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임금·단체협약(임단협) 타결을 위한 2차 사후조정에 나선다. 사측이 임금 인상과 일시금 지급안을 제시하며 접점을 넓힌 가운데 노조가 인사·조직개편에 대한 관여 요구와 추가 단체행동 카드를 동시에 꺼내면서 협상 장기화의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 제 4공장 전경./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는 이날 오후 2시부터 2차 사후조정을 진행했다. 이번 조정은 당초 15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사측이 1차 사후조정 회의록의 공개 및 내용에 문제를 제기하며 일정 연기를 요청했고 지노위가 이를 받아들였다. 이후 노사는 추가 교섭을 진행했지만 임금·성과급과 단체협약을 둘러싼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앞서 추가 진전안이 없으면 단체행동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임금 인상 넘어 경영권까지…사측은 절충안 제시
이번 임단협은 지난해 12월 상견례 이후 약 9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노조는 당초 기본급 14.3% 인상과 정액 350만 원 인상, 1인당 3000만 원 규모의 타결금 등을 요구했다. 이후 요구안을 수정해 기본 임금 6.5% 인상과 정액 300만 원, 성과 인상률 평균 3%, 1인당 격려금 2250만 원 등을 제시했다. 세전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요구안에 포함됐다.
사측은 기본 임금 인상률 4.1%, 성과 인상률 평균 2.1%를 제시했다. 여기에 600만 원의 일시금 지급안도 내놨다. 노조가 최초 요구안에서 일부 수준을 낮춘 만큼 임금 인상률 자체의 격차는 상당 부분 좁혀졌지만 성과급과 단체협약에서는 여전히 이견이 남아 있다.
특히 협상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인사·경영권 관련 조항이다. 노조는 채용과 승진, 징계 등 인사제도와 조직개편 과정에서 노조의 협의 또는 합의를 요구하고 있다. 경영권과 관련된 사안에서도 이사회 안건과 결과 등의 정보 제공 등 관여 범위를 넓히는 내용이 포함됐다.
사측은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고객사를 상대하는 바이오의약품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은 수주와 생산계획에 따라 인력과 조직을 신속하게 조정해야 한다. 인사와 조직 운영에 노조의 사전 동의가 폭넓게 요구될 경우 경영 판단의 속도와 자율성이 떨어질 수 있어 무리한 경영권 침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해외 경영과 내부 복지와 관련해서도 노조는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경영 관련 요수 사항으로 해외공장이나 별도법인 신·증설 계획을 수립할 경우에도 협의가 필요하며 사내 입점업체 신규계약과 계약연장에 대해서도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임금과 복지를 둘러싼 교섭과 달리 경영진의 인사·조직 결정에 노조의 동의권을 부여하는 문제는 회사의 경영 판단 영역과 직접 맞닿아 있다. 아울러 노조는 조직 개편 뿐 아니라 퇴직과 사직과 관련해서도 노사합의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 추가 파업 카드에도 법원 제동…쟁의 실효성 제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1게이트 정문 앞에서 열린 노조 결의 대회 모습. /사진=미디어펜 박재훈 기자
다만 노조가 추가 파업에 나서더라도 앞선 쟁의행위 과정에서 법원이 제시한 제한선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인천지방법원은 지난 4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노조를 상대로 낸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법원은 배양·정제 등 모든 생산공정의 쟁의행위를 금지한 것은 아니지만, 제품의 변질과 부패를 막기 위한 핵심 마무리 공정인 농축·버퍼 교환, 원액 충전, 관련 버퍼 제조·공급 작업에 대해서는 노조가 중단을 지시하거나 지침을 배포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해당 공정이 적시에 진행되지 않을 경우 제품이 폐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법원은 이후 이 가처분 결정과 관련해 간접강제 신청도 일부 받아들였다. 노조가 해당 공정 중단을 지시하거나 관련 지침을 배포할 경우 위반 행위 1회당 2000만 원을 사측에 지급하도록 결정했다. 법원은 노사 분쟁이 계속되고 가처분 결정의 해석과 쟁의행위의 경계를 둘러싼 견해차가 큰 만큼 향후 결정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향후 추가 파업이 현실화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생산 현장 전체를 압박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산 특성상 일부 핵심 공정은 법원의 판단에 따라 정상 운영해야 하는 만큼, 파업이 회사의 생산과 사업에 미치는 영향 역시 일정 부분 제한될 수 있다.
반면 파업에 따른 조합원들의 부담은 커질 수 있다. 장기간 임단협이 이어지는 가운데 단체행동을 반복하면 임금·성과급 협상에서 얻을 수 있는 실익과 별개로 생산 현장의 피로도가 누적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측이 이미 임금 인상과 일시금 등을 제시한 상황에서 추가 파업을 선택할 경우 쟁점이 ‘처우 개선’에서 ‘경영권과 생산 안정성’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의 행태는 합의점을 찾는 과정이라기보다는 파업 명분을 찾는 과정으로 보인다"며 "노조 위원장이 나오니 부사장이 안 나오면 급이 안 맞는다고 주장하거나 임의적으로 작성한 사후조정 회의록을 무단 배포하는 등 갈등을 오히려 키우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회사는 적절한 협의안을 바탕으로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대화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