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경제 정치 연예 스포츠

‘김옥숙 메모’의 역풍...'안방 비자금' 칼날, 이혼소송 자충수

입력 2026-09-21 15:43:35 | 수정 2026-09-21 15:52:08
박준모 기자 | jmpark@mediapen.com
[미디어펜=박준모 기자]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의 숨겨진 비자금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가속화되면서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 대한 법적·도덕적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30년 가깝게 베일에 가려졌던 불법 은닉 자금의 실체가 뒤늦게나마 규명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는 동시에, 은닉 비자금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노 관장 역시 도덕적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의 숨겨진 비자금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가운데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 대한 조사도 진행될 예정이다. 사진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사진=연합뉴스 제공



2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는 노 관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노 관장에게 소환을 통보했으며, 출석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노태우 비자금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이어져 왔다. 지난 1997년 대법원이 추징금 2628억 원을 확정했고, 2013년 최종 완납했다. 하지만 여전히 불법 은닉 비자금 실체가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추징금을 완납한 뒤 김옥숙 여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등에 대규모의 기부금을 출연한 정황이 드러났다. 군사정권범죄수익국고환수추진위원회에 따르면 김 여사는 아들 노재헌이 이사장으로 있는 동아시아문화센터에 2016년부터 2021년까지 6년에 걸쳐 총 147억 원을 기부했다. 지난 2022년에도 노태우센터에 5억 원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도 지난달 김 여사의 서울 서대문구 사저와 동아시아문화재단과 노태우센터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 동아시아문화재단 관계자 및 차명계좌 의혹을 받는 당시 비서관 등도 불러 조사했다. 

◆이혼소송서 던진 ‘김옥숙 메모’…불법 자금 수사로 돌아와

노태우 비자금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린 인물은 다름 아닌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다. 

노 관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김옥숙 메모를 증거로 제출했다. 해당 메모에는 ‘선경 300억 원’ 등 900억 원의 자금 출처가 적혀있었다. 노 관장 측은 300억 원이 SK그룹으로 흘러 들어가 경영활동에 활용됐다는 주장을 펼쳤다. 

재판부는 이를 증거로 인정하고, 노 관장이 SK그룹 성장 기여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1심 665억 원이었던 재산분할 규모는 항소심에서 1조3808억 원으로 20배 이상 치솟았다. 

그러나 법정에 제출된 자료가 역설적으로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은닉 및 조세포탈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검찰 수사의 주요 단서로 활용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시민단체들은 노 관장이 김옥숙 메모를 통해 불법 비자금의 존재를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며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또 정치권에서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며,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당사자가 사망, 국외도피, 소재불명 등을 이유로 검찰의 기소가 어렵더라도 범죄수익임이 확인되면 법원에 몰수·추징명령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해당 개정안 시행을 통해 이번 검찰 수사에서 노태우 비자금 실체가 드러날 경우 국고 환수도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혼소송에서 유리한 판결을 위해 김옥숙 메모를 활용하면서 대규모의 재산분할이라는 결과를 끌어냈지만, 결국에는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불법 비자금 수사라는 부메랑을 맞게 됐다”고 말했다. 

◆비자금 실체 규명 기대…노 관장은 도덕성·사회적 명분 ‘타격’

재계에서도 이번 수사가 그동안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던 노태우 비자금 실체를 규명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수십 년간 국가 추징금을 피하며 차명 계좌와 재단 출연금 등으로 자금을 은닉해왔다는 정황이 수사로 입증된다면 불법 자금의 세습을 끊어내는 사필귀정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반응이다.

또한 재계에서는 비자금의 존재 여부뿐 아니라 해당 자금이 실제 기업의 경영활동에 유입됐는지도 명확하게 확인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노 관장 측이 주장한 SK그룹 300억 원 유입설에 대해 SK그룹 측은 유입을 부인해왔다. 특히 반도체부터 이동통신·석유화학 등 치열한 기술 투자와 경영 성과로 이뤄낸 그룹의 성장사가 폄훼당하고 있다고 반발해왔다. 

검찰 수사를 통해 자금의 진짜 흐름과 은닉 실체가 규명될 경우 SK그룹도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노 관장에게도 이번 수사가 도덕적인 관점에서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노 관장은 사회적 기여와 도덕성을 강조해 왔으나, 막상 이혼소송 유리한 판결을 위해 은닉 비자금의 존재를 직접 입증하는 메모를 내놓았다. 이에 불법 자금의 존재를 알면서도 이를 묵인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특히 노 관장을 비롯해 노태우 일가가 불법 자금을 통해 호의호식하며 호화로운 생활을 누렸다는 점에서도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번 조사를 통해 과거 노 관장이 검찰 조사를 받았던 사실도 재조명받고 있다. 노 관장은 지난 1990년 세관에 신고하지 않은 20만 달러를 미국으로 반입한 혐의로 기소돼 1993년 1월 징역형의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후 국내에서도 해당 자금 출처와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 또 이양호 전 국방부 장관의 뇌물수수 사건과 관련해 수사선상에 올랐지만 내사종결됐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노 관장은 문화예술 및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도덕적 이미지를 쌓아왔는데 이번 불법 비자금 관련 조사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며 “검찰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은닉 자금의 존재가 드러나게 되면 노 관장이 내세워 온 사회적 가치와 명분도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종합 인기기사
©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