단지 건설 공사 개시를 의결한 데 이어 최근 건축·교통 통합심의까지 통과하면서 사업도 구체적인 단계로 접어들었다.
배곧 사업을 포함한 중장기 투자 계획은 약 2조2000억 원 규모로 종근당이 R&D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문 자회사 설립으로 연구개발 기능을 세분화한 데 이어 대규모 연구 인프라까지 확충하면서 후보물질 발굴 이후 임상과 사업화로 이어지는 개발 역량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투자 확대 속 핵심 파이프라인 성과 주목
신약 후보물질 발굴을 위해 종근당 효종연구소 연구원들이 물질의 특성을 분석하고 있다./사진=종근당
R&D 조직 개편과 인프라 확충은 연구개발비 증가와도 맞물린다. 종근당은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1135억 원을 연구개발에 투입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6.6% 증가한 규모로 매출 대비 R&D 비중도 12.26%까지 높아졌다. 국내 주요 제약사 가운데서도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이 높은 수준이다.
투자 확대의 의미는 파이프라인 성과에서 확인될 전망이다. 아첼라가 맡은 CKD-514는 주사제가 중심인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경구 투여 방식을 앞세운 후보물질로 개발되고 있다.
종근당은 비임상 단계에서 경쟁력을 확인하고 임상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또 자체 개발한 c-MET 표적 항체약물접합체(ADC) CKD-703도 글로벌 임상 단계에 진입하며 R&D 투자 성과를 실제 개발 단계로 옮기고 있다.
종근당의 R&D 전략은 단순히 후보물질 숫자를 늘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연구·개발·임상·사업화 기능을 전문화하고 각 조직의 역할을 연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향후 아첼라 핵심 파이프라인의 임상 진전과 기술수출, 뉴라테온의 외부 R&D 수주가 전략의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주는 지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종근당 관계자는 “자회사 출범은 조직을 세분화해 개발 속도를 높이고 효율화를 높이기 위한 것이고 상용화와 기술 수출까지의 단계를 줄여 글로벌 신약으로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구상"이라며 "각각 전문성을 추구하는 조직을 구축해 종합적으로 R&D의 전체적인 틀을 다시 마련하고 글로벌에 포괄적으로 접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